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F/W 남성복 패션 위크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고,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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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W 남성복 패션 위크

Text Jong Hyun Lee

2017 F/W 남성복 패션 위크

올해 1월 런던에서 시작됐던 2017 F/W 남성복 패션 위크는 2월 초 뉴욕을 마지막으로 그 끝을 맺었다. 늘 반복되는 행사이지만 이번시즌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요란했고 치열했다.
그 치열함 속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는 행운을 잡은 건-그 결과물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든-의심의 여지 없이 루이 비통이었다. 스트리트 컬처의 황제 슈프림과의 협업을 미리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둘의 조합이 가져온 파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과거 마크 제이콥스의 기지로 매년 큰 사랑을 받았던 몬(Mon) 모노그램 패턴은 단순히 슈프림의 로고와 슈프림을 대표하는 레드 컬러가 접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크 제이콥스의 그 어떤 시절보다도 큰 광풍을 몰고 왔고, 슈프림의 로고가 박힌 루이 비통의 에피(Epi) 레더는 단번에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레더가 되었다. 슈프림의 영향력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한 킴 존스의 디자인적 우수성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지만, 어찌 됐든 루이 비통의 2017 F/W 남성복은 이슈의 중심에 우뚝 섰다.
루이 비통이 소위 초대박을 터트리든 말든 발렌시아가와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는 두 브랜드 모두에서 본인에게 쏠린 지대한 관심을 뛰어넘는 컬렉션을 선보이며 왕좌의 자리를 지켰다. 완전히 분리된 발렌시아가와 베트멍의 컬렉션이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레이어드’. 다양하고 화려한 레이어링 방식으로 그간 보여준 직선적이고 비대칭적인 실루엣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의 실루엣을 완성했다. 게다가 3가지 밑창을 결합하고 레트로한 컬러 블로킹에 신발의 앞코에는 사이즈를 표기하는 위트로 남자인 나는 물론이며 여자들까지 제일 작은 사이즈를 궁금케 만든 스니커즈는 루이 비통과 슈프림의 협업 제품에 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이템이 아닐까?
고샤 루브친스키는 패션 위크 스케줄을 벗어나 고국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에서 어김없이 ‘How to Wear’라는 명제를 던지는 컬렉션을 선보이며 찬사를 이끌어냈고, 몇 안 되는 디자이너만이 추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오프 스케줄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라프 시몬스는 파리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몸도 마음도 뉴욕으로 옮겼다. ‘I LOVE NY’을 부르짖으며 자신의 컬렉션을 뉴욕에서 선보이더니 세간의 눈길이 몰렸던 자신의 첫 번째 캘빈클라인 컬렉션에서는 누가 봐도 헬무트 랭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핏과 이야기를 풀어내며 뎀나와 각을 세웠다. 하이더 아커만과 준지는 각각 첫 번째 벨루티 컬렉션과 여성복 라인을 파리 무대에서 선보였으며,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오랜 파트너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가 디올로 떠난 후 처음 선보이는 발렌티노 남성복 컬렉션에서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뭇 남성들의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즉시 날려주었다. 마르니 또한 창립자의 부재를 느낄 수 없는 변함없는 컬렉션으로 팬들의 우려를 단번에 떨쳤다.
또 슈프림의 오랜 파트너이자 한국에서는 한때 등산복의 교복화에 앞장섰던 노스페이스는 사카이와 준야 와타나베, 두 브래드와 협업하며 루이 비통과 함께한 슈프림에 대한 섭섭함(?)을 달램과 동시에 서운함(?)을 드러냈고, 지난 시즌 휠라 그리고 카파와 손을 잡았던 고샤 루브친스키는 이번 시즌 아디다스와 협업하는 등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의 공개도 이어졌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패션 위크가 끝난 후 전해진, 한 시대의 끝을 알리는 지방시와 리카르도 티시의 아름다운 이별 소식은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이들의 마음을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지난해, 급변하는 패션 시스템에 맞춰 앞으로는 남녀 통합 컬렉션을 선보일 거라 선포한 구찌와 버버리는 이번 남성복 패션 위크 기간부터 정말로 그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요지 야마모토의 패턴 디자이너 출신 테페이 후지타(Teppei Fujita)가 이끄는 설밤(Sulvam), 도쿄를 떠나 파리 무대 데뷔 후 즉시 주목받기 시작해 2016년 일본인 최초로 LVMH Prize의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관심을 끈 히로미치 오치아이(Hiromichi Ochiai)의 파세타즘(Facetasm), 몽클레르의 아트 디렉터 출신 프란체스코 라가치(Francesco Ragazzi)가 아웃사이더로서 로스앤젤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을 고국인 이탈리아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팜 엔젤스(Palm Angels), 도시 문화와 예술로부터 받는 영감을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재해석하는 프랑스 출신의 발렌틴과 플로렌틴 글레마렉(Valentin and Florentin Glemarec) 형제의 이코새(Icosae), 포르투갈 패션 위크에서 시작해 이제 막 파리에서 두 번째 시즌을 치른 휴고 코스타(Hugo Costa)의 휴고 코스타 등의 약진은 남성복 시즌의 의의를 유지시켰다.
누군가는 뎀나 바잘리아가 이젠 지겹다고 말한다. 그러나 발렌시아가와 베트멍의 뉴 컬렉션은 그것을 반증한다. 누군가는 헬무트 랭, 마틴 마르지엘라, 알렉산더 맥퀸이 없는 지금의 패션이 과거에 비해 더 이상 흥미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여전히 존 갈리아노가 있고 레이 가와쿠보가 있으며 라프 시몬스가 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오프 화이트의 버질 아블로가 지방시로 향할 것이라는 루머가 돈다. 라프 시몬스는 첫 번째 캘빈클라인의 컬렉션을 선보였고, 셰인 올리버의 후드 바이 에어 컬렉션이 곧 뉴욕 패션 위크에서 공개된다. 과거를 그리워하다 현재를 놓치기에는 지금의 패션은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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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끔찍할, 또 누군가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또 누군가에는 너무 후회되는 2016년. 너무 안 좋게만 표현했나. 뭐 우리의 감정은 지금 그러하다. <데이즈드> 편집부 에디터들이 패션, 문화, 사회 전반적인 올해의 키워드에 대한 단상을 늘어놓았다. 서로 친하지 않아서 메일로 했다.

Made in Swiss, Typ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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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 위크가 한창인 2월 초, 조용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캘빈클라인’ 로고를 두고 패션계가 술렁였다. 타이포그래피의 가치가 높아지는 이 시점, <스위스에서 파리까지–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전시의 큐레이터이자 전시를 위한 책 저자인 바바라 주노드를 만났다.

강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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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 335부터 355까지(이 길에 키워드가 있는 우연).

CHOI VS.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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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에디터 최지웅과 패션 에디터 이종현이 글로 쓰는 같은 이슈 다른 내용, 이른바 '최대리'. 편집장은 매달 이들의 한판 승부를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