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의 서울

서울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은 수지의 등 뒤로 오래된 혹은 새로운 서울의 풍경이 길게 펼쳐졌다.

Fashion Miss A
수지의 서울
JAIN SONG by JA-IN SONG 블랙 호피 프린트 롱 니트 카디건은 제인 송.

“우와, 여기 신기하네요!” 수지는 세운상가에 처음 왔다했다. 세운상가에서 서울 사는 10명의 디자이너 옷을 입고 사진을 찍기로 해서다. 1~4층까진 음향 기기며 카메라, 스피커 등 온갖 전자제품이 빼곡히 놓여 있고 5층에서 8층까진 연구실과 사무실이 자리하는 곳. 앞으로는 종묘를,
뒤로는 남산 자락을 잇는 세운상가 일대는 1968년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한편으로 세운상가는 10대들의 금단의 장소이기도 했다. 의뭉스런 얼굴의 상점 주인이 옆구리를 쿡 찌르며 성인 비디오 등 ‘좋은 것’들을 건네주던 곳. 그렇게 1970년대 당시 ‘얼리어답터’를 꿈꾸던
젊은이들은 그런대로,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은 또 그런대로 세운상가에 모여들었다. 세운상가는 50여 년의 세월을 겪으며 반들거리는 생김새를 잃었지만 서울의 기초 체력을 길러냈던, 지난날의 위용만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자라난 지금의 서울, 여전히 좋은 것 많은 서울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좋기만 한 여자, 수지가 산다. 수지는 세운상가의 낡은 벽지 앞에서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밤거리 속 다닥다닥 줄지어 가는 차의 반짝이는 헤드라이트나 서로의 어깨를 부딪혀가며 길을 걷는 강남역의 사람들, 하얗게 눈이 내리던 삼청동의 거리 등 자신의 마음에 남은 서울의 풍경들에 대해 수지는 긴긴 말을 했다. 언뜻 소회를 풀어놓는 농익은 여배우의 얼굴을 한 듯도 했다. 오래된 건물 속, 옛날 여자의 얼굴을 한 요즘 여자 수지가 그곳에 있었다.

수지의 서울
PUSH BUTTON by SEUNG-GUN PARK 스트라이프 크롭트 톱과 핑크 새틴 팬츠는 모두 푸시버튼.
수지의 서울
THE STUDIO K by HYE-JIN HONG 프린트 톱과 쇼츠, 메시 스커트는 모두 더 스튜디오케이.
수지의 서울
STEVE J & YONI P by HYUK-SEO JUNG & SEUNG-YEON BAE 블랙 브라 톱과 메시 티셔츠, 니렝스 스커트는 모두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
수지의 서울
LOW CLASSIC by MYUNG-SIN LEE 레이스 셔츠와 데님 스커트는 모두 로우 클래식.
수지의 서울
GOEN.J by GO-EUN JUNG 레이스 소재의 스트라이프 블라우스와 데님 미니스커트는 모두 고엔제이.
수지의 서울
ARCHE by CHOON-HO YOON 블라우스와 쇼츠, 샌들은 모두 아르케.
수지의 서울
TIBAEG by EUN-AE CHO 레이스와 니트 소재를 매치한 니트와 블랙 쇼츠는 모두 티백.
수지의 서울
PAUL & ALICE by HYO-SOON JOO 레이스 블라우스와 데님 오버올은 모두 폴앤앨리스.

방송할 때랑 머리 색과 스타일이 다르네요. 미쓰에이 무대에선 구불구불한 갈색 머리를 하고 나오던데.
아, 이게 진짜 제 머리예요. 그땐 붙이는거고요. 지금 초록빛과 갈색빛이 도는 묘한 색을 하고 있어요. 한때 스트레스를 머리
색 바꾸는 걸로 풀었던 것 같아요. 정말 마구마구 염색을 해댔죠. 한 달에 서른 번은 한 것 같아요. 헤어스타일이 하도 바뀌어서 어떤 게 진짜 제 머리인지 아무도 모를 것 같아요.

