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LOVE

정욱준과의 인터뷰는 늘 술과 연결된다. 다음 날 우리는 ‘사랑이 최고다’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Art+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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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준과의 인터뷰는 늘 술과 연결된다. 다음 날 우리는 ‘사랑이 최고다’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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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Bom Lee
Photography Jung Wook M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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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만의 인터뷰다. 최근 지드래곤과 태양이 모델로 선 캠페인 컷이 SNS 등에서 이슈다.

그런가? 그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바쁜 거야 둘째 치고 영향력이 큰 친구들이 선뜻 응해줬다. 고맙다. 패션을 좋아하고, 또 같은 나라 국적으로 서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과 준지,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이란 말이 촌스러울 정도로 세계적이다. 앞뒤 15학번 이상 차이 나는 선후배도 다 알 정도로 더불어 장수했다. 한마디로 연속성 있는 영향력.

빅뱅은 마냥 ‘한류’라는 단어로 읽히진 않는다. 한류 안에는 우리 스스로 자긍심을 갖기 위한 어느 정도의 압박과 과장도 있는데 빅뱅은 그 자체, 그냥 ‘진짜’ 아닌가. 글로벌한 최초의 아티스트라고 해야 할까. 그게 좋다. 다 훌륭한 분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참 좋다.

게다가 진정성도 있다. 그들이 2014 S/S 시즌 파리 컬렉션도 직접 관람하는 등 파리를 가면 으레 준지 컬렉션을 방문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당신이 10년여간 파리에서 선보인 19번의 컬렉션을 찾아 보니 ‘고통’이 절로 느껴졌다.

고통은, 진짜 맞다. 매번 컬렉션을 할 때마다 발표되기 전까지의 고통은, 맞다. 게다가 그 강도가 더 심해진다. 나는 내가 아티스트는 아니고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데, 아티스트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고통은 배가된다. 해내고 나면 아쉬운 것도 물론 많지만 살짝의 기쁨이랄까, 그 맛을 알기 때문에 멈출 수 없는 거겠지.

올 초에는 피티워모의 39번째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2016 F/W 컬렉션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선보였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나 발렌티노 등 명성을 얻어야만 초대받을 수 있는 피티워모의 컬렉션에 나섰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아직 채 10년은 안 됐지만 피티워모를 계기로 뭔가 이제는 더 깊숙히 들어가야 되겠다, 마음먹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6월에 파리에서 선보인 2017 S/S 컬렉션을 보면서 뭔가 또 다른 준지 2막이 펼쳐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팬을 위한 브랜드는 정말 중요하다. 그걸 놓치면 안 된다. 팬과 팬의 친구들까지 같이 입을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상업적일 수는 없다. 요즘 컬렉션이 전반적으로 컨템퍼러리한 무드로 덮여 있는데 그러다 보니 상업성이 짙은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나만의 생각 같은 것이 있다. 상업성과 예술성이 5 : 5라는 법칙에서 타협을 본 것이 6 : 4다. 우리가 입고 싶은 것 6, 컬렉션에 내세울 수 있는 것 4. 2017 S/S 컬렉션의 경우 그러다 보니 보다 편해진 면이 있다.

그 1을 양보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님을 안다. 누군가 내게 준지에 대해 물으면 난 ‘클래식’이라고 답한다. 당신이 그것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당신조차 1을 양보했을 정도로, 요즘은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솔직히 젊어지고 싶었다. 패션 디자이너라면 나이를 먹을수록 추하지 않은 범위에서 젊어지는 것, 이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내 사무실에는 첫 번째 컬렉션부터 19번째까지의 사진이 다 붙어 있다. 자주 본다. 또 자세히 본다. 쇼마다의 호불호는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좀 나이 들게 디자인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순간 조금 더 젊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70~90년대의 클럽 신이나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더 찾아보게 되었다.

깊게 동감한다. 패션 에디터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추하지 않은 범위에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신은 충분히 젊고, 움직이고 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주형선처럼 긴 시간을 통해 견고하게 다져진 크루들도 이제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는 모습이다.

19번의 컬렉션을 통해서 어느 국적이냐를 떠나 헤어뿐 아니라 메이크업, 프로덕션, 연출팀 등 각각의 분야 다양한 전문가들과 일해왔다. 그러면서 진짜 딱 19번째가 되었을 때 팀워크를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형선(션)은 그냥 인간관계를 떠나 너무 잘하니까 같이하고 싶은 아티스트다. 메이크업이나 프로덕션, 캐스팅 디렉터들도 다 마찬가지다. 진짜 우리 식구다.

요즘의 경향과 달리, 서울 컬렉션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당신이 직접 스타일링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절약 정신이랄까(웃음). 론 커스텀 시절에야 쇼를 스타일링한다는 개념이 국내에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했는데 스타일링을 통해 실루엣을 만들고 섞고 해체하는 과정이 재밌더라. 파리 컬렉션을 처음 하면서는 이제 유명 스타일리스트를 기용해야겠다, 생각도 했는데 프랑스 파리 에이전시에서 그간의 서울 쇼를 보더니 스타일리스트가 누구냐고 먼저 묻더라. 그래서 내가 “난데?” 이랬더니 미쳤다면서 어떻게 이걸 다 해왔냐고 말하더라. 그래서 이제는 영향력 있는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들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네가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처음에는 스타일링까지 하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다. 없어 보이기도 하고. 스타일리스트가 워낙 중요한 존재니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한 해 한 해 거듭하면서 스타일리스트로서 좋은 이야기를 들으니 고마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준지의 정체성이다. 디자이너가 직접 스타일링을 하는 컬렉션.

