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옷

아이언맨처럼 슈퍼 슈트를 입을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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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옷

Text Ji Young Noh

미래의 옷

미래의 옷은 어떨까? 당장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삶인데 먼 미래의 옷까지 걱정해야 할까 싶지만 이것 역시 먹고사는 문제, 의식주의 문제 아니던가. 오늘날 인간과 로봇이 바둑 대결을 두는 이 시점에서 미래의 옷에 대해 고민한다는 게 허황된 생각은 아닐 거라 위로해본다. 당장 다음 시즌의 패션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1세기쯤은 훨씬 지난 먼 미래에 대해 말이다. “뭔가 기계들이 잔뜩 장착된 옷이겠지. 예를 들면 VCR이나 화상 채팅 스크린이 달린 옷”, “전화나 PC의 기능이 모두 장착되어 있을 것 같아. 그럼 뭐 생 로랑과 삼성 간의 콜라보레이션이라도 이루어지려나?”, “옷을 입을 이유가 있을까? 그땐 밖에 나갈 필요도 없을 텐데.” 최소 22세기의 옷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들이다. 우리의 미래는 늘 과학, 즉 하이테크놀러지가 예견한 삶을 살고 있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캡슐 하나로 식량을 대체하는 것들이 먼 미래가 아니라는 말이다. 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하고 있고, 미국의 우주 항공 분야 기업인 에어버스 역시 내년까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제품을 선보인다고 밝혔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패션계에서 하이테크는 소재에 관한 연구, 그중에서도 3D 프린팅 기법이 이를 대변한다. 3D 프린팅이란 2차원의 프린트 층을 쌓아 3차원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고체나 액체 등 전통 직조 방식에서 불가능한 소재를 결합시켜 옷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떨어지는 물방울이나 거품을 프린팅해서 옷으로 입을 수 있단 말이다. 이 기법을 사용하는 디자이너는 파리 오트쿠튀르 쇼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아이리스 반 헤르펜이 대표적이다. 그녀는 신체의 볼륨이나 곡선의 제약에서 벗어난 3D 프린팅 드레스를 최초로 선보이며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는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 2015 F/W 샤넬 쇼에서 칼 라거펠트는 “20세기의 아이콘인 샤넬의 재킷을 21세기 버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며 3D 프린팅을 이용해 보다 정교한 트위드 재킷을 완성해냈다. 이외에도 이 기법을 선보이는 디자이너에는 노아라 브리스, 후세인 샬라얀 등이 있다. 패션과 과학의 결합으로 머릿속에 상상만 했던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순간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 무엇보다 경제적 절감이라는 이점이 있다. 레디 투 웨어 쇼에서도 앞다퉈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영화 <아이언맨>의 슈퍼 슈트와 같은 것을 입고 다닐 날이 머지않았단 말인가? 과학기술이 패션계에 가져올 새로운 변화들은 혁신적이고 흥미롭지만, 이것은 패션 산업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패션 생산업계 존재의 위기다. 예를 들어 3D 프린팅과 같은 기술이 보편화되면 옷을 사지 않고 집에서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하고 프린팅할 수 있다. 이렇듯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 과정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면, 디자이너와 패션 생산업과 관련된 사람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카피(모조품)의 문제는 또 어떻고. <아이언맨>에서와 같은 과학기술이 치덕치덕 발라진 슈퍼 슈트가 일상복이 된다면, 이 옷은 패션 브랜드에서 만드나? 전자 브랜드에서 만드나? 두 산업계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제품의 워런티는 어디서 보장받아야 하나? 그렇게 된다면 의복의 형태와 생산 방식,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 패션 산업 모든 분야의 역할과 개념이 재정의 되어야 할 것이다. ‘하이테크’, ‘최첨단 과학기술’, ‘디지털 시대’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는 패션업계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의 인공지능형 운영체계와 사랑을 그린 영화 <Her>의 감독 스파이크 존즈와 스타일리스트 케이시 스톰이 그려낸 미래 옷은 조금 다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시어도어가 입은 옷은 유니클로나 H&M에서 몇 장 골랐을 것 같은, 미래의 모습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평범하다. 컴퓨터와 사랑에 빠진 이 남자의 옷이 <아이언맨>의 슈퍼 슈트는 아니어도, 주인공의 안경이나 벨트 어딘가에 센서 또는 카메라 따위 하나 정도는 달려 있을 줄 알았다. 이런 의문에 케이시 스톰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단 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미래라고 해도 패션도, 이름도 결국엔 회귀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죠. 이 장치를 패션에 둔 거예요”라고 말한다(주인공의 이름 ‘시어도어’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이름에서 착안한 것이다). 과학기술은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생산적인 것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것을 ‘미래’라고 한다. 하지만 미래에 다가갈수록 우리는 과거를 두드리게 된다. 형태가 변하고 의미가 변해도 그것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머지않아 최첨단의 슈퍼 슈트를 입고 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패션의 미래가 ‘테크’에 달려 있다는 말은 아니라는 거다. 옷이 개인에게 부여하는 개성, 유수의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담아낸 패션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패션 에디터’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나 역시 그것을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기도 하고. 미래라고 별거냐.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 ‘사람 사는 세상’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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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베어는 칼 라거펠트, 스티븐 클라인, 에드워드 에닌풀 등의 지지를 받으며 현재 가장 가열하게 활동 중인 모델이다. 자신의 일을 즐기며 도널드 트럼프와 지구 온난화 이슈까지 고민하는 ‘요즘’ 사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