Itaewon kids

이태원에서 오며 가며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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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는 싸구려가 많아요. 어릴 적 골목길에서 놀다 보면 후미진 곳에서 밤무대 가수나 댄서들이 머리에 포마드를 잔뜩 바르고 반짝이 구슬이 달린 옷을 입은 채 나타났지요. 그들에게 흐르던 ‘싸구려 반짝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999년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진가 오형근은 말했다. 이태원에서 유년기를 보낸 오형근은 2012년 <데이즈드>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는 이태원에 사는 게 콤플렉스여서 스쿨버스를 타면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오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안과 죄책감으로 카메라를 든 그는 선녀암 앞의 배우, 여보여보 클럽 앞의 댄서, 라면 가게 안의 트랜스젠더 등을 통해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지역적 특수성과 기이한 미학에 주목했다. 오형근이 ‘이태원 스토리’를 선보인 1993년 이후로 20년이 지났다. 해방촌과 우사단로에는 저렴한 집세를 찾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몰려들었고, 경리단길은 서울 살롱과 장진우 식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식문화의 중심지가 됐고, 한남동은 세련된 패션 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이태원에서 가장 전위적인 두 공간이었던 루프XXX와 꽃땅(그리고 가슴라운지)이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이태원은 이상한 곳이다. 유치하고 저급하며 속물적인 공간임을 당당히 드러내는 곳이다. 여기에선 모든 욕망이 드러난다. 가장 전방위적인 패션 브랜드와 패션을 소비하는 가장 저급한 방식인 ‘짝퉁’이 공존하고, 다양한 성 정체성에 관한 사진집을 판매하는 아트 서점으로부터 불과 몇 미터 앞에 게이 바와 트랜스젠더 바가 있다. 전 세계 최신의 음악을 가장 빨리 실어 나르는 케이크 숍과 미스틱,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K-pop 포스터를 파는 음반 가게가 한데 있다. 인스타그램에 바로 올라올 만한 가장 트렌디한 순간과 앨범의 한 조각을 오려낸 것 같은 전통적인 순간도 동시에 목격된다. 가게 문도 열기 전의 이른 아침, 이태원 나이키 앞에는 새로 출시된 조던 운동화를 사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추위와 피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을 서고 있으며, 이슬람 사원 쪽으로는 알라 신에게 새벽 기도를 드리기 위해 히잡을 쓴 무슬림들이 걸어간다. 수십 년 전부터 이태원에서 살아온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과, 한남동 아티스트들의 동네 프로젝트 ‘이태원 주민일기’와 우사단 마을을 활성화하려는 모임 ‘우사단단 프로젝트’ 등을 통해 새롭게 이태원을 동네로 인식하려는 젊은이들도 보인다. 이질감은 이태원을 설명하는 가장 멋진 말이다. 루프XXX 퍼포머인 김건형은 말한다. “강남, 신촌, 홍대, 심지어 신림동만 보더라도 그 안에만 존재하는 어떤 스타일이 있어요. 이태원의 폭은 굉장히 넓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보면 무서운 동네라고 인식하는 거죠. 너무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 자기가 동화되거나 섞일 수 없다고 느껴서 무서워하는 거죠. 하지만 주관이 있는 사람이 이태원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자기가 하고 싶은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어요.” 황현진 작가의 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에는 짝퉁 명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주인공에게 이태원의 시작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진왜란 당시 침입해온 왜병들로 인해 다른 씨앗이 잉태되었다고 속되게 부른 데서 비롯된 마을 이름 이태원, 다를 이(異)에 모양 태(胎), 동산 원(院). 소설 속 사장은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여긴 코리아가 아니야. 이 땅은 원래부터 이방인 자식들의 땅이었으니까. 가방으로 치자면 짝퉁이 진퉁이 되는 동네고, 진퉁이 짝퉁이 되는 곳이란 말이지. 고로 우린 일본인과 중국인을 보면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인 것이다.”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새롭게 생겨나고 홍대나 가로수길처럼 무색의 공간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아직 이태원은 다행히 이태원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택시를 보며, 수중에 5만원을 들고 한국에 왔다는 호주 출신 모델 다니엘 스눅스가 말했다. “이태원 택시는 절대 멈추는 법이 없죠.” 이곳에 온 수많은 젊은 아티스트들이 이태원을 어떻게 물들일지 지켜보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물론 여긴 뉴욕 이스트 빌리지도 아니고 런던의 이스트 런던도 아니며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도 아니다. 뮤지션 허민웅은 말한다. “여긴 지구예요. 모든 걸 다 담고 있어요. 전국 어딜 가도, 전 세계를 다 따져봐도 이런 덴 없어요.” 이곳에 아직 유일하게 없는 게 있다면 세련된 가게 앞에서 쇼핑몰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이 곧 들이닥치기 전, 지구 위 가장 펑키한 공간인 이태원에서 정기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이제 막 이태원에 도착한 사람도 있었고, 태어난 순간부터 이태원에 존재했던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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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형 28세, 루프XXX 퍼포머

 

당신의 이태원 주소는?

