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언어도 뛰어넘어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다.”

넬(NELL)이 선사하는 공감각적인 체험.

Art+Culture nell
“서로 다른 언어도 뛰어넘어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다.”
재원이 입은 슈트 재킷은 준야 와타나베 꼼데가르송(Junya Watanabe Comme Des Garcons), 셔츠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재경이 입은 슈트는 닐 바렛(Neil Barrett), 셔츠는 김서룡(Kimseoryong), 보타이는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종완이 입은 숄 라펠 재킷은 바톤 권오수(Baton Kwonohsoo), 보타이 셔츠는 챈스챈스(CHANCECHANCE), 정훈이 입은 모든 의상은 김서룡(Kimseoryong).

 

Text Ruby Kim
Fashion Moon Hyuk Yoon
Photography Yeon Hoo Ahn

 

밴드를 결성한 지 벌써 17년이 되었다. 넬의 음악에서 시간은 중요한 키워드이지 않나?
정훈 실감이 안 난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는 것 같다.
재경 우리가 17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냈다니 새삼 신기하다.
종완 앞으로 17년은 더 봐야지(웃음).
최근에는 밴드만의 독립 레이블을 꾸렸다.
종완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나 작업할 수 있는 녹음실과 자신의 회사를 갖고 싶은 로망이 있을 거다. 우리도 그런 로망을 이루고 싶었다. 이전 회사와 관계도 좋고 편했지만, 문득 우리끼리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밴드 내부적으로도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 같다. 시기가 적절했다. 오랫동안 팀을 같이하다 보면 자칫 서로한테 식상해질 수도 있는데, 회사를 만들면서 우리 넷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니까 동기 부여 같은 게 생겨 더 끈끈해진 것 같다.
멤버들이 1980년 동갑내기들이다. 스무 살 때부터 같이 지내왔으니, 이제 눈빛만 봐도 통하겠다. 혹시 티격태격하는 일도 있나?
재경 다투는 일은 거의 없다. 있어도 바로바로 까먹고(웃음).
재원 멤버들끼리 성격이 다 달라서인지 오히려 트러블이 없는 것 같다.
음악과 비즈니스적인 일을 같이해보니 어떤가?
재경 아직 얼마 안 됐지만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종완 물론 시행착오는 있다. 하지만 우리끼리 실수를 해도 거기서 뭔가 배우는 게 있으니까 차차 나아질 것 같다. 일단 책임감이 강해진 것 같다.
시행착오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있다. 지난 여름에 냈던 7집 정규 앨범은 손해를 감수해가며 재작업을 해서 발표를 했다.
종완 그랬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안 들면 안 낸다는 주의라.
그렇게 공을 들인 만큼 앨범 짜임새가 정말 좋더라. 며칠 전 기습적으로 발표한 싱글 곡 ‘그리워하려고 해’는 요즘 매일 듣고 있다.
종완 의도한 건 아닌데 재작년부터 연말에 싱글을 내고 있다. 사실 이번 정규 앨범은 좀 무거운 느낌으로 만들었다. 작업에 임하는 자세도 무거웠다. 곡 작업을 2년 넘게 했고, 녹음도 8개월간 해서 굉장히 지쳐 있었다. 음악적으로 좀 쉬고 싶을 정도로. 이번 싱글은 리프레시 차원으로 정규 앨범에서 빠져나와 다른 방식으로 한번 작업을 해보자 해서 발표하게 됐다. 그냥 여러 부담감 없이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하고 싶었다.
‘그리워하려고 해’라는 제목이 역설적이다. 가사가 한줄 한줄 심금을 울리더라.
종완 아마 연말이라 더 그럴 거다(웃음). 얼마 전에 우리끼리 모여 올해도 다 지났구나, 시간 참 빠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다가 나온 곡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 그리운 것들이 많더라. 특히 올해는 밴드 내부적으로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잊고 있는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지나간 시간 중에 어떤 때가 가장 그립나?
종완 글쎄. 지금 20대 때를 돌아보면 격정의 시기였던 것 같다. 지나고 나서도 완벽히 극복이 안 되는 일들도 있지만, 결론은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더 애틋한 것 같다.
그래서 현재의 시간이 소중한 것 아니겠나.
종완 맞다. 순간 순간이 소중하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사색적인 가사로 ‘넬스럽다’는 수식어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해오면서 음악적인 변화나 색깔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을 것 같다.
정훈 항상 그때그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색깔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종완 다만 음악을 발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보통 정규 앨범을 2~3년에 한 번꼴로 내는데, 앨범의 통일성을 생각하다 보니 한번에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기가 힘들다. 물론 그 안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며 다양성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전체적인 앨범 색깔에서 벗어나는 곡들은 아쉬워도 어쩔 수 없이 덜어내야 한다. 예전에는 싱글 한 곡으로는 성에 안 차서 꼭 정규 앨범으로 트랙을 꽉 채웠는데,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곡을 들려드리기 위해서라도 곡을 발표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재경 싱글이 좋은 이유가 정규 앨범에서 다 들려주지 못한 좋은 곡들을 틈틈히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차근차근 넬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
듣자 하니 종완 씨는 다작의 왕이라더라.
정훈 종완이의 하루 일과표를 보면 90%는 곡 작업이다.
재경 일하는 게 좋다고 한다. 특히나 올 한 해는 작업실에만 있었다.
종완 앨범 작업 때문에 그랬다. 그래도 할 일 다 하면 여행도 가고 그런다.
다음 주 부터는 공연 스케줄이 줄줄이 이어진다. 준비는 잘되고 있나?
정훈 공연 준비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다. 연말에 하는 제주도 공연이 특히 기대된다. 한 해의 마지막과 첫날에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의미있고,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올 한 해에 세워둔 계획이 있다면?
정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많은데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안 찍어서 말할 수가 없다(웃음).
재경 공연을 더 자주 하고 싶다.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도 해보고 싶고.
재원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다 해보고 싶다.
종완 조만간 대만에서 앨범을 선보인다. 기존의 곡들을 재편곡, 재녹음해서 실을 예정이고, 공연도 할 생각이다.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한국이든, 대만이든, 미국이든 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악이 참 좋다. 서로 다른 언어를 뛰어넘어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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