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ood cook

‘음식’에는 우리가 지금껏 먹어온 만큼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코끝의 달큰한 향을 잊지 못해 요리를 시작한 사람부터 오로지 ‘알리오 올리오’만을 만들겠다는 야매 요리사, 음식과 예술을 연관시킨 예술가, 밤마다 술상을 차리는 포차 사장까지. 꼭 빳빳한 셰프복을 입은 요리사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도 저마다의 이야기에 따라 많고 많은 밥상들이 차려진다.

Art+Culture 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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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알’ 조인철
조인철은 밴드, 콤파스 그리고 선결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드러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리오 알’이라는 괴상한 이름과 함께 알리오 올리오 전문가라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물론 ‘알리오 올리오 전문가’라는 명칭은 스스로 붙인 것이고 후에 이 야매 요리사는 메뉴 변경에 따라 골레봉(봉골레), 소바야키(야키소바) 등으로 닉네임이 변할 수도 있다. 사실 리오 알(조인철)은 이제 막 무언가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아주 보통의 30대 싱글 남성이다. 하지만 새벽 2시에도 전화 한 통이면 무엇이든 배달되는 시대를 살며 시간을 들여 자신의 밥상을 차려 먹겠다는 결심을 하고 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당신 앞에 놓인 햇반 혹은 각종 레토르트 식품은 안다.
당신은 왜 리오 알, 알리오 올리오 연구가인가요?

마늘을 좋아합니다. 아시다시피 ‘알리오’는 마늘이라는 뜻인데 그것을 세계화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성을 뒤로 뺐습니다(웃음). 조인철을 인철 조라 하듯이요.

왜 하필 알리오 올리오인가요?

기본기가 탄탄해야 훌륭한 맛이 나오는 요리라는 점에 끌렸어요. 사실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올 초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아직도 이래저래 연습 중이에요. 사실 ‘실력’이라 부를 만큼 잘 만들지도 못하지만, 무언가를 만들어 먹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알리오 올리오에 대해 연구한 바를 이야기해준다면요?
앞서 말했듯 일단 기본기가 튼튼해야 하는 음식 같습니다. 불 그리고 시간에 능숙한 자가 되어야 하고, 각 재료별 특성을 공부해야 올바른 맛을 낼 수 있는 음식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른 모든 음식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라 알리오 올리오를 통해 음식에 대해 처음 제대로 알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당신의 요리를 맛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 요리를 가장 많이 맛본 사람은 저 다음으로는 애인, 친구들, 가족 순이에요. 평생 차려준 밥상을 받아 먹기만 했으니 연구하는 중이에요.

알리오 올리오 말고도 다른 음식을 만드시나요?
종종 간단하게 만들어 먹어요. 20대 중반부터 종종 그랬는데, 밤에 라면을 먹고 자는 것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던 시기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던 때가 맞물립니다. 우습지만 제 요리는 속도 편하면서 영양가 있는 야식을 찾으며 시작됐어요. 제가 만들어 먹는 게 가장 좋겠다 싶었거든요.