살고 있는 곳은 이태원동 261-40, 일하고 있는 곳은 한남동 683-134 웨이즈 오브 씽 카페. 카페 위층에는 여보클럽이라는 유명한 트랜스젠더 클럽이 있다.

이태원에 온 지는 얼마나 됐나?

1년 정도 됐다.

이태원이 당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나?

내가 하는 전통 음악에는 현대적인 요소가 있다 보니, 여기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이태원에서 만난 그림 그리는 친구와 즉흥으로 함께 작업을 하는 등 시야가 넓어진 계기가 됐다.

이태원에 있어서 좋은 점은?

머리를 밀고 다닌 적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그것조차도 자연스러운 나로 받아들여준다. 그게 이태원의 분위기다. 여러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어떤 사람이든 그 구성원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자기 자신을 찾기 좋은 곳이다.

이태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는?

피나 바우시. 표현의 폭도 넓고 범주에서 벗어난 것들을 많이 했으니까. 피나 시어터만 보더라도 국적 불문의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이태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장진우 골목 쪽에 있는 카롱카롱 마카롱 아뜰리에와 드렁큰 살롱. 그리고 웨이즈 오브 씽.

이태원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다양성.

아침의 이태원과 밤의 이태원 중 고르라면?

아침의 이태원.

이태원에 짜증 나는 점이 있다면?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을 독식하려고 들어오는 게 꼴 보기 싫다.

 

캡션-티셔츠와 셔츠, 바지, 시계는 모두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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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연 23세, 학생, 모델
당신의 이태원 주소는?

이태원동 79-18. 친구랑 함께 그림 그리는 작업실을 쓰고 있다. 이태원 역에서 5분 거리고 근처에 ‘걸구네’가 있다. 주변에 그림 그리는 사람도 조금 있는지, 캔버스 갖고 나와서 칠하는 사람도 봤다.

이태원에 온 지는 얼마나 됐나?

7일 됐다. 오늘 작업실로 테이블을 들였다.

이태원에 매료된 이유는?

재밌다. 재밌는 곳도 많고 재밌는 사람도 많고 재밌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계약한 작업실의 크기나 조건이 괜찮았다. 작업실 옥상에 올라가자마자 친구랑 “와, 여기다” 그랬다. 주변 분위기가 자유로워 좋다. 그림 그리다가 안 풀리면 주변의 바에 가서 놀면 되니까. 각국의 다양한 사람이 많이 있어서 좀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이태원에서 목격한 잊을 수 없는 일은?

처음 트랜스젠더 거리 갔을 때가 놀라웠다. 트랜스젠더들이 섹시하게 입고 돌아다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했다.

이태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는?

앤디 워홀, 바스키아.

이태원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퇴폐미. 퇴폐적인데 반짝거리는 게 있다.

아침의 이태원과 밤의 이태원 중 고르라면?

그림 그릴 때는 아침, 그림이 잘 안 그려질 때는 밤.

이태원에 짜증 나는 점이 있다면?

다이소가 없는 것.

 

캡션-크롭 니트는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는 우영미(Wooyoungmi), 귀고리는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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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현 26세, 스펙테이터 직원
당신의 이태원 주소는?

용산동 2가 47-17. 해방촌 쪽에서 스펙테이터와 홈그라운드 서플라이 브랜드 일을 하고 있다. 주변은 다소 허름한 풍경이다. 경리단길에 매장이 있어서 가끔 거기도 간다.

이태원에 온 지는 얼마나 됐나?

7개월 정도 됐다.

이태원에 있어서 좋은 점은?

대충 입고 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위아래 쫙 차려입고 훑어보는 사람이 여기엔 없다. 이태원에 짜증 나는 점이 있다면? 한식집이 별로 없다는 것. 한식집이라는 한식집은 샅샅이 다 찾아내고 있다.

이태원이 당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나?

앞으로 밀리터리 기반의 미니멀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미군부대 앞의 밀리터리 숍들과 간판의 독특한 색감이 눈에 들어온다.

이태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경리단길 중 송스 키친과 단팥집을 시작으로 안쪽에 있는 골목들.

이태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는?

360 사운즈, 그리고 오늘 출근할 때 들은 프랑스 누디스코 뮤지션 짐머.

