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ily Ever After

우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화장품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테다. 이렇게, 예쁘게.

Beauty Beauty item
Happily Ever After
중독성 있는 머스크가 플로럴 향기와 만나 관능적인 이미지를 자아내는 유니섹스 향수. 키엘(Kiehl’s)의 오리지날 머스크 블렌드 No.1 EDT.

화장품은 더 이상 바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핸드백 속에 넣고 자주 꺼내 드는 액세서리의 기능을 한 지 오래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감상을 하는 소장품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취향을 온전히 드러내는 디테일. 그것이 바로 뷰티 아이템이다. 그래서 한 달에도 수백 개씩 쏟아지는 신상 화장품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는다. 사회 활동에 동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제품이 있는 반면, 일단 완성된 제품에 적당한 이야깃거리를 갖다 붙이기 위해 예술가와 협업한 패키지를 제작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오래된 지역이나 건물, 사건, 유명 인사로부터 영감을 받아 어떻게든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다. 지역으로부터 시작한 아이섀도를 바르면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들지 않던가. 이처럼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는 논리적인 설득보다 강한 힘을 갖는다. 그리고 우리는 감성에 휘둘려 쉽사리 지갑을 연다

<데이즈드>는 이렇게 과도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진정한 헤리티지의 가치를 지닌 제품이 홀대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동화 같은 진짜 이야기가 담긴 4가지 아이템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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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는 머스크가 플로럴 향기와 만나 관능적인 이미지를 자아내는 유니섹스 향수. 키엘(Kiehl’s)의 오리지날 머스크 블렌드 No.1 EDT.

Since 1920’s Love Oil

머스크라 불리는 사향은 어떤 블렌드로 제조하느냐에 따라 감미롭기도, 관능적이기도 한 향수의 핵심 원료다. 이러한 머스크 향수의 시초가 바로 키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약사 키엘의 조수이자 약국을 물려받으면서 뷰티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역이며, 러시아 이주민이었던 어빙 모스(Irving Morse)가 만든 오리지날 머스크 블렌드 No.1이 바로 그것. 그의 먼 친척이었던 칼(Karl) 왕자가 제조한 오리지날 머스크 오일은 1921년 당시 너무나 섹슈얼한 향기라는 이유로 지하 창고에 감춰져야만 했다. 그렇게 ‘사랑의 묘약(Love Oil)’이라는 이름을 달고 숨겨져 있던 이 오일이 매장 리뉴얼을 통해 1958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1963년, 남녀 공용 향수로 판매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인기는 대 폭발. 출시 이후 53년째, <월스트리트 저널>이 가장 훌륭한 남녀 공용 향수로 언급했을 정도다. 대체 얼마나 관능적이냐고? 스프레이하는 순간, 상큼한 오렌지 꽃과 베르가모트의 꿀 향기가 불꽃처럼 터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일랑일랑, 백합, 장미, 네롤리의 은은한 플로럴 향취가 발산된다. 뒤이어 통가 너트와 머스크가 피부에 밴 듯 잔향을 남긴다. 섹시한 뉘앙스와 시크한 무드를 동시에 자아낼 수 있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섹시함은 이토록 시간이 흘러도 쉽게 변치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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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에센셜 오일이 은은한 아로마를 전한다. 버츠비(Burt’s Bees)의 비 캔들.

Since 1984 Beekeeper

히치하이킹이 활발하던 1980년대 미국, 괴짜처럼 수염을 풍성하게 기르고 노란 픽업 트럭을 몰던 버트 샤비츠(Burt Shavitz)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길가에 서 있는 아티스트, 록산느 큄비(Roxanne Quimby)를 만났다. 당시 동네에서 버트는 꿀벌을 사랑하는 양봉가로 꽤 유명했고, 그와 그녀는 단짝이 되었다. 그들은 함께 벌집에서 나온 비즈왁스를 이용해 양초를 만들었다. 근처의 초등학교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페어에서 판매도 했다. 작은 로컬 페어에서 비롯된 비즈왁스 양초의 매출은 200달러 정도였지만, 이들은 1년도 지나지 않아 2만 달러의 수익을 달성하게 된다. 2015년의 지금 우리가 구입할 수 있는 비 캔들은 당시의 곰돌이나 과일 모양을 닮은 초는 아니다. 그러나 꿀벌이 다가올 듯한 달콤한 향기로 심신이 평안해지는 아로마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비즈왁스 양초가 있었기에 립 밤부터 화이트닝 스킨케어, 퍼퓸 보디 케어까지 자연에서 얻은 착한 코즈메틱을 만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버츠비가 얼마나 착한지는 그린 브랜드 서베이 1위를 차지했다는 것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산업 폐기물을 바이오가스나 전기 또는 시멘트를 만드는 재료로 재활용하며 쓰레기 배출을 전혀 하지 않는 것에 성공한 것. 아쉽게도 버츠비의 버트 할아버지는 지난 7월 5일, 향년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단순하고도 고집스러운 꿀벌 사랑 아이디어가 이 양초 하나에 다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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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게 보습막을 형성하고, 영양을 공급해 윤기 있는 피부로 가꾼다. 프레쉬(Fresh)의 크렘 앙씨엔느.