개봉 예정인 <도리화가>에선 새까만 머리를 하고 나오죠.
네. 여류 명창 ‘진채선’ 역을 맡았거든요.

<도리화가> 촬영은 어땠어요.
판소리를 배우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목도 아프고 목소리도 예쁘지 않고요. 원래 노래하던 방식이 아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노래를 해야 했는데, 처음엔 도무지 이해가 안 갔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요?
다 놔버렸어요.

놔버렸어요?
네.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노래를 한 번도 한 적 없는 사람처럼 다시 배웠어요. 그러니까 좀 쉬워졌어요. 그래서
오히려 미쓰에이 녹음이 어려워졌지만요.

왜요?
창법이 변해버렸어요. 늘 목소리에 공기를 많이 실어서 노래하는 편인데 이번에 녹음할 땐 “수지 씨, 목소리에 좀 더 공기를 많이 넣는 느낌으로 노래합시다”라는 디렉팅에 깜짝 놀라서 되물었어요. “네? 뭐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다시 감을 잡느라 힘들었어요.

JYP 소속 가수들은 정말로 ‘공기’라는 표현을 쓰는군요. <K팝스타> 심사석에서 박진영 프로듀서만 쓰는 표현이 아니었어요.
하하. 그럼요. 평소에도 공기를 많이 실어 목소리에 여백을 많이 두며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K팝스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 전에 정승환 씨와 부른 ‘대낮에 한 이별’ 무대를 보다가 수지 씨가 노래할 때 감정몰입도가 좋단 생각을 했어요. 정말로 이별한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던걸요.
사실 굉장히 정신없는 스타일인데 노래하거나 연기할 땐 ‘팍!’ 하고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건 데뷔 이래 좀 훈련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엔 녹음이나 공연을 앞두고선 몇 시간 전부터 집중하고 일 생각만 했다면, 요즘은 순간 집중력이 생겼어요.

좀 더 프로다워진 건가요?
음, 글쎄요. 말하자면 ‘프로의식’은 예전에 더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무조건 잘 해야 하고, 그걸 망치면 나는 프로가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은 예전에 훨씬 많이 했어요. 요즘은 그런 생각은 잘 안 해요. 그냥 좀 더 능숙해진 것 같아요. 3시간 드는 걸 1시간에 할 수 있을 정도로만요.

가끔 그렇게 뭔가를 ‘후딱’ 해버리면 ‘내가 타성에 젖어서 대충 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던데.
맞아요, 맞아요! ‘예전엔 분명 오랫동안 공들여 한 것 같은데 벌써 해버렸네?’란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괜찮아!’ 하고 쿨하게 넘겨요. 예전엔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죄책감을 지니고, 대충 했나 걱정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냥 최대한 마음을 편히 가지려 해요.

그러면 훨씬 더 많은 걸 볼 수 있게 되죠.
맞아요. 예전엔 일만 생각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면, 요즘은 차가 달릴 때 바퀴가 도로를 스치는 ‘쏴아’ 하는 소리나 무겁게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 같은 것에 집중하고, 좋아하게 됐어요. 그래서 가끔 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그 소리를 녹음하고 있을때도 있어요.

직접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아한다면서요.
네. 드라이브하는 거 좋아해요. 팔당댐처럼 한적하고 조금은 휑뎅그렁한 곳이 운전하기 좋아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휙 하고 한 바퀴라도 돌고 와요. 요즘은 시간을 쪼개 쓰다 보니 그 길도 멀게 느껴져서 자주 못 가지만요.

팔당댐 말고 또 어딜 좋아해요?
삼청동이요.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엄마랑 갔었거든요. 그때 새하얗게 눈이 왔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그냥 걷고, 빈티지 숍에 들르고, 밥 먹고 그런 것밖에 안 했는데도요. 삼청동엔요,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것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기분이에요.

그렇다면 가장 서울스럽다고 생각하는 동네는 삼청동인가요?
아뇨. 강남역이요.

