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ume Genius

퍼퓸 지니어스는 자신의 고통을 담은 음악으로 그에게 쏟아지던 차별과 폭력을 찬사로 바꿔냈다.

Perfume Genius

 

 

Text Ruby Kim Photography Min Hong Ahn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어제 공연은 어땠나?
정말 좋았다. 처음 한국에서 공연을 했을 때 멤버는 나와 남자 친구인 앨런뿐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조용한 곡들을 주로 연주했는데, 지금은 더 많은 멤버와 함께 밴드 구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덕분에 더 나은 퍼포먼스와 쇼가 가능했다. 물론 이전보다 많은 관중이 공연을 보러 와서 더욱 좋았다.

아시아 투어를 하면서 느끼는 한국 관객만의 특징이 있다면?
아무래도 나와 같이 지리적으로 먼 곳에 있는 아티스트는 언제 다시 한국에 올지 확실치 않다. 그런 이유에선지 사람들이 더욱 큰 기대감을 가지고 공연에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공연은 파티나 사교의 목적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 같은 경우는 오롯이 공연을 관람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 같다. 그래서 나 역시 공연 때마다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Too Bright> 앨범에서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음악 색깔을 드러냈다. 혹자는 과감한 신시사이저와 거친 비트가 데이비드 보위, 루 리드를 연상시킨다고도 한다. 어떤 영향으로 음악적 변화가 생긴 건가?
초기 앨범에서는 대체로 나의 과거 기억을 되짚어보고, 치료하는 식의 차분한 감정이었다. 그때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지금은 더 나아진 상황이지만, 아직도 내 안에 ‘화’가 남아 있다. 여태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다뤄본 적 없는 화. 이번 앨범에서는 그 화에 대한 방향성과 분노의 목적 등을 담고 있다.

포티셰드 출신의 아드리안 어틀리가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해서 그런지 그의 영향도 느껴진다. 그와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그 과정은 어땠나?
처음에는 모든 데모곡을 집에서 만들었다. 그래서 좀 더 거친 부분이 있고, 많은 부분이 신시사이저로 작업됐다. 내가 사운드적인 부분에 대해 전문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모든 방향을 제대로 이끌어줄 프로듀서가 필요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아드리안은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신시사이저나 장비들에 대한 이해력이 무척 좋은 사람이다. 내가 가진 기이한 노래들을 놀랍게 다듬어줄 재능이 있기 때문에 그에게 모든 노래를 보냈고, 2달간 영국의 브리스톨에 머물며 함께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작업들을 끝냈다.

이러한 변화에 <롤링 스톤>, <뉴요커>, <타임>, <피치포크> 등의 수많은 리뷰어들이 찬사를 보냈다. 모두가 주목하는 슈퍼 록스타로 꼽히는 소감이 어떤가?
<뉴요커>를 읽으면서 자라긴 했지만, 내가 거기에 실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집에서 책이나 읽고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며 조용히 지낸다. 마치 두 명의 개별적인 인간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두 개의 상반된 모습 역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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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앨범의 첫 트랙인 ‘Learning’에 얽힌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만든 첫 노래였다고 하던데. 제목처럼 공부하듯 만든 곡이었다지?
맞다. 내가 처음 쓴 곡이자 처음으로 완성시킨 곡이다. 사실 그건 매우 기묘한 경험이었다. 왜냐면 그 이전까지 음악을 쓰는 것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문득 음악을 쓰고 싶었다. 이상했다. 사실 뉴욕에서 좋지 못한 시간을 몇 년간 보낸 후, 재활 치료를 끝내고 몇 달간 요양하며 모든 걸 피하면서 살고 있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모든 게 갑작스럽게 튀어나왔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곡 쓰는 걸 멈추지 않고 있다.

레이먼드 카버, 로리 무어, 앨리스 먼로의 단편 소설은 물론 막스 리히터와 같은 네오클래식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고 알고 있다. 평소 곡 작업을 할 때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음악을 시작할 때, 테크니컬한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내가 겪은 일들을 통해 만들어진 가사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음악적인 부분은 차라리 어떤 방식의 무드를 만들어내는 것에 더 가까웠다. 마치 영화 안의 사운드트랙이 무드를 만들어 관객들의 동감을 더욱 이끌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자라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 나를 보는 시각을 변화시키고 영향을 준 건 피제이 하비나 리즈 페어 같은 여성 아티스트들이었다. 그녀들은 본인들의 섹슈얼리티를 거침없이 드러냈고, 사회가 그들에게 숨기기를 강요하거나 비난하는 부분에 대해서 당당하고 거친 방식으로 이야기했다. 그것은 내가 반드시 경청해야 하는 것들이며, 내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었다. 어쩌면 바로 그런 부분이 음악적 영감을 끼친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은 음악을 통해 과거의 어두운 상처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힘이 느껴진다. 당신과 같은 성소수자, 특히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더욱 좋지 못한 환경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함께 뭉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세상의 보수적인 시각에 의해서 가족이 등을 돌리게 된다면 또 다른 가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혈통으로 이루어진 가족보다 더욱 중요하고, 아름다운 가족을 찾는 것 말이다. 또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겁먹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음악 커리어를 쌓으며 같은 고민에 빠졌었다. 여전히 두렵고, 불안하지만 지금은 그저 내 생각들을 용감하게 행동에 옮긴다. 세상이 한쪽으로 옳다고 규정한 것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 방법 역시 결코 완벽할 수는 없을 테지만, 세상에 대한 문을 조금은 열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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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Parts’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한 당신의 어머니에 대한 얘기가 궁금하다. 서로를 따뜻하게 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는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사실 내가 세 살이 되기도 전에 모두 내가 게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춤추는 모습이나 여러 징후들을 보고 파악했을 테니까(웃음). 가족들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전에도 그랬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꼭 누군가의 이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줬고, 그녀 역시 인생에 있어서 내가 겪고 맞서야 했던 모든 문제에 대해서 똑같은 경험을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고, 여전히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존재한다.