사람들이 쉽게 음식을 해 먹지 못하는 건 그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장을 보고, 식자재를 다듬고, 음식을 지지고 볶는 과정이요.
하지만 저에겐 하나하나의 과정이 모두 연구 대상이에요. 먹는 행위란 무엇인가, 요리란 무엇인가, 인간은 언제부터 더 맛있는 것을 찾게 되었나, 맛의 취향은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거창하게 이야기해서 부끄럽지만 그런 것들이 다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음식을 만드는 행위가 당신의 다른 영역, 가령 음악에도 영향을 끼치나요?
반대의 이야기인데, 오히려 음악을 하며 배운 것을 요리를 할 때 이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음식 만드는 행위도 기본이 중요하거든요. 들인 시간이 겹겹이 쌓였을 때 결과물은 점점 상향 평준화가 된다. 그 당연한 인과를 알고 있으므로, 저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계획된 커리큘럼이 있나요?
알리오 올리오를 끝내면 야키소바를 그리고 봉골레를 할 계획입니다. 그다음엔 뭘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최종적으론 동치미로 제 커리큘럼은 끝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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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그라운드’ 안아라
안아라를 알게 된 건 ‘홈그라운드(Home Ground)’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다. 그녀는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결과물, 자신이 꾸린 메뉴의 사진을 꾸준히 포스팅했다. 음식과 관련된 과정을 모두 기록한다고 했다. 수많은 음식 포스팅 중 유독 그녀의 것이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그녀가 식자재를 대하고 조리하는 사려 깊은 방식 때문이었다. 식자재가 가진 색, 온도, 촉감, 향기 등의 조화를 고려하고, 다양한 식자재들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공유하는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선 가끔은 알싸한 계피 향 또 가끔은 고소한 빵 냄새가 난다.
‘홈그라운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식재료와 요리, 요리 책 등 음식과 관련된 각종 모임에 참여하고, 음식이 필요한 곳의 상황에 맞춰 메뉴를 준비합니다. 올 1월에 독립하고자 2년을 도맡아 운영하던 식당을 나오면서 홈그라운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친구들이 쓰지 않는 좋은 그릇들을 모아주고, 회사의 중요한 행사에 필요한 출장 요리 일을 의뢰하기 시작했어요. 준비하는 과정을 SNS에 알리고, 주위의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 자리를 마련하면서 소정의 식사비도 받았죠. ‘요리사’라는 단어가 가장 호칭하기 쉬워서 저를 요리사로 설명하고 있어요. 하지만 식당에서 일할 때처럼 메뉴를 꾸리고 요리를 하며 가게를 운영하던 때에 비해 홈그라운드에서는 요리라는 영역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맡아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홈그라운드의 모든 활동(스스로 홈워크라 부르는) 과정을 일일이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을 스스로 보게 되면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고 수확되어 시장에 쌓이는지에 대해서, 계절에 따른 생산물의 변화와 순환에 대해서 자연스레 관심이 갑니다. 그걸 제가 가져와 다듬고 어떻게 적절하게 쓸까 궁리하는 것의 즐거움까지 사람들과 공유할 요량으로 꾸준히 업데이트 하고있어요. 맛있고 멋있는 음식은 많고, 찾아가 먹는 즐거움도 크지만 ‘외식과 맛집에 집착하지 말고 스스로 요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요리가 일이 아닌 사람들에게 요리는 취미와 심신 수양의 한 방법이지만, 동시에 요리는 분명히 생존 기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론 귀찮은 일도 있지만 주는 즐거움 또한 크니 하려고 시도해보는 것이 자신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에도 가고 요리도 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리 과정을 공유해요.

음식을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좋아하는 단계는 언제인가요?
메뉴를 정하는 일은 가장 고민이 많은 과정인데, 여러 메뉴끼리의 조화를 그리면서 상상하는 일이 재밌습니다. 장을 보기 위해 시장에 가기까지가 참으로 귀찮고, 물건을 실어나르는 일이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지만, 일단 장에 가면 기운이 생기고 신이 나요. 재료를 집에 다 모아놓고 잠시 쉰 뒤 하나씩 식자재를 다듬으면서 마음을 다잡는데, 이 과정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수양하는 기분이 듭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지루한 와중에 깜짝 선물을 받는 것 같습니다. 잘 양념해 오븐에 넣어놓고 잠깐씩 들여다보다 꺼내어 결과물을 봤을 때나, 하나씩 따로 조리해 합쳐놓았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멋진 것이 나오면 뛸 듯이 기쁩니다.
가장 좋아하는 식자재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뭔가요?
다 좋아하지만, 가장 자주 먹는 것은 달걀입니다. 친구와 달걀 요리를 이야기하다 “달걀은 꼭 내가 무슨 짓을 하든 감싸주는 상상 속의 엄마같이 따뜻한 맛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게 좋아하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그냥 대충 한 끼 때우자”지요. 말씀처럼 그냥 먹는 것 말고 ‘무엇을 해 먹을지’ 궁리하는 일은 왜 중요한가요?
말씀드린 것처럼 요리는 생존 기술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섭취하는지를 신경 쓰지 않으면, 몸이 반응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당에 있을 때는 제 끼니에 굉장히 소홀했는데, 그러면서 몸이 많이 나빠졌어요. 대충 때우는 한 끼도 있다면, 부족한 영양을 채워주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오니까요. 그런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건강해야 하고요. 그것이 홈그라운드를 느슨하게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혼자서도 잘 해 먹어요’ 워크숍을 진행하신 적 있죠. 궁극적으로 혼자서도 잘 해 먹는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스스로 장을 보고 냉장고를 정리하세요. 장을 보실 때, 되도록 가공식품 말고 비교적 저장 기간이 긴 감자, 양파, 달걀, 계절 채소, 치즈 등을 구비하고 ‘볶아 먹기’처럼 아주 간단한 방법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서도 잘 해 먹어요’에서도 휴대용 버너 하나와 프라이팬 하나를 가지고 감자, 양파, 달걀, 토마토, 치즈 등으로 금방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소개했는데, 그렇게 작게, 쉽게 만들어 먹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사람들의 밥에 대한 책을 쓰고 계시다고요.
네. 구체적인 레시피와 간단한 에세이가 담길 예정입니다.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혼자 살면서 자신만의 끼니를 챙기는 것에 대한 것이니 제 또래를 비롯한 많은 독거 처자,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으면 합니다. 오래전부터 친구들이 지금 자기 집에 무슨 재료가 있는데 뭘 만들면 좋을지 제게 많이 물어왔어요. 지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란 프로그램을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의 냉장고 사정은 그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자신이 당장, 직접 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시연 없이 통화나 문자, 메신저로만 알려줄 수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책에는 제가 제 냉장고를 굴려서 만들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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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가세요’ 박혜민 작가
박혜민 작가는 인천 수봉다방 앞에서 “밥 먹고 가라”고 외쳤다. 그 소리에 문구점 앞에 쪼그리고 앉아 게임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던 꼬마도, 평상에 앉아 시간을 죽이던 할머니도 모두 다방 안으로 모여들었다. 그들 앞에서 박혜민 작가는 떡만둣국을 끓이며 밥상을 준비한다. 이 밥상에 앉으려면 작은 규칙 하나를 지켜야 하는데, 떡만둣국의 재료들을 준비해 오는 것. 박혜민 작가는 파를 가져오면 캔버스에 작게 그려진 파 그림을, 떡을 가져오면 떡 그림을 주는 물물교환을 통해 음식 재료를 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끓여진 떡만둣국은 그곳에 자리한 많은 이들의 배를 불렸다. 박혜민 작가는 ‘밥 먹고 가세요’ 프로젝트를 세 번 진행했다. 그 밥상엔 떡만둣국, 짜장면, 부대찌개가 차려졌고, 식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손엔 박혜민 작가의 그림이 들려 있었다. 누군가에겐 오랜만에 함께 먹는 밥상이었을 테고, 또 누군가는 처음 작가의 작품을 지니게 된 것이기도 했다. 그곳에 자리한 모두의 배도, 마음도 두둑히 불렀다.

