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 Kid Never Sleep!

라프 시몬스가 디올을 떠났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포기나 실패라는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 이것은 패션에 처음으로 ‘청년 문화’를 가져왔던, 이제는 중년이 된 ‘쿨 키즈’의 ‘행복’에 관한 질문이다

Cool Kid Never Sleep!

 

Text Sun Hee Oh(Fashion Columnist) Photography Rex Features

 

Cool Kid Never Sleep!

 

라프 시몬스의 퇴임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헬무트 랭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스트 햄프턴으로 사라졌을 때가 오버랩되었으니 말이다. 그 안타깝고도 멋진 결정을 10년 후에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쿨할 수 있는 거지?” 라프 시몬스의 절대적인 팬인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한탄했고,
또 감탄했다. 사실 헬무트 랭과 마틴 마르지엘라가 사라졌을 때도 이렇게 놀랍진 않았다. 왜냐하면 라프 시몬스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앤트워프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그건 사라지는 것보다 더 강한 용기와 초연함을 필요로 한다.

사실 나에겐 그의 결정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약간의 쾌감마저 느꼈다. 당연했고, 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물러서는 것. ‘그래, 이런 게 바로 포스트 펑크와 쿨 키즈다운 결정이지!’라는 엉뚱한 (?) 생각과 함께. 라프 시몬스는 언제나 저널리스트들과의 인터뷰에서 “나에게 디올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더 이상 없다고 느껴질 때, 언제든 이 자리를 떠날 것”이라고 말해왔으니까. 그리고 그의 디올 적응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디올 & 아이>에서 라프 시몬스는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사는 것에 대한 행복이나 희열보다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더 컸음을 은연중에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라프 시몬스 개인 컬렉션에도 ‘VVIP’ 좌석이 생겼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런 문화는 적어도 라프 시몬스가 아니다. 셀레브리티 문화를 혐오하는 라프 시몬스에겐 이 모든 상황들이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프 시몬스는 자기가 가장 좋아했던 디자이너 헬무트 랭이 1990년대에 만든 청 재킷을 입고 피날레에 등장하는 디자이너고, 가장 좋아하는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Tonight Tonight’를 쇼 음악으로 선택하는 남자가 아니던가. 질 샌더를 떠날 땐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울 정도로 감성적인 것을 숨기지 않았고, 청년 시절부터 같이 ‘놀던’ 포토그래퍼와 플로리스트 친구들과 지금까지 함께 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Youth’를 ‘Fourth Sex’ 라고 명명한 사람이다. 그뿐인가.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포스트 펑크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즐겨 쓰며, 언제나 영국과 미국의 팝 문화를 사랑해왔다. 그는 영원히 포스트 모더니즘과 포스트 펑크 안에서 살고 있는 쿨 키즈다 . 그에게 패션을 하도록 이끈 힘은 전통이나 고상함이 아니라, 바로 이런 ‘청년 문화’에서 비롯된 날것의 에너지였다. 라프 시몬스는 달콤한 레이디가 아니라 씁쓸한 청년들을 위한 옷을 만들어야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런 삶의  태도가 몸속에 밴 사람에게 ‘하이엔드 럭셔리’는 어쩌면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결국 그 숙제를 푸는 것을 멈췄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것을 결심했다. 더 이상 새로운 것,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없는데 그 자리에서 요지부동하고 있는 건, 그가 그토록 동경해왔던 쿨과 포스트 펑크적인 삶의 태도는 아닐 테니까. 라프 시몬스는 “디올을 떠나겠다는 결정은, 일을 벗어나 내가 열정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내 삶의 다른 관심사에 조금 더 중점을 두기로 한 철저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일이나 명성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매우 급진적인 생각이며, 매우 라프 시몬스다운 결정이다. 그리고 가장 반짝이던 청년 시절부터 지켜왔던 신념을 꺾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원히 포스트 펑크로 살아가겠다는 신념. 그 신념이 사라지는 순간, 라프 시몬스의 옷은 더 이상 청년들을 위한 것일 수 없을 테니까. 청년들이 라프 시몬스의 옷에 열광하고 추종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신념이 옷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건 패션이나 트렌드를 뛰어넘는 어떤 ‘패션 컬트’다.

