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 man, Not a woman

Fashion genderless
Not a man, Not a woman

더 이상 남자냐 여자냐는 중요치 않다. 이건 그냥 패션일 뿐이다.

EDITOR SEOK BIN SEO

 

 

2015 F/W Acne Studios

 

 

Not a man, Not a woman

2015 S/S Loewe

 

 

 

한창 패션 매거진에 ‘남자 옷을 입는 여자들’이란 주제가 유행처럼 다뤄지던 때가 있었다. 당시엔 그런 여자들이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고 선구적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프렌드 진, 오버사이즈 코트, ‘남자친구의 것 같은 셔츠’ 등에는 관대했음에도 불구, 여자 옷의 디테일을 차용한 멘즈웨어에는 인색했더랬다. 그러나 지금 우린 페이스북과 구글 플러스 같은 전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에서 남녀 구분 외에 다양한(무성, 트랜스, 양성 등) 성별을 선택할 수 있고, 안드레아 페직(Andreja Pejic)이나 헤리 네프(Hari Nef) 같은 트랜스젠더 모델들이 런웨이를 점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젠 오로지 남자 옷, 여자 옷, 성별로 나누어진 매장 안에서 옷을 고르는 것 자체가 패셔너블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패션은 점점 더 성 중립 시대로 진입하는 중이다.

2015 F/W 시즌 구찌의 멘즈웨어 런웨이에는 소년 같은 소녀 룩 일색이었다. 실키한 리본 블라우스, 레이스 톱, 플라워 코르사주에 플랫폼 힐까지. 아크네는 ‘Gender Equality’가 새겨진 스카프로 패션 성별 중립론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에 나섰고, 꾸준히 도전적인 태도로 패션의 성별 구분에 자각심을 고취시켰던 J.W. 앤더슨은 지난 시즌 오프 숄더 톱과 볼레로 타입의 카디건 등을 선보인 것에 이어 뷔스티에를 매치한 듯한 셔츠, 깊은 브이넥의 파스텔 톤 블라우스 등 여성성을 가미한 룩들을 등장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3월, 영국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으로 손꼽히는 셀프리지는 ‘어젠더(Agender)’라는 팝업 스토어를 공개했다. 이는 남녀의 성별을 무시하고 옷을 진열한 매장으로, 소비자들은 ‘남자 옷, 여자 옷’이라는 구분 대신 본인들이 입고 싶어하는 옷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옷은 성별을 드러내는 도구가 아닌 개개인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된 것이다. 이 매장을
디자인한 페이 투굿(Faye Toogood)은 “앞서가는 많은 백화점들의 아이들 섹션은 아직도 남자와 여자아이를 블루와 핑크 색으로 구분한다. 우리의 시도는 이런 경계를 없애는 것이며, 누군가가 어젠더에서 쇼핑하길 원한다면 이것을 위한 굉장히 많은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즉, 한 가지 타입의 옷으로 남녀가 공유하는 유니섹스 스타일에서 나아가 여자가 남자를 위해 디자인된 옷, 남자가 여자를 위해 디자인된 옷을 성별 구분을 넘어 자유롭게 선택하고 개성에 따라 연출할 수 있는 때가 왔다는 뜻이다.

얼마 전 생 로랑의 2015 F/W 프레젠테이션 현장은 그야말로 패션 성-중립 체험의 장이었다. 사랑스럽고 화려한 베이비 돌 드레스들을 지나니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옷과 액세서리들이 걸린 행어 앞에서 눈이 하트 모양이 된 에디터들이 정신없이 구경 중이었다. 옆에선 모 패션 매거진의 남자 에디터가 힐이 족히 8cm는 되어 보이는 앵클 부츠에 발을 밀어 넣고 있었고, 동행한 모 여기자는 형광 빛에 가까운 풍성한 핑크 퍼 코트에 팔을 넣고 있었다. 물론 이는 전부가 F/W 시즌의 생 로랑 남성 컬렉션.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패션 남녀 평등의 시작이 아닐는지.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남녀로 구분되는 것에 익숙하다. 태어나 처음 두르게 되는 담요와 유모차 색부터 꽃무늬, 자동차같이 선택되는 패턴과 장식마저도. 하지만 지금 패션계는 성별에서 벗어나 본연의 색을 갖고 더 자유로워지라고 외치는 중이다. 옷은 옷일 뿐, 남자와 여자라는 표식이 아니라고.

 

 

Not a man, Not a woman

2015 F/W Gucci

 

 

Not a man, Not a woman

2015 F/W Saint Laurent

 

 

Not a man, Not a woman

 

2015 F/W J.W. A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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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에디터 최지웅과 패션 에디터 이종현이 글로 쓰는 같은 이슈 다른 내용, 이른바 '최대리'. 편집장은 매달 이들의 한판 승부를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