 

‘밥 먹고 가세요’ 프로젝트를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인천의 ‘수봉다방’은 원래 슈퍼로 쓰이다 굉장히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고 비어 있었죠. 그러다 지역 작가들끼리 수봉다방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안에서 전 뭘 할까 하다가 예술을 가장 친숙하고 정겨운 행위인 ‘밥 먹는 것’과 연관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먹고 마시며 친해지잖아요.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해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전시에 참여하는 셈이고요. 그래서 음식 재료를 가지고 오면 제 그림과 교환을 해주고 그 재료로 밥을 해 먹는 프로젝트를 생각해냈어요.

일반 서민들은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먼 일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파, 달걀로 작가의 작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맞아요. 어떤 분은 “처음으로 작가 작품을 가져봤다. 감격스럽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며 관객과 저 사이 어떤 유대 관계가 생기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뿐만 아니라 이 프로젝트 자체를 좀 신기해하고 기특해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셔서 어떤 할머니께선 집에 감자가 많다며 바리바리 싸다 주시기도 했죠.

프로젝트의 음식 메뉴는 어떻게 정하신 건가요?

첫 프로젝트의 주제였던 부대찌개는 다양한 재료들을 모두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정했던 것이고요, 떡만둣국은 설날을 맞아, 짜장면은 인천 수봉다방에서의 마지막 전시였기 때문에 졸업하는 기분으로 했어요. 3가지 메뉴 모두가 부담 없이, 친숙하게 먹을 수 있어서기도 했고요.

우스운 질문이지만 만드신 음식은 맛있었나요(웃음)?
하하. 사실 저도 오래 살았고 제가 먹는 밥상 정돈 직접 차리지만 많은 양의 음식은 거의 해본 적이 없어 걱정이 컸어요. 점점 참여하는 분들이 늘어나 가장 최근 프로젝트인 짜장면은 한 번에 50~60인분을 만들어야 했거든요. 하지만 다들 맛있게 드셨어요. “이걸 더 넣었어야지!” 하고 훈수를 두시는 어머님들도 계셨지만요(웃음).

