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Treatment

음악은 소리에 질서를 부여한 집합이다. 단순한 요소들이 서로 리듬과 음정의 조화를 이루어 균형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그로부터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얼마나 자연스러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그것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두드러지도록 표현하는지가 관건이다. 늘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데이즈드>는 뷰티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음악을 소개하려 한다. 물론, 뻔한 CM송이 아니다.

Beauty Dj Soulscape
Music Treatment

‘도대체 넌 왜 그렇게 예뻐? / You said 이유는 내 스킨 톤 / What is U R 비결? / You said 내 비결은 진주알 애니 쿠션 / 넌 진짜 진주보다도 화사해.’ 이 가사는 피부가 화사해진다는 명확한 전달력을 지녔다. 적나라하게 뱉어내는 제품명으로 에뛰드 하우스의 진주알 애니 쿠션을 노래한다. 제목도 ‘화사해’다. 빈지노가 쓴 이런 일차원적인 광고성 가사가 그의 목소리와 프로듀싱을 거쳐 듣기 좋은 음악으로 거듭났다. 사실 뷰티 브랜드와 뮤지션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음악을 만들어낸 건 꽤나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넌 밝아서 아리따워 / 넌 당차서 아리따워 / 자신 있고 솔직한 그대의 모습이 아리따워 / 찾아봐요 당신만의 아리따움’과 같은, 다이나믹 듀오와 바비킴이 예찬하는 ‘나만의 아리따움’도 어렴풋이 떠오르지 않는가. 사랑스러운 멜로디에 사랑받는 기분이 들게끔 만드는 가사로 감성 소구의 결정판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세련되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데이즈드>는 이번 달, 광고의 범주를 벗어나 ‘뷰티’ 그 자체를 위한 아름다운 음악을 찾았다.

“화장품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나’를 위한 것이고, 이것은 매우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그리 정돈이 잘되지는 않았지만, 거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화장품들처럼 편안함을 주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 음악들도 작은 편성으로 더 개인적이고 조그만 추억들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DJ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에스피오네(Espionne a.k.a DJ Soulscape)가 빌리프와 함께 음악 작업을 하면서 말했다.“우리나라에서도 레코드 문화가 정점에 이른 시기였던 1970년대 모 전축 회사라든지, 백화점에서 이런 재미있는 콘셉트의 음악을 발표했던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의미 없는 컴필레이션이 아닌, 제품의 가치와 감성을 담은 음악을 제작한다는 건 모든 것이 빨리 소비되고 철저히 가공되는 오늘날에는 잊힌 콘셉트이기도 합니다.” 뷰티를 위한 음악이 CM송과 다른 가장 큰 차이다.

빌리프는 전통적으로 전해지는 허브 처방전을 바탕으로 과장 없는 자연 그대로의 본질, 원료 그대로의 특성을 살리는 뷰티 브랜드다. 에스피오네는 빌리프의 론칭부터 새로운 시도를 함께해오고 있다. 단순히 바르는 것을 넘어, 마음과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음악을 통해서도 피부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가공을 배제하고 솔직한 기능에 충실하다는 콘셉트에 맞춰 가장 단순하고 전통적인 레코딩 기법과 작·편곡 방식을 기반으로 한 첫 번째 앨범, <The Formula>가 이렇게 탄생했다. 1960~70년대 유럽의 라이브러리 레코드, 상업 제품을 위해 만들어진 테마송 같은 음악, 그리고 제품의 감성을 연결하기 위한 음악적 오마주로부터 시도된 것이다. 이 즐거운 음악적 실험에 소비자들은 흥미를 느꼈고, 다음 앨범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치 빗방울처럼 피부를 적시는 빌리프의 제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2집 <Raindrops>다. 1950년대 해먼드 오르간, 문방구에서 구입한 실로폰, 실제 1970년대 방송국에서 사용하던 레코딩용 콘솔로 흡사 영화의 사운드 트랙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3집 <Celebration>은 한 단계 더 발전한 음악성을 띤다. 네이피어스 박사의 허브 처방전 150년 역사와 빌리프의 탄생 1주년이 더해진 151년을 기념하면서 1-5-1도의 화성 진행에 힌트를 얻어 계산적으로 만들어졌다. 그저 분위기만 강조하지 않고 음악 그 자체의 가치를 높였다는 얘기다. 스테레오 채널 양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뜻하는 오디오 용어를 테마로 한 4집 <Duophonic>은 양쪽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소리가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사랑을 하듯이, 우리 피부는 서로 다른 성분의 화장품을 만나 하모니를 이루고 그 과정은 더 아름다운 피부를 약속한다는 상징이다. 계속해서 진행된 작업들은 5집 <Triangle>에서 뮤직 콜라보레이션의 정점을 찍는다. 브랜드의 3주년을 의미하고, 동시에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드럼이라는 악기 3개를 기반으로 가장 순도 높은 경음악 정서를 담았다. 4주년에는 6집 <Four Notes>에서 4개의 음계로 4주년을 축하하는 시그널을 만들기도 하고, 4개의 맬릿-망치 모양으로 생긴 타악기-연주와 비브라폰으로 맑고 부드러운 울림을 청각화했다. 모든 사운드 트랙이 4개의 악기들로만 구성된 것도 재미있다. 전자음이나 인공적인 소리를 배제한 맑고 부드러운 울림의 청각화로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이끌어낸다. 얼마 전 발매한 7집 <Fifth Dimension>은 빌리프의 5주년을 축하하며 4/5박자의 리듬으로 문을 연다. 숫자 5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라이너스의 담요로 잘 알려진 연진,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 국내 유일무이한 재즈 비브라폰 연주가 이희경, 퍼커션 연주자 돌까지 각 분야를 대표하는 5명의 아티스트와 함께했으니 이미 음악적 완성도는 검증된 셈이다. 프로덕트를 위한 사운드 트랙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많은 음악 팬들에게 각인시킨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영국 전원의 편안한 정취와 함께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선사하는 러쉬 스파 역시 특별한 음악을 만든다. 물리적인 시술이나 값비싼 화장품을 주축으로 하는 에스테틱과 달리, 현재 ‘나’ 자신의 감정 상태와 느낌에 맞춰 내면을 치유하는 러쉬 스파는 가정집을 방문한 듯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품 개발자와 심리 치료사, 에스테티션을 일컫는 소울 테라피스트가 함께 만드는 정신적인 치유에 좀 더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에 어울리는 음악은 각 트리트먼트 테마의 특징에 맞게 만들어졌다. 러쉬의 창립자인 마크 콘스탄틴(Mark Constantine)과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된 저명한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사이먼 에머슨(Simon Emmerson)의 콜라보레이션이다.

