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너무 좋아했어요.”

동묘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Art+Culture 동묘
“옷을 너무 좋아했어요.”
“옷을 너무 좋아했어요.”

Text Jong Hyun Lee
Photography Shin Jae Lee

“옷을 너무 좋아했어요.”

약 한 달 전, 촬영 소품을 사러 동묘에 갔다. 그게 나의 첫 동묘였다. 대구 출신인 나는 동묘를 어느 방송에서 본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빈티지 의류를 보려면 광장시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동묘는 어르신들이 자주 찾으시는 놀이터 정도로 생각했다. 내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나는 동묘에서 구제 의류를 취급, 판매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가업을 이어가는 20대 사장님을 만나 14개의 공통적인 질문을 드렸다. 너무나 또렷하게 유행을 간파하는 심미안에 놀랐고, 돈이 되기 때문에 모든 옷을 아낀다는 솔직한 대답과 ‘유행을 반영하시나요?’라는 나름의 날카로운 질문에 ‘반영하지 않습니다’라는 시니컬한 대답에 웃음지었으며,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 나에게 동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하는 말씀을 듣고는 감동을 받았다. 동묘를 ‘동묘 스웨거’라는 말을 덧붙여 재미의 일환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심각할 건 없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더 진중하게 동묘를 느껴주길 바란다.

“옷을 너무 좋아했어요.”

1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2 빈티지(구제) 의류를 판매한 기간과 동묘에서 장사를 한 기간을 알고 싶습니다. 3 장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4 빈티지 의류의 장점과 매력은 무엇일까요? 5 동묘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의류가 각종 쇼핑몰과 매장에서는 필요 이상의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고, 그 결과 빈티지 의류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6 왜 한국은 유럽 또는 가까운 일본 등과 달리 빈티지 의류에 대한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걸까요? 7 현재 매장에서 가장 아끼는 옷이 있나요? 8 가장 비싼 옷은 어떤 것이며, 가격은 얼마인가요? 9 제품의 가격(가치)을 책정하는 기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0 수많은 빈티지 의류 중에서 현재 매장에 구비된 스타일의 의상을 매매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11 장사를 하면서 유행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지 궁금합니다. 12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의류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13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나 아이템이 궁금합니다. 14 동묘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길 바라나요?

남계로 27길 72,
기마이

1 이진희, 54세. 2 2010년 9월 18일에 개업해서 현재 6년 정도 됐습니다. 3 동대문 아트프라자에서 도매를 17년 했습니다. 도매업이 밤 장사다 보니 건강상 힘에 부쳤고, 이젠 자녀들도 모두 자립해서 낮 장사로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4 적은 돈으로 명품 브랜드의 옷을 구입할 수 있고, 새옷이 아니기 때문에 옷 자체에 이미 길이 들여져 있어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옷도 사람도 각각의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을 아는 분들은 가격이 저렴해서 오래전부터 이용하고, 모르는 분들은 인터넷에서 비싸게 구입하는 것 같습니다. 6 저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빈티지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빈티지에 대한 매력을 아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7 아마도 명품 브랜드의 제품이겠죠? 8 10만원에서 30만원 사이의 의상들이 비싼 축에 속합니다. 9 옷의 상태를 보고 시장 조사를 철저하게 한 후 결정합니다. 10 정해진 스타일의 의상을 판다기보다는 유행을 따라서 의상을 준비합니다. 11 네, 의류 사업에서 유행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12 요즘은 겨울이다 보니 연령대 구분 없이 코트 종류를 많이 찾습니다. 13 홀리스터와 아베크롬비, 타미 힐피거와 폴로 랄프 로렌 같은 미국 브랜드와 이탈리아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14 젊은 층이 많이 찾다 보니 다들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각각의 매장이 개성을 가지고 품목을 달리해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런 변화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동묘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난계로 27길 72,
로마

