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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연한 패션 필드의 베테랑들이지만 SFDF를 수상한 지금,
그들은 마치 갓 데뷔한 신인들처럼 들떠 있었다.
이제 막, 그들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Fashion 99%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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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
계한희(KYE HAN HEE)

 

그녀와 몇 마디만 나눠본 이들이라면 다 안다. 대중에게 비춰진 모습에 반해 본래의 그녀는 한없이 여리고 수줍은 소녀라는 것을.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그녀는 당차고, 한 번의 주춤거림도 없었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후 런던 패션 위크에서 데뷔, 서울 패션 위크를 거쳐 컨셉트코리아를 통한 뉴욕 패션 위크 데뷔전까지. 이미 잘나가는 그녀인 듯하지만 SFDF(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에선 두 번이나 쓴맛을 봤다고 했다. “정말 간절했어요.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도전한 세 번째에서 수상했으니 너무 기뻤죠.” 그녀는 2014년 초, LVMH Prize의 세미 파이널리스트 30인 안에 든 유일한 한국인 패션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LVMH 세미 파이널 당시, 다들 묻더라고요. SFDF를 수상했냐고. 그때 말했죠. 곧 받을 것 같다고(웃음).” 벌써 여섯 번의 컬렉션을 발표한 카이. 계한희는 카이를 정형화할 수 없는 브랜드라고 말한다. “제가 런던에서 공부하고 데뷔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런던 디자이너들같이(예를 들어 크리스토퍼 케인이라든가) 매 시즌 다른 스타일과 새로운 콘셉트를 즐기면서 틀에 박히지 않은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저만의 느낌은 유지하되,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는 큰 흐름 안에서 조금씩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는 거죠.” 많지 않은 나이에 한 브랜드의 수장이 된 그녀.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한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을 즐길 줄 아는 프로였다. “매 시즌 좋은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매번 재밌는 프로젝트나 콜라보레이션을 하려고 노력해요. 2014년 책을 썼다거나 W호텔과 음식 콜라보레이션을 한 것 같은,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일요. 2015년엔 대림미술관에서의 전시를 기획 중이에요. 패션이 아닌 아트적인 걸로요. 완전히 초심으로 돌아가서 할 생각을 하면 너무 재밌어요!” 욕심도 많은 그녀. 컬렉션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면서도 계획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 얘기가 나오자 눈이 반짝였다. “누군가와 어떤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접근하는 것보단 예상치 못한 제안이 들어 왔을 때 더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니 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많은 분들이 연락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그럼 컬렉션을 할 때는 어떨까. “영화나 미술 작품에서는 영감을 받지 않으려고 해요. 이미 아티스트를 통해 한 번 걸러진 작업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히려 날것이 좋아요. 뉴스나 다큐멘터리 많이 보려 하고, 친구들이나 사람들 만나는 거 좋아해서 그들의 관심사나 대화 중 자연스럽게 나오는 주제들에 집중해요.” 그녀 역시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많이 하지만 그들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프린트로 활용하는 등의 방식은 아니라고 했다. “만나서 대화를 해요. 그냥 다짜고짜 뭘 하고 싶다고 말하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로 시작해요. 꼭 패션이 아니어도 아이디어가 많은 친구들을 막 괴롭혀요. 그럼 오히려 패션계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주죠.” 이런 과정들은 그녀의 관심사이자 취미이며 일상이었다. 이미 전 세계 주요 편집 매장 50여 곳에 입점된 브랜드 카이. 그녀는 뉴욕 컬렉션에도 꾸준히 도전하고 있었다. “뉴욕 컬렉션은 서울 컬렉션보다 순서가 먼저라 훨씬 긴장돼요. 개인적인 투자를 통해 힘들게 나가기도 하고 인지도도 없는 입장에서 쇼를 발표하니까 반응도 예측할 수 없고요. 하지만 그만큼 제가 성장하는 느낌이 들죠.” 욕심도 꿈도 포부도 큰 그녀. 그녀에게 SFDF는 의미가 컸다. “제가 상을 받았다는 것은 누군가는 못 받았다는 뜻이잖아요. 그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이 상을 받아서 더 잘한다는 소리 듣고 싶어요.” 열정으로 가득한 계한희, 그녀는 진짜 잘하는 디자이너가 될 것이다.