이태원에서 목격한 것 중 잊을 수 없는 일은?

아버지뻘 되는 남자 둘이 손잡고 걸어가던 모습.

이태원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자유로움.

아침의 이태원과 밤의 이태원 중 고르라면?

아침의 이태원. 밤은 너무 북적북적하다.
캡션-재킷과 워크 셔츠는 리바이스(Levis), 체크 쇼츠는 스니저 퍼레이드(Sneezer Pa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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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웅 28세, 뮤지션
당신의 이태원 주소는?

용산동 2가 43-7. 해방촌 쪽에서 살고 있다.

이태원에 온 지는 얼마나 됐나?

세 살 때부터 쭉 이태원에서 살았다. 이태원이 슬럼일 때부터 봐왔다. 군대 갔을 때 빼고는 떠나본 적이 없다. 나의 정체성을 만든 곳이다. 음악, 패션, 사람 등 이태원 길에서 모든 걸 배웠다.

이태원에 있어서 좋은 점은?

여기 사는 사람들은 직업, 성향, 심지어 듣는 음악까지 다르다. 초등학교 때 짝이 흑인이었다. 그때부터 모든 선입견이 사라졌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배웠다.

이태원이 당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나?

자고 일어나면 어느 날은 그래피티가 바뀌어 있다. 그런 게 자극이 된다.

이태원에서 목격한 잊을 수 없는 일은?

뭘 봐도 놀랍지 않다. 어렸을 때 어떤 형이 사라지면 마약 하다 걸려 감옥 간 거였다. 새벽 2시에 흑인 열댓 명이 싸우는 것도 봤다. 길에서 본 걸 다 흡수해 종합 예술인처럼 살고 싶은 게 꿈이다.

이태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는?

퍼렐 윌리엄스. 못하는 게 없다.

이태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미스틱.

아침의 이태원과 밤의 이태원 중 고르라면?

밤의 이태원이 최고다.

이태원에 짜증 나는 점이 있다면?

이태원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들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 동성애자가 지나간다고 대놓고 곱씹는 사람들, 케이크 숍처럼 더러운 데서 어떻게 노느냐고 하는 사람들.

이태원에서 사라진 것 중 가장 아쉬운 건?

나이트클럽 앞의 조잡한 독수리 동상,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 그게 이태원의 매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태원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지구. 모든 걸 다 담고 있다.
캡션-팬츠는 칩먼데이(Cheap Monday), 슬리브리스 톱과 항공 점퍼, 스노보드 슈즈, 시계는 모두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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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스눅스 21세, 바리스타, 모델

당신의 이태원 주소는?

한남동 683-141. 머그 포 래빗 카페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경리단길에 살고 있었는데 후암동으로 이사했다.

이태원에 온 지는 얼마나 됐나?

지난해 4월에 왔다. 짧게 있을 계획이었는데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이 이루어져 앞으로 2년 더 있게 됐다. 모델 일을 하면서 앞으로의 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태원에 있어서 좋은 점은?

사람들이 나에게 신경을 안 써서 좋다. 이태원 사람들끼리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이태원에 짜증 나는 점이 있다면? 술 취해서 시비 거는 사람들, 클럽의 매너 없는 사람들.

이태원이 당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나?

열다섯 살 때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멜버른의 카페에서 일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멜버른에서 1시간 반 정도 가야 나오는 시골이었다. 언제나 도시에 가고 싶었고 바쁜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다. 도시는 내 꿈이었다. 이태원이라는 지역이 특히 영향을 미치는 건 없다. 여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태원 사람들도 나랑 비슷한 것 같다. 다들 어디에서인가 왔고 자신의 캐릭터가 있다. 그게 이 지역과 잘 맞는다.

이태원에서 목격한 잊을 수 없는 일은?

한국 남자와 외국 남자가 싸우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다.

이태원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Drunken.

이태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바 베뉴에서 바텐더를 몇 개월 한 적 있다. 그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술집을 좋아한다. 새벽에 베뉴 앞을 청소하는데 아주머니가 바쁜 것 같아 가게 앞을 청소해드렸다. 아주머니가 너무 고마워하시면서 친해지게 됐다. 아주머니가 되게 멋있다. 혼자서 모든 음식을 다 만들고, 새로운 손님이 오면 “여기 음식 안 맞을 수 있으니까 딴 데 가라”고 말한다(웃음).

아침의 이태원과 밤의 이태원 중 고르라면?

아침의 이태원. 그래서 카페에서 일한다.