1 왕재호. 28세. 2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은 지 3년 되었습니다. 3 부모님의 사업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았습니다. 4 과거 비싸게 판매되었던 제품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5 개개인이 알아서 해결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6 빈곤했던 시절을 겪었다 보니 중고에 대한 선입견이 있고, 새것에 대한 선호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7 밍크 코트들. 8 밍크 코트들. 100만원대에서 340만원대. 9 과거의 판매 가격에 따른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합니다. 10 모직 코트와 퍼 코트 위주로 판매하는데,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기 때문입니다. 11 유행은 그저 돌고 돌 뿐이고, 많은 사람들이 옛것을 찾는 재미와 비싼 제품을 싸게 사는 묘미로 매장을 찾는 것 같습니다. 12 젊은 층은 데님과 모직 코트 또는 오버사이즈의 의상을 많이 찾고, 중년층은 패딩 제품과 슈트 그리고 신발 종류를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13 아크테릭스, 몬츄라, 마무트와 같은 명품 아웃도어 제품을 좋아합니다. 14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제 명품 거리이자 관광 명소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청계천로 369

1 이정식. 40세. 2 각각 2년. 3 빈티지 의류 및 소품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 발품을 팔면 더욱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고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는 의류 및 소품으로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5 제품의 희소성에 따른 당연한 결과 아닐까요? 6 개개인의 견해 차이일 뿐, 일반화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7 가죽 재킷. 8 빈티지 가죽 재킷으로 5만원. 9 품질 및 디자인의 희소성. 10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밀리터리 룩 위주로 매입하고 판매합니다. 11 반영하지 않습니다. 12 젊은 층은 무조건 저렴한 제품과 박시한 코트류를 많이 찾고, 중년층은 특정 의류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의류를 선호합니다. 13 제 개성에 맞게 쉽게 리폼할 수 있는 컨버스와 반스의 스니커즈를 좋아합니다. 14 마냥 싸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했으면 좋겠습니다.

종로 60길 25

1 박춘하. 53세. 2 구제를 판매한 기간은 20년, 동묘에서 장사한 기간은 5년 정도입니다. 3 옷을 너무 좋아했어요. 4 값이 저렴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물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6 구제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 아닐까요? 7 모든 옷들이 사랑스럽지만 야상이나 무스탕 종류를 특히 아낍니다. 8 소가죽으로 된 무스탕으로 가격은 12만원. 9 희소성. 10 개인의 취향 때문입니다. 11 네, 반영하고 있습니다. 12 요즘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코트를 너무 좋아합니다. 13 개인적으로 야상을 좋아합니다. 14 젊은 층이 조금 더 많아져서 활기찬 거리로 변하기를 기대합니다.

난계로 27길 72,
빈티지 불스

1 서계식. 65세. 2 각각 약 3년. 3 빈티지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4 유명 브랜드를 싸게 구입하고 좋은 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 5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6 싸고 물건이 좋다는 이미지가 오히려 반감을 가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7 칼하트의 워크 재킷과 다른 스포츠 브랜드들의 제품을 특히 아낍니다. 8 8만원. 9 브랜드와 옷 상태에 따라 결정합니다. 10 젊은 친구들의 선호도에 맞추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11 반영합니다. 12 젊은 층과 중년층의 패션 스타일에 따라 선호도도 나뉘는 것 같습니다. 13 칼하트의 워크 재킷. 14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청계천로 369

1 김재현. 60세. 2 6년, 2개월. 3 기본적으로 먹고살기 위해.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4 나만의 특별한 패션 세계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5 비단 빈티지 의류뿐만 아니라 모든 게 그렇습니다. 몇 배 받기 위해 사업자가 그만큼 발품을 파는 것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6 우리가 못살 때 구호물자로 받았던 기억이 구제품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7 다 아낍니다. 돈이 되니까요(웃음). 8 모두 신경 써서 판매하는 상품들이니만큼 다른 매장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싸지 않습니다. 9 옷의 느낌과 대중적 선호도. 10 매장주의 취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1 유행의 흐름을 고려하기보다는 마니아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12 젊은 층은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중년층은 과거의 추억이 떠오르는 아이템을 많이 구매하는 것 같습니다. 13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14 조금 더 쾌적한 공간으로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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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에디터 최지웅과 패션 에디터 이종현이 글로 쓰는 같은 이슈 다른 내용, 이른바 '최대리'. 편집장은 매달 이들의 한판 승부를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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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데이즈드> 화보를 보면 공통적으로 자주 사용된 소품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장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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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패션 비평가들의 울림이 다시 절실한 시대다. 이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패션 디자이너에게도, 또 <데이즈드> 코리아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채찍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