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S. Girls

서울 익선동 골목에 푸른 눈동자의 이방인이 나타났다. 여성의 삶을 노래하는 급진적인 뮤지션, 맥 레미다.

Art+Culture dazed
U. S. Girls

Text Ruby Kim
Photography Yeon Hoo Ahn

 

 

U. S. Girls

 

 

이곳 한옥마을에 있는 당신의 모습이 마치 서울을 접수 하러온신여성같다.

듣고 보니 그렇다. 옷도 반쯤 벗고 촬영했으니 말이다(웃음).

어젯밤 끝난 공연은 어땠나?

서울에는 처음 온거라서 공연장에 관객이 아마 다섯명쯤 모일거라 생각했는데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기뻤다. 특히 오프닝을 해준 위댄스가 기억에 남는다.

위댄스는 정말 핫한 밴드다. 그러고 보니 당신과 비슷한 부분도있는것같다.

일본공연때 누군가 위댄스에 대해 말해줘서 알고 있었다. 유에스걸스의 한국판이라며(웃음). 물론 밴드의 구도는 다르지만, 그 팀도 리더가 여자라는게 재밌다. 그녀는 정말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잘하는 것 같다. 춤 도 너무 잘추고.

참, 맨 처음 음악을 하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남자친구가 선물해준 비키니 힐스의 CD라고 들었다.

맞다.펑크 하드록 음악을 좋아하던 남자친구가 어느날 이런 음악을 들어보면 어떠냐며 비키니 힐스 CD를 줬다.그때 나는 여자가 그렇게 화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건 처음 들었다. 제니스 조플린도 있지만 그녀는 화가 났다기보다는 진지하고 근엄한 편에 가까우니까. 하여간 비키니 힐스의 충격적인 보컬을 듣고, 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전에는 앞으로 뭘해야할지몰랐다. 평생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아이로 살아야 하나 생각했는데, 정말 내 인생을 바꾼 밴드다. 부모님과 사회가 만든 모든 규정을 깨고 내가하고 싶은모든것을 시도하는데 비키니 힐스가 기폭제가 됐다. 그 뒤로 슬리터 키니(Sleater-Kinney), 패티 스미스(Patti Smith) 등의 여성 뮤지션들을 많이 알게 됐다.

최근 발표한 앨범 <Half Free>는 이전 작에 비해 대중적 인요소가강해진것같다.

그렇다. 내 기존 작품들 중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하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내음악을 친숙하게  즐길 수 있게만들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 스타일을 팝이라는 장르의 맥락에 일방적으로 끼워 넣는것은 싫어서 밸런스를 맞추는 실험을 하며 접점을 찾았다. 과연 해낼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것 같다 (웃음).

그런 결정에 이번에 이적한 레이블 4AD의 영향도 있었 나?

이번 앨범은 레이블을 만나기 전부터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레이블이 많은 지지를 해주고 있지만 그건 음악보다는 비즈니스적 인 부분에 관여될 뿐이다.

당신은 평소 돈에 연연해하지 않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굳이 꼭 그래야만하나? 인기가 많아지고 돈을 많이 버는것에 거부감이있나?

난 독학으로 음악을 시작한 뮤지션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펑크라고 생각한다. DIY 뮤지션이라고 볼 수있다.그런마인드로 인해 돈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다. 음악을 돈때문에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된 이유는그 돈이 모든것을 다망쳐버릴것같아서다. 음악으로 생활은 유지하고 싶지만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고 싶거나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돈을 많이 받게될수록 자유가 없어지는것 같다. 돈이 생기면 할 수 있는게 더 많아 질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돈을 원할수록 돈의 노예가 된다.

그렇다면, 음악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내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다. 안에 담아둔 것 을 표출해야 한다.

당신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는데, 그런 성향이 음악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는것 같다.

나에게 페미니즘이란 단지 여성들에게 한정된 문제가아니라 세상사람 모두가동등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남성을 밟고 위로 올라서 는것이아니라 남성, 여성을 떠나 동등하게살 아가는것을 의미한다.

앨범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책이나 영화에서 본 내용, 친구나 엄마에게 들 은 이야기, 완전히 내 상상으로 만들어진 인물까지 모티 프는다양하다. 주로 여성의 관점에 대한 곡을 쓴다. 세상 모든 여자라면 공감할 만한 주제들, 예를 들어 남자에게 강압되거나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다거나 했을 때 느끼 는 감정을 그린다.

LGBT 문화에도 관심이 있나?

물론이다. 그들을 존중한다. 요즘 게이, 레즈 비언, 트랜스젠더 외에도, 무성애자 등 다양한 성 정체성 을가진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요즘들어 LGBT 성 정체성을 트렌디하게 다루는 것이 추세인 것 같다. 케이틀린 제너(Caitlyn Jenner) 같은 경우 스포츠 맨에서 여자로 변화한 뒤로 성형과 쇼핑 중독자가 되었 는데, 그의 그런 행동을 떠받들어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 다. 단, 여자가 되기까지의 용기는 보상받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희망을 얻을 테니까.

전체적으로 당신의 음악은 몽환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다. 환각체험을하는것같기도하다.어딘지모르게불안한 느낌도 준다. 이런 사운드 분위기와 뉘앙스는 의도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아마도 내가 불안하고 연약한 사람이기 때문일거다.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곡에 표현하는게좋다. 그 음악을 누군가 단 한명이라도 들으면서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나처럼 표현하길 바란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일기를 쓴다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떤 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내면의 가장 약한 모습을 표현할수있게 용기를 주고 싶다. 감정은 마음속에 담아 둘수록 자기 자신을 죽이게 된다. 밖으로 표현해야 한다.