다음엔 어떤 곳에서 어떤 음식을 만들 계획이신가요?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다만 장소와 사람이 정해지면 그에 꼭 맞는 ‘맞춤형 메뉴’를 준비할 생각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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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봉포차’ 정효봉
아빠는 집에서 자주 술을 드셨다. 어렸을 때 나는 늘 그 옆에 앉아 있었는데, 아빠의 술상엔 늘 군침 도는 안주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언제나 “애주가는 미식가”라 우겼다. 오롯이 아빠가 먹는 회며, 족발이며, 고래 고기 같은 안주에만 관심이 가 그 말을 흘려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뜻을 알 것도 같다. 지난한 하루의 끝,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에 술 한 잔과 함께 입에 들어가는 안주는 당연히 그럴듯하고 맛있어야 하지 않을까. 효봉포차의 정효봉은 그 마음을 안다. 그래서 ‘상어찜’, ‘도미탕수’, ‘고등어깐풍’ 같은 손 많이 가는 음식을 떡하니 포차 메뉴에 내놓거나, 영업 후 졸린 눈을 비비며 매일 새벽 시장에 간다. 그렇게 효봉포차의 정효봉은 매일 아침 정성 어린 밥상을 차려내는 어머니처럼 매일 밤 정성 어린 술상을 내는 중이다
효봉포차는 ‘술집’이면서 늘 전문 식당 못지 않은 메뉴들을 선보입니다. 메뉴를 놓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입니까?
물론 메뉴 구성에 뻔한 안주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이를 배제하는 편입니다. 뻔한 안주는 어디서든 먹을 수 있으니까요. 서울 바닥에서 좀처럼 먹어보기 힘든 안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상어찜’이라든가 ‘도미탕수’, ‘고등어깐풍’ 같은 메뉴들이 그렇습니다.

포차의 성격상 사람들은 ‘술’에 곁들이는 안주로 음식들을 먹습니다. ‘안주로 좋은 음식’은 어떤 것들이라 생각하십니까?
안주로 좋은 음식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술에 취해서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미각을 잃습니다. 뇌가 술로 인해 맛을 느끼는 데 둔감해지죠. 때문에 좀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됩니다. 이 간극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희 포차는 건강을 생각해서 조미료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술안주가 맛있다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최고의 술안주는 진짜 맛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래야만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전념할 수 있을 테니까.

효봉포차의 킬링 메뉴는 무엇이고, 이유는 뭔가요?
현재 킬링 메뉴는 ‘도미탕수’라는 녀석입니다. 일단 비주얼이 압도적이고, 고급 중국집에서 팔긴 합니다만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도 아니거니와 맛 자체에도 상당히 만족을 하셔서 단골 중에 이것부터 찾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늘 질 좋은 식자재들을 이용하시는 듯합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새벽 시장에 간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이변이 없는 한 거의 매일 수산 시장에 가서 장을 봅니다. 보통 가게를 마감하면 새벽 5시 정도 되는데 그 시간에 수산 시장을 갑니다. 해물은 냉동으로 들어가는 순간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하루하루 팔 만큼만 가져오고 있어요.

계절과 시세에 따라 메뉴가 자주 바뀐다고 들었습니다. 고정된 메뉴가 아닌 매번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주방 메뉴를 개발하는 실장님께 의존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실장님으로부터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게 나오고 전 그 중에 선택을 합니다. 메뉴를 개발하는 일은 옆에서 보기에도 상당히 까다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만, 실장님이 워낙 요리하시는 걸 좋아해서 단가가 맞는 어느 식재료를 사 가도 뚝딱뚝딱 처리하십니다.
식당의 주인은 늘 자신이 먹을 음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지요. 그건 얼마만큼의 노력을 요하고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나요?
제가 먹는 음식이라면 아무거라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에 온 손님만큼은 쓰레기를 드시게 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매일같이 손수 장을 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바로 정성.

포차의 음식을 먹어본 손님들의 반응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글쎄요. 똑같은 안주를 4개 시켜 드신 분 생각이 납니다. 어떤 안주인지는 비밀로 해둘게요.

효봉포차를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술집은 마음의 위안을 받기 위해 찾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러기 위해 술을 마셔왔고요. 따뜻하게 사람을 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방장이 따로 계시지만 직접 음식도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음식을 하는 데 기쁨을 느끼시는 편인가요?
음식을 만든다고 해봐야 주방장이 만들어 놓은 레시피대로 요리를 할 뿐입니다. 그건 정확히 말하자면 요리가 아니라 조리입니다. 하지만 가게를 하기 전에, 지금은 내 곁에 없는 여자친구에게 자주 요리를 해주곤 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는 일은 정말 값진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PHOTOGRAPHER MIN HWA MAENG

EDITOR SO H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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