당신의 앨범만큼이나 한편 한편 모든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다. 자기 고백적이며 시네마틱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콘셉트, 스토리 작업 등에도 직접 참여하나?
악상과 동시에 이미지를 떠올리고 비디오를 생각하기 때문에, 곡의 일부와도 같은 느낌이 있다. 최근의 내 뮤직비디오들은 콜라보레이션에 가깝고, 규모가 커진 작업이 되었다. 내가 어떤 이미지를 담은 사진과 영향을 주는 아이디어들을 필름 디렉터에게 보내면, 그가 거기에 결여된 부분을 채우고 스토리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물론 아이디어는 나에게로부터 시작되며, 내가 받은 영향들을 가장 잘 표현해줄 감독을 직접 선택한다.

다양한 감독,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중 모델 마리아칼라 보스코노와 함께했던 패션 화보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가진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언뜻 납득이 안 가는 콘셉트였다.
그렇다. 그건 완전히 다른 작업 방식이었다. 메인 주제도 내 이야기가 아닌 그녀의 이야기였고, 난 차라리 액세서리 모델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매우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작업이었고, 어디선가 메가폰으로 키스해! 포옹해! 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웃음). 확실한 콘셉트와 디렉팅이 있는 작업이었고, 난 마치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된 기분이었다. 지금도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무척 큰 흥분에 빠진다. 내 손자에게도 보여줄 만한 멋진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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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립스틱을 포함해 당신의 시그너처로 파워 슈트, 하이힐, 매니큐어가 떠오른다. 그런 이미지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는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 나는 그걸 일종의 반항의 의미로 사용한다. 사람들이 여성성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나의 당당함, 반항을 표현하기 위한 어떤 방법이라고 할까. 그러나 동시에 그저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매우 본능적인 욕망 또한 존재한다. 그것들이 합쳐져서 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당신에게는 한때 술과 약에 의지해서 지냈던 시간이 있었다. 재활에 성공했지만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요즘 컨디션은 어떤가?
5년 전부터 그런 것들을 멀리하고 있다. 뮤지션으로 투어를 다니며 술을 마시거나 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래서 나를 이렇게 제시간에 맞춰 인터뷰를 하게 하고 다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웃음). 최근에 난 담배도 끊었다. 물론 여전히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신다거나, 마약을 하는 것이 그립기도 하지만 다시 시작한다 해도 그것들은 순간의 쾌락으로 사라지고, 커다란 문제만을 안길 것이다. 물론 그런 것들을 통해 영감을 받는 게 가능하지만, 동시에 점점 더 집착하는 문제도 만든다. 마리화나나 헤로인을 하며 영감을 받는 사람들 역시 존재하겠지만 내 방식은 아니다. 나에게 있어 약에 취해 몽롱한 순간은 나쁜 상태만을 유발할 뿐이다.

다행이다. 그래서 당신을 위해 한국의 차를 준비했다. 따듯한 차 한잔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 좋겠다. 오늘이 이틀째인데, 서울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고맙다. 서울에 대한 인상은 음식이 맛있다는 것이다(웃음). 개인적으로 먹는 걸 즐기는데, 한국의 음식은 최고다. 어제는 달콤한 콩이 안에 들어 있는 페이스트리 같은 걸 먹었는데, 그걸 뭐라고 부르더라? 아, 또 스시 같은 것도 먹었는데….

김밥?
맞다, 김밥. 사실 서울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피상적인 모습들밖에 없다. 두 번밖에 오지 못한 부분도 있고, 이번에는 호텔에 하루 묵은 것이 다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끝내고 화장품이나 옷 같은 걸 쇼핑하기 위해 이곳저곳 좀 둘러볼 생각이다. 어제 공연이 열렸던 홍대 근처로 가지 않을까 싶다.

귀띔하자면, 한국의 코즈메틱은 정말 최고다. 마지막으로 새 앨범과 공연 등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투어가 끝났기 때문에 시애틀의 집으로 돌아가 작업을 진행할 것 같다. 공백이 길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빨리 작업을 끝내고 싶다. 집에 머물면서 작업하는 건 무척 멋진 일이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완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

새 앨범을 기대하겠다. 그리고 여름에 다시 한국을 찾아주길 바란다. 조금 더 큰 무대에서 당신의 음악을 듣고 싶다.
좋지. 내가 원하는 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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