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부츠

평범함을 거부하고 다시 태어나 모양새도 각양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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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Yu Ra Oh

날마다 부츠

지난 7월 프랑스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공개된 베트멍의 2017 S/S 컬렉션은 화제를 모았다.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꼼데가르송, 칼하트, 브리오니, 쥬시 꾸뛰르, 챔피언 등 20개에 육박하는 브랜드 속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갔던 건 지미추다. 이 쇼를 통하여 몇몇 브랜드는 과거에 누렸던 인기를 다시금 실감했고, 혁신적인 시도를 절제하던 브랜드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미추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특히 허리까지 올라오는 사이하이 부츠를 보면 말이다. 이 부츠는 ‘신는다’보다 ‘입는다’라는 표현이 더 맞는다.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는 항공 점퍼나 트레이닝복 또는 실크 원피스에 엄청난 길이의 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해 충분히 ‘입을 수 있는’ 부츠 스타일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부츠 한쪽을 접어 비대칭으로도 신을 수 있어 스타일링할 때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베트멍의 부츠 신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꺼운 힐을 장착한 플랫폼 부츠에 이어 사이하이 부츠까지 선보였다. 스타킹처럼 신을 수도 있는 반짝거리는 루렉스 소재의 부츠를 소개한 것도 모자라 ‘BIC’ 라이터 모양의 구두 굽까지 등장시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카우보이 부츠로 유명한 루체스를 등장시켰다. 이후 베트멍은 꽃과 하트, 총이 그려진 타투이스트 에드 하드풍의 그림을 웨스턴 부츠에 프린트했다. 이외에도 트랙 슈트에 어울리는 줄무늬와 타탄체크 패턴의 부츠를 연이어 공개했다. 베트멍의 부츠는 과감하고 대담하며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발맹의 컬렉션에서는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딱 붙는 실루엣의 사이하이 부츠가 등장했다. 이는 각선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부츠로 다리를 날씬하고 길어 보이게 한다. 다리의 텐션을 잡아주는 스타킹의 역할과 비슷해 보이지만 보다 내구성이 강한 부츠는 올이 풀릴 걱정을 하거나 신을 때마다 세탁할 필요도 없다. 허리 라인이 들어간 미니드레스와 몸에 딱 달라붙는 발맹의 사이하이 부츠를 입는다면 글래머러스한 보디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뎀나 바잘리아의 또 다른 작품인 발렌시아가 부츠도 마찬가지다.

발렌시아가의 부츠 역시 다리 라인을 그대로 살리고 앞코 부분을 직선으로 만든 플랫폼 힐을 더하여 조형미를 표현한 게 특징이다. 매끈한 각선미와 거대한 플랫폼 힐은 서로 상반되어 기하학적인 인상마저 들게 한다. 덕분에 뎀나가 건축적으로 접근한 의상과도 잘 어우러졌다. 이 밖에도 모스키노나 프로엔자 스쿨러, 지방시가 컬렉션에 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해 날씬한 다리를 부각시켰다.

레이스업 부츠도 다시 트렌드로 떠올랐다.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미래적인 분위기의 의상들에 스포티한 무드를 가미하고자 전투화를 뜻하는 콤배트 부츠를 생각해냈다. 울퉁불퉁한 아웃솔에 투박한 레이스업 디테일을 가미한 부츠는 거칠고 강인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 구조적인 재킷, 레더 소재의 크롭트 팬츠나 스카프 느낌이 나는 원피스 등을 더하면 루이 비통 방식의 ‘스포츠 시크’가 완성된다. 프라다 컬렉션에서는 발목과 다리를 강조하는 디자인의 레이스업 부츠를 볼 수 있다. 발가락과 발목, 발뒤꿈치 부분을 오픈하여 여자의 가녀린 발을 그대로 드러내고, 웨지 힐에는 금속 장식을 넣어 더욱 화려하게 연출했다. 여기에 1950년대 무드의 드레스, 코르셋, 실크 블라우스와 남성적인 각진 코트와 해군 모자 등을 매치해 상반되는 아이템들의 조화를 꾀했다.

이번 시즌을 통틀어 가장 그로테스크한 부츠는 마크 제이콥스이다. 높이가 30cm나 되는 과장된 플랫폼 힐로 디자인해 걷는 게 걱정될 정도이니 말이다. 마녀가 신을 법한 이 부츠는 마크 제이콥스의 고딕 무드 의상과도 잘 맞아떨어져 회심의 컬렉션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리얼 웨이에서 이 부츠를 얼마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즌 트렌드에 다양성을 부여했다는 점과 독창적인 컬렉션을 만들고자 그가 고민한 과정들은 높이 인정하고 싶은 바다.

찬 바람이 불 때나 볼 수 있었던 부츠는 이제 더 이상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다. 패션에 성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사이하이 부츠가 등장하는 남성복 컬렉션도 늘고 있다. 이는 현재 많은 부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금의 패션계를 지배하는 맥시멀리즘에 실험적이고 해체적인 접근이 더해진다면 부츠는 계속해서 진화할 거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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