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봐라.

패션 변방인 한국, 스페인, 멕시코 출신의 <데이즈드>가 지지하는 혜성들.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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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i Young 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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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A R R A G A N

아이디어 증폭기, 바라간이 보여주는 패션 퍼포먼스

땅끝까지 흘러내리는 소매의 옷, 즙이 줄줄 흐르는 열대 과일에 촘촘히 박힌 피어싱, 벨트에 뜬금없이 꽂혀 있는 거대한 대파와 당근. ‘난해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어쩐지 모르게 흥미를 자극한다. 멕시코시티 출신으로 뉴욕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자 퍼포먼서인 빅토르 바라간(Victor Barragan)의 인스타그램 계정 이야기다. “나는 패션이 예술적인 퍼포먼스의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그는 본인이 디자인한 옷과 액세서리들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재가공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매 시즌 어떤 테마를 가지고 작업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테마는 없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테마 같은 건 없어요. 모든 영감에서 혁명 같은 것을 느끼죠. 특히 주 관심사였던 유기농(Organic)에 대한 컬렉션은 ‘현대’, ‘플라스틱 시대’, ‘인공의 시대’에 대한 답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우리 삶에서 오염되지 않은 생활로 되돌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바라간은 이것을 직관적인 사진 촬영과 슬로모션 비디오 촬영을 통해 선보인다. 그리고 영상과 그래픽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고급 카메라가 아닌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듯 거친 입자가 가득한 영상이라도 어쩐지 눈이 가는 이유는? 기괴하지만 독특하고 유치하지만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게시물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의미 같은 건 묻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심오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면 글쎄, 실망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굳이 ‘어떤 의미냐?’고 묻는다면 답은 ‘그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는 기술적인 실험, 그리고 여기에 나의 아이디어를 더해 재미있고 창조적인 것들을 만드는 것뿐!’ 이라는 대답만이 돌아올 것이다.

본인의 작업물에 수천만 명의 눈과 손이 오고 가는 것을 느낀다는 그는, ‘디지털’이라는 플랫폼은 유동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보여주고, 대중에게 알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된 SNS, 그리고 이것을 명민하게 이용한 바라간. 궁금하다면 그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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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 L O M O

팔로모는 남성복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2015년 졸업 컬렉션에 이어 이제 막 두 번째 컬렉션을 선보인 남성복 디자이너 알레한드로 팔로모는 자신을 소개하며 스페인 남부의 코르도바 출신임을 강조한다. 목가적인 풍경과 순례자, 도시 외곽의 이미지를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첫 번째 컬렉션 룩북에 이어 크리스털 비즈 드레스와 핑크 빛 깃털 왕관, 섬세한 프릴과 자수, 손끝으로 치맛자락를 들어올리는 매혹적인 소년들이 등장하는 최근 컬렉션 영상을 보고 나면 왜 그가 결코 패셔너블하지 않은 작은 도시에서의 유년 시절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16세 때 스페인은 제게 맞지 않는 곳이라 생각했고 18세에 런던으로 건너가 6년을 살았어요. 하지만 런던에서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스페인 문화가 제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디자인을 하는 동안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걸 깨달았죠.” 런던에서 얻은 미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스페인 고유의 느낌과 1970년대 기교를 사용한 졸업 컬렉션 ‘Je t’aime moi non plus’는 런던에서의 학교생활 이후 향수병을 느꼈던 그가 표현한 고향에 대한 오마주였다. 결국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온 팔로모는 그가 사용하는 모든 기교가 스페인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스페인에서 일하게 되면서 더욱 정교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가능성에 접근이 가능해졌어요. 현재 50년의 경력을 가진 재봉사와 함께 작품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는 런던에서 남성복을 전공하며 익혔던 기술적인 감각과 스페인을 뿌리로 둔 전통적인 미감을 완벽히 결합하는 데 이미 능숙함을 발휘 중이다. 주로 여성복에 적용되는 거의 모든 쿠튀르 디테일을 선보이는 그의 컬렉션은 ‘젠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애인과 함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올란도(Orlando)>를 본 후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 확실히 영화 속 주인공의 성별을 알 수 없는 설정에서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얻기는 했지만, 그의 관심은 젠더보다 그저 자신의 컬렉션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는 일에 치중해 있는 듯하다. “이 영화는 400여 년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패션에 관한 장면들이 많은데 여기에서 저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제 컬렉션 역시 수십 년의 패션 역사에서 영감을 얻어 이들을 다시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영화에서 주인공 올란도가 남자에서 여자로 변한 자신의 나체를 보며 “달라진 건 없어. 단지 성만 바뀌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던지는 메시지는 팔로모의 컬렉션 주제를 관통한다.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팬츠나 슈트를 입는 것처럼 팔로모의 옷을 입는 소년들에게 팬티가 비치는 오간자 드레스와 등허리에 늘어뜨린 실크 리본은 자연스럽다 못해 덤덤해 보이기까지 하니까. 단지 옷만 바뀌었을 뿐, 달라지는 건 없다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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