아마 우리 팀들이 좋을 거다(웃음). 남들은 막 150피스씩 만들어 파리 현지에서 새벽까지 스타일링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미리 짤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피티워모와 더불어 영광스러운 자리인 ‘울마크 프라이즈’ 심사위원으로서 최근 임했다.

울마크 컴퍼니가 어떤 곳인지 봤더니 비영리 회사더라. 양도 환경도 보존하고, 선정된 디자이너를 보니까 지금 막 뜨는 디자이너부터 완전 무명의 신인까지 다양한 폭이라는 점. 이것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내가 평소 울 소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알 거라 본다. 이 자리는 디자이너로서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젊은 친구들의 작품이 어떻게 다가오던가?

‘내가 이 사람을 심사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워낙 그 자리가 엄격하다기보다 쿨하다. 심사위원과 참가자들이 동시대 디자이너로서 함께 교류하고 대화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매력 있었고 좋았다.

에어 서울의 승무원 의상도 만들었더라.

유니폼 중에 가장 멋있는 것이 군복 다음으로는 항공사 승무원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물은 마음에 든다.

오랜 만에 당신의 여성복을 본 것이 난 반가웠다. 준지의 여성복도 보고 싶다.

곧!

정말인가? 세컨드 라인 개념인가?

준지, 그 하이패션 라인 그대로다. 프리 컬렉션만 너무 하고 싶다. 컬렉션 전체로 당장 할 시기는 아직 아니다.

요즘 패션계 이야기 좀 해보고 싶다. 캘빈클라인으로 라프 시몬스가 간다는 뉴스가 가장 뜨겁다.

개인적으로 둘은 잘 맞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캘빈클라인의 대표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브랜드 전체를 바꾸고 싶은데 기회가 온 거다. 라프가 아니라 바로 그럴 수 있는 시대. 캘빈클라인의 전성기인 1990년대가 확 다가오니 그 영화를 다시 누리고 싶었을 거고, 그걸 이끌 사람으로 라프를 선택한 거다. 팬티 한 장까지 바꾸려 하는 건 브랜드 전체를 리뉴얼하고 싶어서 아닌가.

또 하나는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를 비롯해 고샤 루브친스키 등 사회주의 국가 출신의 디자이너들이 연합을 이루며 패션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거다.

요즘 최고의 무드라고 본다. 그런 옷이 재미있다. 스타일링도 예쁘고. 파리에 있는 패션 관련 일을 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들 칭찬을 많이 듣는다.

로타 볼코바 아담?

맞다. 왜 쇼에도 나온다는. 누군가는 베트멍을 하는 친구들은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스타일리스트에 가깝다고 하더라. 하나의 패션 현상이라고 본다. 스타일이 좋든 아이덴티티가 명확하든, 뭐든 둘 중 하나면 되는 거다. 어떻게 보면 생각을 많이 아끼는 거다.

아까 한류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아주 독특한 단어가 있다. K-패션. 모 인터뷰에서 K-패션의 미래에 대해 얘기한 걸 봤다. K-패션이 대체 뭔가? 이러다 중국 패션계에금방 잠식될 거라고 본다.

중국 디자이너들 쇼, 나도 보는데 정말 세련됐다. 물론 내가 봤을 때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훨씬 잘한다. 그런데 5, 6년 뒤에는 달라질 수도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길 바란다.

삼성에 입사한 지 이제 곧 5년이다. 삼성이 하이패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조금 더 쉽게, 준지를 하이패션 브랜드로 완성할 수 있을까?

그래도 준지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하고 싶은 거다. 그리고 그거는 디자이너 몫만도 아니고 회사도 같이해야 하는 거다. 나는 그러리라고 믿고 있다.

삼성물산 안에서도 하이패션 브랜드로는 준지가 유일무이하다. 외롭진 않은가?

물론 다른 브랜드들도 디자이너가 있다. 그러나 난 어쨌거나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이너다 보니 혼자고, 좀 외롭긴 하다. 특별한 건 없지만 그러다 보니 더 자유로운 영혼일 수도 있다. 벌써 5년이라니. 고샤, 베트멍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은 디자인도 잘하지만 마케팅을 정말 잘한다. 고샤는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가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고. 여튼 지금의 대중은 SNS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보는 새로운 세대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예쁘게 해서 인정받아야지 했다면 이제는 그게 다가 아닌 거다. 디자인이 덜 완성됐어도 마케팅부터 시작하고 그걸 통해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알고 있다.

모르겠다. 낀 세대인 나로서는 모든 게 다 ‘괴물’ 같다.

이런 애들을 당해낼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나는 이것을 현상이라고 정리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그리고 기본기. 그런데 준지는 이제 마케팅 공략에 대해서도 생각할 단계가 된 것 같다. 아직 한 번도 해보질 않았다. 해보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100년 후 디올 하우스처럼 준지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인터뷰를 봤다.

다 내가 잘해야 가능하겠지만 후배들이 이 브랜드를 이끌어나가는 그런 모습을 꿈꾼다. 한국 브랜드로서 연속성 있게. 간절히 원하면 되는 거 아닌가? 반이라도 되겠지.

휴가는 갔다 왔는가?

지난 주(8월 첫째 주)에 3일 썼다. 집에서, 그런데 진짜 좋았다. 아침은 안 먹고 점심이나 저녁 중에 한 번은 맛집 찾아다니고, 영화 보고. 집에서 저녁을 해 먹을 때도 있었다. 강아지도 보고.

대략 5번째 인터뷰인 것 같은데, 이번엔 참 오랜만이었다. 어땠는가?

확실히 합이 있는 것 같다. 맞아야 한다. 저녁은 한남동으로 예약했다. 시간되는가.

당연한 것 아닌가?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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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브랜드, 리버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슨 하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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