 

99%IS-
박종우(BAJO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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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DF는 굉장히 까다롭다. CFDA(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와 BFC(영국패션협회)는 물론 해외의 저널리스트·디자이너·스타일리스트들의 코멘트, 후보들의 작업 환경과 연 매출, 해외에서의 영향력 등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체크하고 평가한다. 한국 출신으로 일본에서 브랜드를 시작해 자리 잡은, 바조우라 불리는 디자이너 박종우는 그 때문에 이 수상이 더욱 기쁘다. “제게는 이 상이 확신을 줬어요. 타지에서 시작해 활동하고 있고 여러 나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제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브랜드의 몸집이 꽤나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브랜드 전체를 혼자 관리한다. 왜 일본일까. “일본에서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다시 한국에 와서 일을 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장에 맞게 공부를 했고, 힘들 걸 알기에 더 하고 싶었어요.” 그의 말에 굉장히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그것은 브랜드가 내포한 의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대체로 모르고, 알아도 별 관심 없는 1%의 문화가 누군가에게, 특히 저에겐 전부란 의미예요.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거란 뜻이죠.” 그는 언제나 눈을 검게 칠하고 다닌다. 이것 또한 이런 의미의 상징일까. “맞아요. 누가 뭐래도 전 계속하고 다녔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거니까. 어떤 여자가 이걸 좋아하겠어요. 택시도 안 잡히는데요(웃음). 하지만 누군가는 알아주니까요. 제가 어떤 디자인을 하면 누구는 이게 뭐냐고 하겠지만 누군가는 왜 이런 옷이 되었는지 알아주니까요.” 그 1%의 깊은 곳에는 펑크 록 무드가 짙게 깔려 있다.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심취해 있던 거라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이젠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 뻗어나가고 싶단 생각을 해요. 제가 새로운 틀을 만들면서 성장해나가는 거죠.” 그의 컬렉션은 자세히 봤을 때 더욱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완성한 정교한 작업, 특히 바조우 컬렉션의 상징과도 같은 오리지널 스터드 장식들은 웬만한 집중도와 인내가 아니고선 이루어낼 수 없는 결과라 더욱 특별하다. 매출이나 상업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지 궁금했다. “판매를 신경 쓰기보단 팔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요. 이건 조금 다른 문제거든요. 유행을 따라가기보단 유행을 만들고 싶은 거죠. 예를 들어 3년 전에 출시된 디자인인데 지금 다시 사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듯 꾸준히 저만의 것을 지키면서 나아가는 거죠.” 꼼데가르송, 조지콕스, 매킨토시…. 바조우는 이미 많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왔다. “아무래도 콜라보레이션을 할 경우엔 양쪽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판매가 될 수 있는 상품에 대해 논의해요. 개인적으로 요즘엔 패션보다는 가구나 인테리어 쪽 작업에 관심이 가기도 해요. 2015년 10월 정도에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발표를 앞두고 있고요. 구체적인 건 아직 비밀이에요(웃음).” 본인의 소신을 지키면서 성장해온 바조우. 그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을까. “요즘은 본인의 아이덴티티와 스타일이 확고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패션계는 패스트 패션이 만연하면서 스파 브랜드가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하지만 개인 디자이너가 그들이 하는 것과 같은 작업을 할 순 없어요. 오랜 전통을 이끌어온 하이 브랜드와 트렌드 중심의 스파 브랜드, 그 중간을 유지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나만의’ 기준과 소신이 확고해야죠.” 만약 해외 시장을 겨냥한다면 유럽 쪽으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뉴욕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처음엔 뉴욕 시장에 관심이 갔죠. 저와 같은 스타일의 디자이너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세상에 비슷한 스타일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그들이 뉴욕에 없는 것은 이유가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아티스트적인 감성이 높은 유럽 시장에 나가보고 싶어요.” 지금은 한국과 일본 중 든든한 뿌리가 되어줄 곳을 찾느라 고심 중이라고 했다. 하나 그의 뿌리가 어디든 널리 뻗어나갈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0년 뒤가 상상이 안 된다던 디자이너 바조우. 그의 반짝이는 미래가 그려지는 것은 나뿐일까.

 

PHOTOGRAPHER MIN HWA MAENG
EDITOR SEOK BIN SEO
HAIR & MAKEUP 장해인
MODELS 김예림, 이석찬
FASHION ASSISTANT 장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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