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S VAN ASSCHE

디올 옴므는 출렁이지 않는다. 크리스 반 아셰처럼 안정적이고 지혜로운 승부사가 함께 있으니. <데이즈드> 코리아가 단독으로 만났다.

KRIS VAN ASSCHE
Photography Karim Saldi

 

 

Text Bom Lee

 

 

KRIS VAN ASSCHE
Photography Morgan O’donovan

 

 

바야흐로 디지털시대, 패션계는 출렁인다. 어느 브랜드 어느 디자이너 너나 할 것 없이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익에 따라 움직였다가 해체되고, 사용되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한다. 루머는 끝이 없다. 어찌 보면 모든 것이 가볍다. 이런 시기 가장 묵직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 남성복 브랜드가 바로 디올 옴므다.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이 여성복 회사를 창업한 이래 2001년 에디 슬리먼을 영입해 시작한 디올의 남성복이 바로 디올 옴므다. 그리고 2007년 새로운 디올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한 사람이 바로 크리스 반 아셰다. 어느덧 횟수로 10년째 단단하게 디올 옴므의 세계관을 펼치고 있는 크리스 반 아셰는 1976년 벨기에에서 태어났다.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미술 학교를 졸업하고, 에디 슬리먼의 총애를 받으며 생 로랑과 디올 옴므에서 함께 작업한 그는 시작부터 촉망받는 인재였다. 2005년 자신의 브랜드 론칭으로 조용하던 남성복 시장에 파도를 일으키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디올 옴므는 전도유망한 디자이너를 놓치지 않고 디렉터의 자리에 앉혔다. 크리스 반 아셰, 이제는 디올 옴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린 그에게 가장 현실적인 디올 옴므의 오늘을 질문했다.

어떤 유형의 고객들이 디올 옴므에 매료되는가?
디올 옴므는 다양한 유형의 남성들에게 어필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하이패션 남성복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클론처럼 똑같은 모습을 양산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패션 독재자들의 강권도 믿지 않는다. 나의 목표는 확고한 중심을 가지고 다양한 남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도 긍정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그들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스타일은 곧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니까.

다른 남성복 브랜드들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디올 옴므가 개성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디올 옴므는 역사와 패션 감각이 결합된, 굉장히 전통적인 동시에 아주 모던한 하우스다. 이 독특한 양극의 조합은 무슈 디올이 지녔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포멀한 옷부터 스트리트 패션까지 모두 다 사랑하고 섭렵하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된다. 현대적인 매력을 창조해내기 위해 서로 다른 코드의 멋을 아우르고자 하는 나의 의지로 디올 옴므의 이러한 특징이 더욱 강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하우스 내의 아틀리에와 내가 나누는 끊임없는 대화는 언제나 도전적인데, 결과적으로 매번 큰 결실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개인적으로 디올 옴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워두지 않았을까 싶다. 독자들에게 공개해줄 수 있는가, 또 목표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이루어냈는가?
디올 옴므에서 품은 나의 야심 찬 목표는 새로운 ‘럭셔리’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이는 디올 하우스의 3가지 핵심 가치다. 즉 빼어난 품질, 혁신적인 새로움, 위대한 창조성을 결합시키는 일이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모더니티(Modernity)를 화두로 작업에 몰두해왔다. 여러 요소를 뒤섞고, 전통에 도전장을 던지고, 영감이 어디서 오는지 묻고,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것으로부터 모더니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것은 결국 미래에 대한 낙관과 신념이다.

소셜 미디어가 없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패션 디자이너와 소통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금 많은 디자이너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갖고 대중에게 보다 쉽게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은 디자이너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이 어떻다고 보는가?
디자이너도 그 시대의 사람이다. 21세기에 사는 나도 역시 시대의 일원으로서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그날의 기분, 내 디자인,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날 업무의 일부 등을 공유하곤 한다. 이를 통해 팔로어들과 나 사이의 유대감이 쌓여간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속도 또한 패션의 스피드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한 영감을 준다. 다이내믹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KRIS VAN ASSCHE
Photography Hiroaki Fukuda

 

 

음악과 미술을 사랑한다고 알고 있는데, K-pop 또한 디올 옴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어떤 종류의 음악, 어떤 종류의 창작물도 나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새로운 아티스트, 새로운 사운드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나의 창조 작업을 풍요롭게 해주니까. K-pop 음악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꼭 알아가고 싶다.

디올 옴므의 이미지는 주로 모노톤이지만 2016년 여름 컬렉션에서는 다양한 컬러가 눈에 띈다.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 컬러가 중요해진 이유를 설명해준다면?
컬러는 낙관적인 요소를 상징한다. 우선 컬렉션을 화사하게 해주고 화려한 분위기를 안겨주니까 말이다. 더불어 컬러는 하나의 상징적인 코드를 나타내기도 하므로 나의 흥미를 끈다. 예를 들어 이번 2016년 여름 컬렉션에서 나는 보머 재킷의 안감을 위해 아이코닉한 오렌지 컬러를 매우 사토리얼적인 방식으로 사용했다. 서구에서는 주로 선원들을 연상하게 하는 컬러인 옐로 오스트리치(타조 가죽) 코트에 써서 럭셔리의 전형으로 삼기도 했다. 이는 굉장히 장난기가 넘치고 불손해 보인다. 거의 펑크에 가까울 정도로!

아가일 패턴 또한 이번 시즌 컬렉션의 주요소였다. 이번 컬렉션에서 이 패턴을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아가일 패턴은 부르주아를 상징하는 강력한 코드다. 그걸 비틀어 스트리트웨어 같은 전혀 다른 세계와 뒤섞는 작업은 흥미롭다. 이번 컬렉션의 트레이닝 팬츠가 그런 차원에서 이 모티프를 담고 있다. 이러한 코드들을 섞다 보면 움직임이 생기고, 의상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액세서리에 대해 더 듣고 싶다. 특히 미국의 도예 작가 크리스틴 맥커디(Kristin McKirdy)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어땠나?
내가 존경하는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언제나 즐겁다. 미국의 도예가 크리스틴 맥커디의 작품을 발견한 건 몇 년 전의 일이다. 도예와 같은 오래된 기법을 쓰면서도 작품이 너무나 모던해서 한눈에 반했었다. 그녀는 흙을 놀랍고도 신비로운 오브제로 변형시킨다. 그래서 그녀에게 컬러, 그리고 무슈 디올이 사랑했던 러키 참을 소재로 작업해달라고 의뢰했다. 그 결과 그녀는 이렇게 환상적인 액세서리들을 만들어냈고, 룩과 컬렉션 전체에 강렬한 포인트를 더해주었다. 나는 이번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쇼에는 한국인 모델 이봄찬도 있었다. 한국인 남자 모델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모델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때, 그리고 스스로의 매력을 통해 나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해줄 때 매우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 모델은 빼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델들을 캐스팅할 때 여권을 보여달라고 말하진 않는다는 점을 꼭 밝히고 싶다. 국적보다는 사람 자체를 먼저 본다!

 

 

KRIS VAN ASSCHE
Photography Morgan O’donovan

 

 

KRIS VAN ASSCHE
Photography Adrien Di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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