왜요?
제가 생각하는 서울의 이미지는 빼곡한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이 모두 휙휙 하고 제 갈 길 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는 풍경이에요. 혹은 일제히 이어폰을 꽂고 신문이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고요.

좀 슬픈 표정이네요.
꼭 슬프다기보단 가끔 사람들 사이로 감정이 섞여들 틈이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이미 무언가로 빽빽하게 찬 느낌이라서요.
가끔 어떤 사람의 표정이 기억에 남을 때가 있어요. 그냥 무심히 이어폰 꽂고 길을 지나는 사람의 표정 같은 거요.

하지만 서울은 아름답기도 하잖아요.
그럼요. 서울은 그리고 서울 사람들은 모두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풍경은 뭐예요?
웃기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요, 차 막힌 거리요. 낮 말고 밤. 물론 제가 그 현장에 없어야겠지만 주차장처럼 빼곡히 차가 늘어섰을 때 멀리서 그 풍경을 보면 반짝반짝거리잖아요. 도시의 풍경 같아서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여전히 그런 것들을 일기로 쓰나요? 손글씨 일기를 자주 쓴다고 들었는데.
얼마 전까진 그랬는데요. 요즘은 일기 대신 가사를 써요. 생각날 때마다 얼른 써두려고 휴대전화 앱도 내려받았어요.

비밀번호 걸 수 있는 걸로요?
그럼요. 하하. 누가 보면 웃을 만한 게 엄청 많거든요. 감정이 초 단위로 변해요. 날씨가 너무 좋다’라고 썼다가 3분 후에 갑자기 ‘휴대전화도 다 꺼버리고 싶다!!’라고 써두거나, 또 그 후에 ‘떡볶이를 먹으니까 행복하다’라고 썼다가 다시 ‘답장은커녕 도망가고 싶다!’라고 써두는 식이에요. 생각이 10분마다 한 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예전에 여자 아이돌로 살아가는 걸 ‘돛단배’에 비유했어요. 평가에 휘둘려서 가라앉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요. 그 생각은 여전해요?
아니요. 말씀드렸듯이 생각이 10분마다 한 번씩 바뀌니까요. 하하. 요즘은 쉽게 말해 돛단배처럼 살아가다가 물에 빠져버려도 그게 어쩔 수 없는 제 팔자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자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살아보니 어떤 삶의 방식이든 틀리지도 옳지도 않단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으로선 마음 편히, 건강하게 사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 싶어요.

솔직하네요. 여자 아이돌 입에서 ‘팔자’란 말이 나왔어요.
하하. 그런 말 잘 안 쓰나요? 어쨌든 요즘은 마음이 좋아요.

그게 가장 중요하죠.
그럼요. 우리 모두 건강해야죠.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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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IN SONG by JA-IN SONG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과 스커트, 롱 카디건은 모두 제인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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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BAEG by EUN-AE CHO 레이스와 니트 소재를 매치한 니트와 블랙 쇼츠는 모두 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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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 ALICE by HYO-SOON JOO 레이스 블라우스와 데님 오버올은 모두 폴앤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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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 ALICE by HYO-SOON JOO 레이스 블라우스와 데님 오버올은 모두 폴앤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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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 by HAN-HEE KYE 네크라인이 돋보이는 블랙 원피스는 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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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J & YONI P by HYUKSEO JUNG & SEUNG-YEON BAE 블랙 브라 톱과 메시 티셔츠, 니렝스 스커트는 모두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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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 ALICE by HYO-SOON JOO 레이스 블라우스와 데님 오버올은 모두 폴앤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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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UDIO K by HYE-JIN HONG 프린트 톱과 쇼츠, 메시 스커트는 모두 더 스튜디오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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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E by CHOON-HO YOON 블라우스와 쇼츠, 샌들은 모두 아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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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IN SONG by JA-IN SONG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과 스커트, 롱 카디건은 모두 제인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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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EDITOR SO H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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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up JUNG YO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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