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a Holloway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일은 두렵고 큰 도전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그것도 숨을 참아야 하는 물속이라면 더욱. 그러나 수중 사진가 제나 할러웨이에게 깊은 바닷속은 미지의 세계, 마술과도 같은 환상을 담아낼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캔버스다.

Zena Holloway
한국의 해녀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인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

 

 

Text Ruby Kim

 

 

 

Zena Holloway
© zena Holloway

수중 사진가로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8세 생일 때 어머니께 수중 카메라를 선물받은 이후로 수중 세계에 끌리게 됐다. 이후 스쿠버 다이빙 강사가 되어 이집트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카메라 사용법을 익혔다. 그때는 관광객들에게 간단한 수중 촬영 강습을 하거나, 바닷속 물고기를 촬영하는 정도였다. 1995년부터 런던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모델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수중 사진에 매료된 이유는.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햇빛으로 밝게 비춰진 산호초와 해양 생물들의 모습을 보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모험심이 넘치고, 바다는 매우 아름답다. 바닷속에서 보고 느낀 것을 사진으로 포착하는 일에 자연스럽게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물속에서 이미지를 창조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무중력의 상태에서 신체 감각이 둔해지고 시각이나 청각도 방해를 받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어려운 도전에 맞서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나는 운이 좋게도 폐활량이 뛰어나서 수중에서 오래 견딜 수 있다. 작업 환경이 고생스러워도 좋은 결과물을 얻을 때면 기쁘다.
촬영을 하다가 위험했던 적은 없었나?
종종 심장이 덜컥하면서 ‘이건 아니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한때 홍해에서 혼자 다이빙을 해 바닷속 깊이 들어갔다가 문득 뭔가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 적이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황소상어가 마치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기라도 한 듯 바짝 다가와 있었다. 다행히 곧 곁을 떠났지만 순간적으로 크게 놀랐다. 또 한번은 잔지바르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 촬영을 할 때 타고 있던 배가 침몰했는데 극적으로 탈출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모든 일들이 매우 위험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그보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위험은 지루함과 둔감함이다. 특히 조명 전기 회로가 물속에 절대 빠지지 않게 늘 확인한다.
물속에서 경험한 가장 황홀했던,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언제였나?
너무 많다. 그중 사르디나 섬에서 수많은 잠수부들이 동시에 프리 다이빙을 하는 모습을 촬영했을 때가 가장 시각적으로 황홀했던 순간이다. 해저에서 잠수부들의 모습을 올려다보는데 마치 거대한 올챙이 떼처럼 보였다. 잠수부들이 아래로 헤엄쳐 내려갈 때는 빠르게 촬영하기가 어려웠지만, 어느 방향을 바라보든 마술과 같은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었다.
세 명의 자녀를 물속에서 수중 분만했고, 딸과 함께 ‘Natural Born Swimmersʼ 시리즈 작업을 했다. 실제로 촬영을 할 때 남편과 딸이 어시스트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가족과 함께 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가족은 내가 하는 일을 항상 응원해준다.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촬영하는 이유는 내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방해가 되는지, 그리고 언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말하기 전에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이 어렸을 때 물속에서 같이 촬영을 많이 했는데, 수영장에 가기 전날 저녁이면 카메라 장비와 기저귀, 분유를 함께 챙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당신의 사진은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 같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지녔다. 개인적으로 찰스 킹슬리의 판타지 소설 <The Water Babies>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평소 당신의 작업 세계에 영감을 주는 것들은 무엇인가?
인간과 물의 관계다. 물과 가까이 있는 것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자연과 특별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거대한 바닷속 공간에 들어서면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기다림과 찰나의 우연 중 어떤 순간이 사진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나?
유감스럽게도 수중 촬영에서는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신 물은 사물을 전혀 다르게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물속에서 완벽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오로지 운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지만 주변 상황과 촬영 대상, 조명을 잘 다룸으로써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Zena Holloway
제나 할러웨이가 촬영한 2016 F/W 쿠론의 광고 비주얼.

지금까지의 대표작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하는 작업을 꼽아보자면?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촬영한 작품을 좋아한다. 싫증을 느끼고 늘 새로운 도전을 찾아나서는 성격 탓이다. 최근 바하마에서 촬영한 상어 사진에 자부심을 느낀다. 2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갔는데, 한참을 촬영에 열중하다가 카메라 한 대를 벗어던지고 싱글 고프로 카메라로만 촬영했다. 덕분에 특이한 앵글을 얻었다. 사운드 디자이너와 함께 편집해서 움직이는 이미지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는데 만족스럽다. 사진은 내 웹사이트(www.zenaholloway.com)에서 볼 수 있다.
당신에게 물속 세상, 물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자 나의 표현 수단.
개인 작품 활동 외에도 매거진,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핸드백 브랜드 쿠론과 광고 비주얼 작업을 했는데, 어떤 경험이었는가?
큰 행운이었다. 한국의 브랜드 마케터, 뉴욕 출신의 프로듀서, 파리에서 온 스타일리스트가 모인 글로벌 팀이 나와 작업하기 위해 런던까지 찾아와줘서 매우 감사했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촬영해야 했지만, 모두들 프로다웠기 때문에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쿠론은 당신을 비롯해 지금까지 비비안 사센, 알레시오 볼조니, 마이클 푸델카 등 자신만의 작업 세계가 확고한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을 추구하기로 유명하다.
과거 사진 촬영을 한 사진가들의 라인업을 확인했을 때, 클라이언트가 새롭고 모던한 것을 찾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쿠론은 미래 지향적인 브랜드답게 열심히 일하고, 역동적인 한국인들의 모습을 반영한 브랜드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시즌 쿠론의 콘셉트인 ‘Another Space’를 어떻게 비주얼 작업으로 풀어냈는가?
가방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으로 떠나는 여자들의 판타지를 풀어내는 데 무중력이라는 콘셉트를 적극 활용했다. 무중력은 내 사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브랜드에서 원하는 ‘Another Space’의 아이디어와 물속에서 내가 그려내고자 했던 이미지가 일맥상통해서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일상에 지친 여자들이 꿈꾸는 다른 세계라는 판타지를 물속에서 표현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당신이 지칠 때 꿈꾸는 곳은 어디인가?
깊고 깊은 심해로 내려가는 꿈을 꾼다. 거대하고 깊은 바닷속 비단결 같은 물속이다. 그 속에서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겸손함은 물론 영감과 직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 몇 차례 개인전이 열렸을 정도로 당신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인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 많은데, 제주의 해녀들을 주제로 촬영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의 작업 계획은 없나?
우선, 한국에서 전시를 열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 당신의 말처럼 한국 사람들은 바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녀 역시 좋은 아이디어다. 사실, 작년에 전시 오프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해녀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해녀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현재 런던에 있는 한국인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한국에서 꼭 전시회를 열고 싶다.
해녀를 주제로 작업 중이라니 매우 기대된다. 참, 지금 휴가 중이라고 알고 있다. 당신이 지금 이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는 곳은 어디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영국 남쪽 해안에 있는 와이트 섬이다. 한국의 제주도와 비슷한 곳이다. 아이들과 남편은 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있고, 나는 작은 오두막집에 앉아 이메일을 쓰고 있다. 이 오두막집은 크기가 매우 작고 모기도 있긴 하지만, 멋진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물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새롭게 구상한다는 작업은 무엇인가?
투명하고 따뜻한 물을 품고 있는 멕시코 세노테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 세노테는 석회암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싱크홀에 지하수가 모여 만들어진 천연 우물이다. 그곳에서는 또 어떤 마술적이고 황홀한 수중 공간을 촬영할 수 있을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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