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ZUHARA KIKO

넌 너무 예뻐. 놀랍도록 잘하는 한국말까지도.

MIZUHARA KI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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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Bebe Kim
Text Ruby Kim
Photography Yeong Ju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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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터틀넥 톱은 커밍스텝(Coming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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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패턴 드레스와 슈즈는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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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컬러 코트와 톱, 어깨에 두른 숄은 모두 커밍스텝(Coming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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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과 슈즈는 모두 구찌(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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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를 만나기 직전,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훑어보다가 전날 새벽 이태원 클럽에서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가만, 그렇다면 약간의 술을 마셨을 테고, 틀림없이 잠도 몇 시간 못 잤을 텐데? 엉망진창인 컨디션으로 나타나지는 않을까, 미루어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키코는 한낮의 햇살보다도 눈부시게 환한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트레이드마크인 단발머리를 질끈 묶고 스튜디오에 들어선 그녀는 천천히 눈을 맞추며 완벽한 발음의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 찰나의 모습은 상대가 누구라도 단숨에 무장해제시킬 수 있을 만큼 매력적으로 빛났다. 키코가 남긴 ‘인상적 인상’이었다.
13세 때부터 패션 모델로 얼굴을 알린 미즈하라 키코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인 아버지와 재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의 모델 겸 배우다. 이국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미스터리한 매력을 지녀 샤넬의 칼 라거펠트를 비롯한 패션 디자이너와 뮤지션, 아티스트들이 앞다퉈 뮤즈로 손꼽았고,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을 넘나들며 유수의 패션 매거진 커버와 화보를 독차지하더니, 2010년부터는 일본의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상실의 시대>에 출연하면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배우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패션 모델이 여배우로 성장해가는 순순한 성공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키코는 유명해질수록 인기와 명성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예상 가능한 행보를 깨트리며 자유롭고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촬영이 시작되자 그녀는 자신이 직접 선곡해온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바로 어제 저녁 이태원 클럽에서 드래그 퀸에게 전수받은 춤이라고 했다. 드레스 자락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이 꼭 들판에 흔들리는 꽃처럼 아름다웠다. “보세요! 저, 어제 춤을 너무 열심히 췄나 봐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양 무릎에 생긴 멍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키코. 그녀는 진정한 자유, 사랑, 에너지 그 자체였다.
수십 벌의 의상을 입었는데, 뭐든 키코 스타일로 승화시켰다. 오늘 촬영은 어땠나?

너무 즐거웠다.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늘 영감과 활력을 준다.

이제 서울은 도쿄만큼이나 당신에게 친숙한 곳이다. 어제 도착하자마자 간장게장을 먹으러 갔다고?

맞다(웃음). 간장게장, 곱창, 감자전 등등. 한국 음식은 뭐든 너무 맛있다. 내가 한국 혼혈이라 그런지 매운 것도 잘 먹는 편이다. 이따 저녁에는 수제비를 꼭 먹고 싶다.

이태원 클럽에도 갔더라.

서울에 오면 빠트리지 않고 하는 일이 이태원에 가서 친구들이랑 먹고 마시며 노는 것이다. 트랜스, 케익샵, 옥타곤 등 좋아하는 클럽들이 많다. 어제는 친한 서인영 언니를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신나게 춤을 추고, 언니네 집에 가서 강아지도 만나고 영화도 봤다.

참, 요즘 영화 촬영 중이라고 들었다. 마지막 한 신을 남겨뒀다던데.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내가 맡은 역할은 모든 남자들이 한눈에 반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잔데, 매력적인 겉모습 이면에 남자들을 파멸로 이끄는 반전을 지닌 무시무시한 캐릭터다. 정말 나쁜 여자로 나온다(웃음).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여주며) 이번 영화에서 갈색으로 염색도 하고 앞머리도 뱅 스타일로 잘랐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올 거다.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굉장히 들떠 보인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일찌감치 일을 시작해서 모델 일은 이제 자유롭고 편안하다. 그러나 연기는 다르다. 매번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야 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아직까지 연기는 평생의 도전이다. 항상 발전하고 노력해야 하는 사명 같다. 앞으로 공감을 느끼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자기 인생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영화에 등장하는 게 내 꿈이다.

키코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를 한 명 꼽는다면?