동의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편함을 인지하고 그에 대해 소리를 높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당신을 화나게 하는것이 있다면?

대선 후보자인 트럼프와 힐러리. 둘다 너무 싫 다.아니 세상의 모든 정치와 정치가가 나를 화나게한다. 선거날이오면 좋은 후보자가 아닌 그 중 덜 나쁜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게 슬프다. 스마트폰과 인터넷도 싫다. 실시간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중계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이슈의 겉면만 보지 뿌리까지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보기만 하고, 반응도 없고,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는다. 정 말 무서운 일이다.

‘Damn That Valley’ 뮤직비디오는 백악관에서 직접 촬 영했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나?

별일 없었다. 나와 남편의 여동생 둘이서 촬영을 했는데, 우리가 관광객 행세를 했기 때문이다(웃음). 경찰관이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보기는 했는데, 그냥 예술 작품 만드는 거라고 했다. 우리를 웃기게 보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백인이라 그런지 특별한 경계는 하지 않더라. 우리가 그 장소에 있는 빌딩들에 대해 비판하는 비디오를 만들고 있는 줄은 아마 몰랐을거다. 우리의 계획이 완벽하게 성공한거다(웃음). 원하는 메시지를 완벽하게 담 아내서 마음에 든다.

‘Sororal Feelings’ 뮤직비디오에서는 머리카락이 잘리 는장면이나온다.그때당신의넋이나간듯한,멍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떤 메시지를 의도한 건가?

가끔 가족들 때문에 죽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곡인데, 정말 극단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다. 마치 참수를 연상케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폭력 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위협적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레 이블이 만들어주는 이미지, 혹은 앨범 재킷 속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항상 변할거고 아주 빠르게 당신의 눈앞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다.

어제 공연에서도 앨범 재킷의 긴 머리 이미지를 상상하고 온 관객들이 짧은 머리로 무대 위에 등장한 당신을못알아봤다.

그런게 재미있다. 한 가지 모습으로만 살면 너무 지루하지 않나(웃음)? 관객들이 놀라는 모습이 좋다. 데이비드 보위처럼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남고 싶다.

역시나 당신은 규정하는 것을 싫어하는 게 확실하다. 그런데 일찍 결혼을 한 점이 다소 의외다. 결혼이 굴레는 아니지만 말이다(웃음).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됐다. 나에게 결혼이라는것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게 아니다. 나의 반쪽, 파트너를 찾는일이다. 그건 남자일수도, 여자일수도, 강아지일수도 있다. 나를 지지해줄 그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늘 내 편이 되어 줄사람이 있다는건 좋은거다. 나를 더욱 도전적이고 자유롭게살게 만든다.

남편 역시 캐나다에서 배우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한다. 어제 무대에서도 기타를 메고 깜짝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는데, 왜 무대에서 계속 함께하지 않았나?

내 무대의 주인공은 여자다. 그냥 ‘기타 치는 귀신’이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는 거지, ‘기타 치는 왕자’ 가 나타난것처럼 시선을 끌고 집중시키고 싶지 않다. 그리고 뭔가 더연극적인 장치 같고 좋지않나? 그가 할 역할을 다했으니 다시 나가는 거다(웃음). 물론 남편도 뮤지 션이라서 같이 투어를 다니면 무대에서 백업으로 서는 게 힘들고질투를 느낄수도 있는데, 그는 그렇지않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확고한 페미니스트다.

부부가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다니 굉장한 행운이다. 평소 당신의 음악에 영감을 주는 것들은 무엇인가?

브루스 스프링스틴, 그리고 음악과 라디오, 영화등 모든것들이 나에게 영감을 준다. 마치 콜라주처럼 이것저것이 머릿속에서 연결되며 영감으로 발휘된다.

당신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니 한국 영화 <귀향>을 추천하고 싶다.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내용을 담은 영화다. 아마 당신이 그 영화를 보면 큰 충격을 받을 것 같다.

맙소사. 당장 노트에 적어야겠다. 여기에 영화 제목과 감독 이름을 적어주면 꼭 찾아 보겠다. 추천해줘서 고맙다.

최근 캐나다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미국에서 벗어나 너무 좋다. 미국에 살면서 미 국이 돌아가는 방식을 반대하는 아이러니가 싫었다. 그래서 캐나다로 옮기게 됐는데 만족한다. 요즘 매일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더욱 결정을 잘한 것 같다. 내가 낸 세금이 정치인들이 선택한 일에 사용되는 게 싫었다. (웃음). 미국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나 역시 서울을 벗어나 어디로든 가고 싶다(웃음).

절대 미국은 추천하지 않겠다(웃음).

이번 서울 공연 이후로 9월까지 빡빡하게 투어 스케줄이 이어지는데, 스트레스는 없나?

나는 바쁜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17세 때부터 투어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많은 경험을한 것 같다. 이번에는 정말원없이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투어를 소화했다. 유럽투어 일정이 끝나면 아마 당분간은 쉴 것 같다. 하지만거부할 수 없는 공연들이 생긴다면 기꺼이 다시 시작할거다. 이기팝이 오프닝 무대를 제안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나(웃음)?

오늘 인터뷰가 끝나면 무얼 할 생각인가?

우선 한국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다. 그리고 밴드 멤버들이랑 꼭 타투를 하고 싶다.

타투와 함께 이곳에 대한 멋진 기억이 남았으면 좋겠다.

고맙다. 서울은 정말 멋진 곳 같다. 당신도 나 중에 캐나다로 꼭 놀러오도록(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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