 

나의 20대엔 라프 시몬스와 헬무트 랭,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매우 중요한 이름이 함께한다. 나의 패션 미학과 가치관은 늘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 랭과 마르지엘라의 밑단이 뜯어진 티셔츠와 재킷을 극성스럽게 모았고, ‘2004 F/W’라는 라벨이 달린 라프 시몬스의
남성용 재킷을 처음 샀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너무 커서 몇 번 입지도 못하고 여전히 옷장 속에 보관 중이다!). 2007년 즈음 파리 베르시에서 처음 봤던 라프 시몬스 컬렉션은 어땠나. 캣워크였던 긴 엘리베이터를 통해 고고하게 내려오던 발레리노 같던 소년 모델들, 그리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쿨했던 쇼장 풍경. 그렇게 그들의 선구적인 시도들과 최고였던 순간, 그리고 아무 미련 없다는 듯 쿨하게 사라지는 모습 모두를 바라봤다. 그만큼 좋아했고,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아니, 나는 그들이 보여준 패션 애티튜드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프 제너레이션이며, 헬무트 랭 키즈다. 그 이름들을 통해 나는 ‘청년 문화’가 패션 안에 자리 잡는 과정을 목격했고, 패션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삶의 방식을 배웠다. 그건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종류의 ‘우아함’이었고, 윗세대들과 나의 세대를 구분 짓는 분명한 경계가 되었다. 그들은 패션을 통해 우리 쿨 키즈의 태도를 정의한 디자이너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이너와 나 사이에 어떤 지적인 교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옷은 늘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게 진짜 멋진 거니?’, ‘쿨하게 살고 있는 거 맞아?’ 나는 늘 그 대답에 합당한
청춘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라프 시몬스를 입는다는 것, 헬무트 랭을 입는다는 것,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입는다는 건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그들의 옷을 통해 내가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너무 감성적인 것일까? 그건 라프 시몬스가 언제나 말해왔던, “패션과 나와의 어떤 긴밀한 유대 관계”다. 그저 입고 버려지는 저렴한 패스트 패션의 힘이 커진 이 시대에 그 ‘긴밀함’이랄지 ‘유대 관계’ 같은 것들에 대해 말한다는 건 어쩌면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유대 관계 덕분에 ‘잇 백’이나 ‘트렌드’, ‘럭셔리’ 같은 단어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패션을 즐기는 쿨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라프 시몬스는 이번 사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쿨 키즈의 삶의 방식을 재정의했다. 앞서 언급했듯 그가 디올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패션 저널리스트 사라 무어는 “삶과 일의 균형이 고민되는 나이대에 접어든 이들은 라프
시몬스의 결정에 공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엄청난 위치다. 최고의 스태프들, 퍼스트 클래스 좌석,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명성···.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달콤한 자리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것들보다는 자신의 ‘행복’이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행복하냐?’고 물었을 것이고 그 대답에 귀
기울였을 것이다.

젊은 시절엔 누구나 아름답다. 누구나 영감에 가득 차 있고, 록 스타처럼 살고 싶어하며, 행복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삶에 익숙해질  무렵부터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법을 잊어버린다. 행복이나 낭만을 말한다는 것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마음은 굳어 있다. 행복이 무엇일까? 바로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며, 온전히 ‘나’로 사는 것 아닌가. 라프 시몬스는 이번 사임을 통해 라프 제너레이션들을 향해 “너희들은 행복하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건 곧 나 자신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행복한가? 지금 나는 온전히 ‘나’로 살고 있는 것일까? 가장 빛나던 시절에 가졌던 신념들은 내 안에 얼마큼 남아 있을까? 나는 과연 라프 시몬스의 옷을 입고 청춘을 보낸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일까?’ 라프 시몬스는 또 이렇게 쿨 키즈들에게 멋진 질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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