공효진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녀는 어떤 캐릭터든지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것 같다. 연기라는 것이 배역을 100%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쉽지 않은데도,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연기뿐 아니라 탁월한 패션 감각을 지닌 점도 좋다. 한국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패션 아이콘이라고 생각한다. 클로에 세비니만큼이나 그녀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당신도 분명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어떤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나?

어제 본 영화 <아가씨>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김민희, 김태리 두 여배우의 노출 연기에 경의를 표한다. 전라의 레즈비언 연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대단하다. 기회가 된다면 그런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다. 물론 수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웃음). 요즘 LGBT 컬처가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일본의 경우 게이에 대한 인식은 많이 열려 있는 반면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도 폐쇄적인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있다. 요즘 시대, 여성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보고 싶다.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대표적인 아시아의 아이콘이다. 이제 미국이나 유럽 진출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하고 싶다. 하지만 쉽지 않다. 아직 내 연기 실력이 그 정도에 이른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 <007> 시리즈의 본드 걸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맙소사! 당연히 하고 싶다(웃음).

패션, 예술, 음악계 할 것 없이 모두가 사랑하는 뮤즈다. 탁월한 패션 감각을 지니고 있는 만큼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볼 생각은 없나?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서 다른 일을 같이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꼭 컬렉션으로 제품을 선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 티셔츠나 모자 같은 아이템 위주로 만들어보고 싶다. 아이디어가 있긴 한데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빠져 있는 관심사는 뭔가?

드래그 퀸들이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RuPaul’s Drag Race>이다. 시즌 8까지 나왔는데, 아직 시즌 3를 보고 있다. 내가 약간 뒷북이다(웃음). 주변 친구들이 모두 다 애청하는 TV 쇼라서 보지 않으면 대화에 끼지 못할 정도다. 출연자들 모두 정말 대단하다. 아름답고 크리에이티브한데, 재미있기까지 하다. 특히 ‘김치(Kim Chi)’라는 출연자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김치’가 다음 달에 내한한다.

오 마이 갓! 그녀는 꼭 촬영해야 한다.

물론, <데이즈드>와 함께할 거다.

멋지다!

이제야 당신이 왜 어젯밤 트랜스젠더 클럽을 찾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드래그 퀸을 너무 좋아해서 직접 만나 메이크업, 춤을 배우고 싶었다. 그들은 런웨이에서 선보이는 모든 옷을 스스로 제작할 정도로 프로페셔널하다. 일본에서는 드래그 퀸 공연이 코미디극에 가깝다. 드래그 퀸 문화가 보편화된 태국에서도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한, 중, 일 가운데서는 한국의 드래그 퀸 공연이 가장 완벽한 것 같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도 사진과 동영상을 잔뜩 올렸다(웃음).

굉장히 즐거워 보이더라.

직접 공연을 보면 누구라도 그 에너지에 반할 거다. 신나게 놀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무릎에 멍이 엄청 남았다. 영광의 상처다(웃음).

인스타그램에 친동생 유카의 모습도 자주 등장한다.

유카는 나보다 훨씬 아티스트 감성이 풍부하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디제잉 실력이 수준급이다. 나는 디제잉보다는 프로 댄서다(웃음).

같이 퍼포먼스를 해봐도 좋겠네.

좋은 아이디어다.

어느덧 2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다가올 30대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글쎄,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달라질 거 같진 않다. 배우와 모델 일을 계속할 텐데, 그저 앞으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누가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지금처럼만 좋은 친구들이 항상 곁에 있었으면 좋겠고, 그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빨리 만나고 싶다.

나도 간절히 원하는 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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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r Hye Young Lee(Aveda) Makeup Ji Hyu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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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거나 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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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코르셋을 조이고자 한 여성들의 시대가 있었다면, 풀어 내버리고자 했던 여성들의 시대도 있었다. 지금은 공존의 시대다.

The Fashion Yea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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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shion Year 2016

다사다난하고 변화무쌍했던 패션계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영국패션협회는 ‘브리티시’란 단어를 쏙 빼고 새롭게 출범한 ‘패션 어워즈 2016’을 개최했다. 장소는 145년 전 ‘대영 박람회’의 성공에 힘입어 그 이익금으로 예술을 축하하기 위해 건축한 로열 앨버트 홀! 총 15개 부문에 걸쳐 시상을 하는 화려한 그날 행사의 다양한 스토리들을 <데이즈드> 코리아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