 

캡션-재킷과 베스트는 모두 이스트로그(Eastlogue), 거미줄 반지와 해골 팔찌는 모두 코디시아르(Codiciar), 포켓 치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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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우 28세, 모델, 배우, ‘핑퐁펍’ 운영
당신의 이태원 주소는?

이태원동 705 술집 핑퐁펍. 곧 핑퐁펍에서 30초 거리로 이사 올 예정이다. 그저께 계약했다.

이태원에 온 지는 얼마나 됐나?

2년 전쯤에 이태원에서 살았었다. 래스토랑 ‘마이 타이’에서 3년 반 동안 일하기도 했다. 거기서 일하면서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도 하게 됐다. 핑퐁펍을 열기로 결정했을 때 당연히 경리단길이 0순위였다.

이태원에 매료된 이유는?

자유분방해서 좋다. 사람들이 남의 신경을 안 쓴다. 게다가 지금 핑퐁펍을 함께 운영하는 좋은 사람들을 모두 이곳에서 만났다.

이태원에 짜증 나는 점이 있다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태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는?

마이클 피트. 더럽게 하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배우도 하고 밴드도 하는 등 자유로운 사람인 것 같다. 나도 밴드 ‘해밀턴 호텔’ 경험을 계기로 음악도 하고 배우도 하는 등 앞으로 많은 걸 해보고 싶다.

이태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서울 살롱. 다들 친해서 그런지 나만의 공간 같다. 바에 앉아 맥주 마시면서 하루의 생각을 정리하기 좋다.

이태원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자유.

아침의 이태원과 밤의 이태원 중 고르라면?

밤. 이태원은 밤이 뜨겁다.

이태원에서 목격한 잊을 수 없는 일은?

밤늦은 시간이었는데 술에 취한 외국인 5명이 길을 가로로 막으며 나에게 달려온 적이 있다. 도망가긴 싫고 사람 수는 너무 많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옆으로 쓱 피했다. 근데 그들이 엄지손가락을 올리더라.
캡션-안에 입은 재킷과 스타디움 점퍼, 모자, 바지, 양말, 슈즈는 모두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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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25세, 학생, 패션 디자이너, 모델
당신의 이태원 주소는?

용산동2가 44-8. 해방촌에서 친구 3명과 작업실을 함께 쓰고 있다. 바로 앞에 해크니가 있다. 작업실이 있는 곳은 시끌시끌한데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조용한 마을이 나온다. 디자인이 심플하고 질이 좋아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브랜드를 4월에 론칭할 예정이다.

이태원으로 온 이유는?

태어나서부터 열 살 때까지 이태원에 살았었다. 엄마가 이태원에서 미용실을 하셨다. 다른 친구 2명도 여기서 산 적이 있고 친구 한 명은 나 때문에 어렸을 때 이곳에 자주 왔었다.

이태원이 당신의 작업에 영감을 주나?

밤과 낮도 다르고, 사람도 다양하고 국적도 다양해서 어렸을 때부터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혼혈 친구들과 많이 놀았고 이슬람 사원 쪽에서 엄마 친구분 옷 가게에서는 트랜스젠더도 자주 봤다. 엄마가 나이트클럽 회식 자리에 나를 데려가기도 했었다.

이태원에서 목격한 잊을 수 없는 일은?

어렸을 때 엄마가 데려간 나이트클럽에서 홀터넥 탱크 톱 입은 언니들을 본 일. 너무 멋있어서 나도 어른 되면 꼭 입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 번도 못 입어봤다(웃음).

이태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는?

기이하면서도 자기만의 예술성이 확고한 비요크, 그리고 우리 엄마.

이태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이태원에서 보광동 가는 길에 있는 앤티크 가구 거리. 그 길을 많이 걸어 다녀서 나에겐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왕타이!

이태원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앨범. 좋아하는 사람들과 살았던 곳, 다녔던 유치원과 초등학교, 예란지 모델로 처음 사회생활 시작했던 곳, 지금 작업하는 곳이 모두 이 앨범 안에 있다.

아침의 이태원과 밤의 이태원 중 고르라면?

아침. 지저분하긴 한데, 재밌다. 전날 엄청 놀고 아직 집에 안 간 사람들도 있고, 일하러 나온 사람도 있다.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과 밤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이태원에서 사라진 것 중 가장 아쉬운 건?

옛날 이태원 사람들.

 

캡션-모자는 랑간(Ranggan), 셔츠는 앤디 앤 뎁(Andy & Debb), 오버올 스커트는 칩먼데이, 스타디움 점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PHOTOGRApher HYE JEONG HWANG

EDITOR JI UN NAH

 

styling BO YOUNG BAE hair & makeup JI HYE KIM assistant KA KYUNG 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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