“그동안 추구하였던 우리만의 목소리와 방식, 악기로 음악을 완성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사이먼의 전통적인 포크 음악과 마크가 직접 녹음한 자연의 소리 그리고 영국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이 어우러진다. 실제로 마크는 뱃사람이 아니면 좀처럼 듣기 힘든 조류, 슴새의 소리를 수집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이 덕분에 러쉬 스파 트리트먼트 앨범을 감상하노라면 도심에서 벗어나 숲 속에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러쉬 스파를 대표하는 <시네스티지아>는 본격적인 스파가 시작되기에 앞서 심리 상태를 형상화한 야망, 해방감, 유쾌함, 자신감, 깨달음 등의 11개 단어 중 내면이 원하는 감정을 선택한 뒤에 그 감정에 따라 에센셜 오일과 마사지 테크닉이 다르게 처방된다. 평온한 음악이 시작됨과 동시에 트리트먼트의 동작이 이어지고, 멜로디와 모든 동작이 연결되어 있는 마사지를 즐기다 보면 마치 발레 공연을 피부로 느끼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발리데이션>은 파도 소리와 함께 피부의 문제점을 떠내려 보내고, 자신이 희망하는 이상적인 피부로 가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분을 전한다. 흥겨운 뱃노래와 함께 불편한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더 굿 아워>도 뱃사람의 노랫소리와 어우러져 배의 선실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흥겨운 분위기로 세밀한 전신 조직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시끄러운 도심에서 벗어나, 새들의 지저귐을 좀 더 선명히 듣길 원한다면 <사운드 배스> 앨범을 들으며 동명의 이어 캔들 트리트먼트를 받으면 된다. 제대로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없고 내면과 소통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력과 청음의 범위가 개선되고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만약 명상 음악에 가까운 힐링 뮤직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진다면 <컴포터?>를 추천한다. 분홍빛 장미로 만든 배를 타고, 윌리 웡카의 초콜릿 강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반짝이는 별 조명과 장미 향기로 가득한 테라피 룸에서 로맨틱하게 보디 스크럽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는 기존의 팝송을 즐겁고 산뜻하게 리메이크함으로써, 익숙한 음악으로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회상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도록 돕는다. 근육을 수동적으로 스트레칭해주는 <하드 데이즈 나이트> 역시 낯익은 음악을 새롭게 즐기기에 좋다. 잉글리시 핸드메이드 코즈메틱 브랜드답게, 영국을 대표하는 비틀스의 음악을 재해석했다. 사이먼과 리버풀 출신의 소녀 그룹, 스틸링 십(Stealing Sheep)에 의해 감성을 자극한다. 호소력 짙은 보컬의 목소리와 잔잔한 음율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트리트먼트를 받는 동안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트리트먼트가 끝날 즈음에는 아침을 알리는 닭 울음 소리와 함께 일어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활력을 되찾아준다. 기존의 획일적인 피부 관리에서 벗어나, 소박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찾도록 만드는 기초가 바로 음악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만들어진 앨범들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예뻐질 수 있다는 허황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분명한 건, 아름다운 음악으로 평온하고 즐거운 심신의 안정을 취하도록 돕는 이 음악들이 트리트먼트의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피부와 귀를 가꾸는 뷰티 테마 송. 이것이 진짜 아름다운 음악이 아닐까.

 

photographer JAN DEE KIM

editor DA HYE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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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먼저 치장하고 옷을 입었어. 봄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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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는 이제 좀 지겹지 않니?” 현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요소는 ‘핑크’를 넘어선 페미닌(Feminine), 데인저러스(Dangerous), 펀(Fun)으로 압축된다. 톱 모델 김성희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옹골지게 자신의 길을 갈고닦아온 <데이즈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가장 세계적이며 동시대적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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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소리에 질서를 부여한 집합이다. 단순한 요소들이 서로 리듬과 음정의 조화를 이루어 균형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그로부터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얼마나 자연스러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그것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두드러지도록 표현하는지가 관건이다. 늘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데이즈드>는 뷰티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음악을 소개하려 한다. 물론, 뻔한 CM송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