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러 청춘

“담배 몇 개비, 커피 한 잔, 그리고 약간의 대화, 너, 나, 그리고 5달러. 거봐, 우린 이것만 있으면 돼.” 영화 <청춘 스케치>에서 트로이(에단 호크)가 레이나에게 한 말이다. 5달러, 우리 돈으로 약 5600원. 물리적인 숫자를 부여해서라도 ‘청춘’을 정의하고 싶은 가상한 노력, 그러한 시대.

Photography
5달러 청춘

Text Ji Young Roh

Photography C Jin Kim

정태양(27)

 

영화 <몽상가들>에서 식탁에 둘러앉은 루이 가렐과 에바 그린이 담배 꼬나문 대목, 내가 생각하는 청춘의 한 장면이다. 부서질 듯 위태로운 듯 아름답다. 어떤 계기인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학창 시절부터 피운 담배는 이젠 너무도 가까운 존재다. “나 지금 담배 피워, 나와한마디에 달려올 수 있는 친구와 시시덕거리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술에 진창 취해서, 차가운 날 커피와 함께. 글쎄, 아직은 겁 없이 피울 수 있는 나이여서 그런가? 그냥, 손 가는 대로 태운다. 그런 의미에서 담뱃값 4500원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서울시가 정한 흡연 구역은 멍청하고, 불편하다.

5달러 청춘

메구(21)

알다시피 일본엔 스티커 사진기가 곳곳에 많다. 어렸을 때부터 밥 먹듯이 찍었지 뭐. 고향 집에 내려가 앨범을 들춰보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 많이 친했지만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와, X 보이 프렌드와, ‘얘랑 친했나?’ 싶을 정도로 이름도 모를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들. 내가 사랑하는 할머니와 찍은 사진은 가장 아끼는 것 중 하나다. 이땐 뭐가 이렇게 좋았을까? 성인이 되어 마주한 10대의 나는 그 자체로 참 밝고, 예쁘다. 어렸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종종 찍는다. 다른 점은 단지 그때는 놀이였다면, 지금은기록이란 것을 의식하며 찍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또 시간이 흐른 뒤 보면 어떤 느낌일지,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내 청춘의 기록들.

5달러 청춘

김시진(25)

중학교 때, 좋아하던 남자아이가 학원 화장실에서 면도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 충격이었다. 면도기는 어른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건들면 우유 냄새가 날 것같이 생긴 귀염상의 아이가 면도를 하다니. 그런데 왠지 더 좋아졌다. 그때 그 아이가 사용한 면도기는 질레트. 그리고 이후 이성 친구의 면도기를 사주는 이상한 버릇 같은 게 생겼다. 내 젊은 날 만난, 또 앞으로 만날 남자들이 사용하는 면도기는 모두 질레트다.

5달러 청춘

노지영(27)

올여름, 내한한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참가한 록 페스티벌에 갔다. 역시나 더웠고, 짙푸른 녹음 아래 젊은 것들은 드글거렸다. 이제는 늙어버린 중년의 록 스타들 무대 또한 역시나였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진창 취했다. 공연이 끝나고 다리가 풀려 간이 화장실 뒤 숲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록 페스티벌에 오기엔 이젠 좀 버겁구나, 늙었다 싶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눈에 띈 건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구불구불해진 콘돔, 그리고 그것의 껍데기. 언젠가 TV에서 본 적 있다. 유년기, 아버지와 애착 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는 성관계 시 피임 기구 사용을 간과하게 된다는 좀 이상한 뉴스. , 이 콘돔을 사용한 아이는 아버지와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인가 보군!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서도 사용한 걸 보면. 아니지,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는 법! 아무튼, 나도 기다리고 있는 애인이 생각났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마음 속으로 나 아직 젊네를 되새기며 말이다. 젊은 것들은 언제 어디서나 뜨겁다.

5달러 청춘
5달러 청춘
5달러 청춘

신세하(24)

10대에는 입시와 꿈 같은 것들로 압박을 느꼈다면, 20대에는 이보다 넓은 의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느끼는 좌절감, 허탈감, 불안감···. 이런 감정들에 가장 큰 위로는 친구다. 꼭 무얼 하며 놀지 않아도, 함께 대화 나누는 것이 좋다. 미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도, 별거 아닌 시시껄렁한 농담일지라도 말이다. 만약 새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도라에몽.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을 꺼내 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뇌(27)

사진가로서 내가 가장 많이 찍는 대상은 친구들이다. 포트레이트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대상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사진가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의 <An Aperture Monograph> 시리즈를 좋아한다. 사진 속, 기이한 듯 보이는 인물들은 모두 그녀의 친구들이다. 원래부터 친구였는지, 촬영을 위해 친구가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카메라를 불편함 없이 바라보는 그 모습들이 좋다.

 

 

 

오존(24)

서울로 올라오기 전, 대부분의 친구들이 가까운 동네에 살았다. 우린 틈만 나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기억에 남는 건, 스크린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아지트 삼아 겨울 내내 들락거렸던 기억. 별것도 아닌 일들로 함께 즐거울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청춘은 젊은 마음이다. 그리고, 친구가 좋은 건 이 마음을 공유한다는 것. 성인이 되면서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멀어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의미를 환기시키게 된다.

 

5달러 청춘
5달러 청춘
5달러 청춘
5달러 청춘

조항현(28)

혼자 밥 먹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 일명 ‘혼밥, 혼술’을 하는 시간을 즐긴다. 좋아한다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자연스러워졌다. 언제부터였더라, 상경하고 자취 생활을 하면서였던 것 같다. 이젠 편의점 도시락 메뉴쯤이야 줄줄이 꿰고 있다(백종원보단 김혜자다). 야근 후, 집에 가는 길에 탄탄멘 한 그릇과 맥주 한 잔은 온전히 혼자만이 느낄 수 있는 천국이다. ‘오늘도 잘 버텼다, 청년이여‘라는 위로를 건네며.

More Photography
Step by Step
Fashion

Step by Step

좋은 신발을 신으면 좋은 곳으로 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네 개의 브랜드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