Since B.C. 100’s Real Handmade

기원 전 2세기,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였던 클라우디우스 갈레누스(Claudius Galenus)는 왕의 명령을 따라 로마 검투사들의 상처 치유를 위한 크림을 만들었다. 달아오른 피부는 진정되고, 외부 유해 요소로부터 자극받지 않도록 피부를 보호했다. 18세기의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도 이 기록을 바탕으로 개발한 크림을 얼굴과 데콜테의 탄력을 위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18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프레쉬의 연구소는 이 전설적인 포뮬러를 고대의 제조법 그대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원료를 손수 섞어 한 병 한 병 손으로 직접 담는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중에도 수도원에서는 한 병의 크렘 앙씨엔느를 만들기 위해 수도승이 열심히 손으로 젓고 있을지 모른다. 이 크림의 비법을 개발하고 전수해온 수도사들은 당시 종교적 역할을 했음은 물론, 과학자이자 연구원이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 성분들을 실험해온 선구자들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갈레누스의 크림 제조 비법은 사라져버렸을 거다. 그리고 실제로 비법 그대로의 크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해진 온도에서 반드시 수작업으로만 다루어져야 하는 섬세한 핸드 블렌딩이 필요하다. 성분의 효능을 최대한 파괴하지 않는 유일한 제조 방법이다. 이 응축된 진귀한 원료와 수도승들의 신성한 노동을 통해 완성된 크림에는 고대의 핵심 성분과 그와 동일한 작용을 하는 현대식 포뮬러가 조화를 이루며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예민한 피부에 섬세하게 영양을 공급한다. 민간 요법이 1000년 넘게 인정받는 셈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더 이상 민간 요법이라 부를 수 없겠다.

 

Happily Ever After
속눈썹 사이사이로 포뮬러가 발려, 짙고 풍성한 눈매를 만든다. 메이블린 뉴욕(Maybelline New York)의 그래이트 래쉬.

Since 1915 Mabel Story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뉴욕, 메이블 윌리엄스(Mabel Williams)라는 젊고 대담한 여성이 바람둥이 남자친구에게 차였다. 실연의 아픔에 빠진 여동생을 안타깝게 여긴 그의 오빠-당시 화학자였던- 토마스 L. 윌리엄스(Thomas L. Williams)는 바셀린과 석탄 가루를 혼합해 여동생의 속눈썹에 발라보게 했다. 그 결과, 메이블은 풍성한 속눈썹으로 자신감을 되찾아 사랑하던 쳇 휴즈(Chet Hews)를 다시 꼬이는 데 성공한다. 심지어 결혼에 골인했다! 메이블린은 이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메이블과 바셀린을 합성한 메이블린으로 지었다. 그러니까 이후 전 세계 여성들에게 메이크업의 힘을 전파하고, 글로벌 메이크업 트렌드를 주도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마스카라 덕분이다(바람둥이 남자친구 덕분이라고는 못하겠다). 지금 메이블린에는 롱 래시, 볼륨, 워터프루프, 스머지 프루프 각각의 기능을 지닌 마스카라가 출시되었지만 그래이트 래쉬는 그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포뮬러를 가졌다. 이 기운을 빌리면 바람난 남자친구도 되찾을 수 있으려나? 분명한 건, 풍성하고 짙은 속눈썹으로 눈매를 그윽하게 만드는 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메이블이 증명했지 않나.

 

 

 

photographer JAN DEE KIM

editor DA HYE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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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먼저 치장하고 옷을 입었어. 봄이니깐.

Feminine, Dangerous, Fun Kim Su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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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는 이제 좀 지겹지 않니?” 현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요소는 ‘핑크’를 넘어선 페미닌(Feminine), 데인저러스(Dangerous), 펀(Fun)으로 압축된다. 톱 모델 김성희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옹골지게 자신의 길을 갈고닦아온 <데이즈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가장 세계적이며 동시대적인 얼굴이다.

Music Treatment
Beauty Dj Soulscape

Music Treatment

음악은 소리에 질서를 부여한 집합이다. 단순한 요소들이 서로 리듬과 음정의 조화를 이루어 균형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그로부터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얼마나 자연스러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그것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두드러지도록 표현하는지가 관건이다. 늘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데이즈드>는 뷰티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음악을 소개하려 한다. 물론, 뻔한 CM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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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Beauty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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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화장품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테다. 이렇게, 예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