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진

제천에 사는 배구 소년.

임성진

Text & Photography Ji Woong Choi

 

임성진
핑크 컬러 쇼츠는 에이치앤엠(H&M).
임성진
화이트 컬러 아노락 후드 점퍼는 에이치앤엠(H&M), 오버사이즈 코트는 아조 스튜디오(Ajo Studio).
임성진
스트라이프 패턴의 후드 톱은 세인트 제임스(Saint James), 데님 팬츠는 카이아크만(kai-aakmann).

최근 얼마간 SNS를 통해 화제가 된 배구 선수 임성진은1999년 1월 11일 제천에서 태어난 염소자리, B형소년이다. 키는 193cm이고 몸무게는 78kg이다. 입춘이 막 지난 일요일 아침 카메라 한 대를 챙겨 성진이를만나러 제천으로 향하는 길은 봄은커녕 다시 겨울의한가운데 선 듯 했다. 모두가 주말 외출을 떠난 산속 텅빈 체육관에 남아 장난처럼 사진을 찍고 시시껄렁한농담을 주고받다가 소갈비 7인분을 열심히 구워 먹은
다음 헤어졌다. 제천에는 이따금 눈이 내렸다. 소년의얼굴을 바라보는 일이란.
만나서 반갑다. 오늘 하루 재미있게 사진도 찍고 맛있는것도 먹자. 우리 그냥 편하게 반말하면 어떨까?
처음 봤는데 그래도 되나? 진짜?

물론이다. 나랑 맞먹어도 상관없다. 사실 배구를 잘 모른다. 성진이가 맡은 포지션이 뭔가?
그럼 진짜 반말한다. 배구 포지션은 레프트, 센터, 라이트가 있는데 나는 레프트다. 수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뒤에서 공을 받아내며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거지. 아직까진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보통 하루 혹은 일주일을 어떻게 지내나?
(녹음기를 가리키며) 여기에 대고 말하면 되나?
그냥 내 일과를 말하라고? 8시쯤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씻고, 청소하고 9시 30분쯤 오전 운동을 시작한다. 12시에 점심밥을 먹고 오후 2시 30분까지 낮잠을 잔 다음 3시부터 6시까지 오후 운동, 저녁밥을 먹고 쉬다가 8시부터 10시까지 야간 운동을 한다.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을 그렇게 지내고 일요일 오후에는 자유 시간이다. 지금처럼.
그렇게 지내는 거 힘들지 않나?
힘들지. 친구들 보면 부럽기도 하고. 우리는 방학도 없으니까. 놀아도 놀아도 더 놀고 싶은 게 우리 나이아닌가. 꾹 참고 운동을 하긴 하는데 한 번씩 내가 이걸왜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긴 하다. 그냥 일상인 거지 뭐.
언제부터 배구를 시작한 건가?
엄마가 아는 분 중에 배구 선생님이 계셨는데,초등학교 4학년일 때 여름 방학 동안 재미 삼아 배구를해보지 않겠냐고 한 게 시작이다. 그냥 공 가지고 노는 수준이었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런데 정식으로 배구를 하려면 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는 거다.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내성적이고 낯도 많이 가려서 전학 가야 하면 배구를 안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거든? 와, 내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는데, 국어 시간에 엄마가 교실로 오시더니 선생님이랑 이야기를 나누더라고. 직감적으로 ‘아, 내가 전학을 가는구나’ 싶었지. 화가 너무 많이 나서 교실 밖으로 무작정 뛰쳐나갔는데 갈 데가 없는 거다. 그렇게 지금까지 배구를 하고 있다. 운동하는 게 힘들 때도 잦지만 배구를 좋아한다. 지금은 이게 내 ‘직업’이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오늘 촬영한 성진이 얼굴이 <데이즈드>에 나올 때쯤U-19팀 훈련에 소집된다고 들었다. 최종 선수로 뽑혔을때 기분 좋았겠다.
U-19는 전국에 있는 19세 이하 선수를 통틀어서18명의 후보를 뽑은 다음, 최종 12명의 선수가 확정된다.유소년 팀은 선수 생활 동안 딱 한 번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 기뻤지. 국내 대회는 많이 나가봐서 이제 아무리 큰 대회라도 예전처럼 긴장이 잘 안 되거든. 유소년 팀에서 활동하면 국제 대회에 나갈 수 있으니까 좋은 경험이 될 것같다.
오늘 별말이 없었는데 배구 이야기를 물어보니까 신나게말하네. 내가 서울에서 성진이를 만나러 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처음 엄마와 감독 선생님께 이야기를 듣고 나도생각해봤거든. 굳이 왜 제천까지 오는 거지? 솔직히 말하면 오늘 아침까지 진짜 올 줄은 몰랐다. 촬영 자체가 완전처음이었는데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신기했다. 운동선수생명이 워낙 짧기도 하고 다치면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데 나는 운동밖에 몰랐거든. 이렇게 새로운 분야에 여러 경험을 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걸 보자마자, ‘이 친구를 꼭 만나야겠다’라는 확신이 들어서 교장 선생님, 감독 선생님,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부탁했지. 성진이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거든.
나도 좀 놀란 상태이긴 하다. 말하고 행동하는게 괜히 조심스러워지는 게 있더라.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한꺼번에 관심 받은 경험은 처음일텐데?
응.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고 응원해준다는 건되게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긴 하지. 관심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그냥 편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중이다. 좋다.
자기 얼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하게 이야기해? 진짜? 못생긴 건 아닌 거같다, 그냥 보통.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잘생긴 사람이 너무 많은데.
부모님께 감사해야 한다, 정말.
(웃음)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한다.

 

오늘 성진이 엄마를 뵙고 나서, ‘엄마를 많이 닮았구나’생각했다. 내가 그 나이 또래 친구들에게 꼭 묻는 말이‘엄마’다.
예전에는 몰랐던 감정들이 느껴지긴 하는 것 같다. 엄마는 내 뒤에서 묵묵히 다 희생하지 않나. 티는 내지않지만 아마 많이 힘들 것 같다. 빨리 어른이 되고, 잘돼서 효도해야지.
운동선수로 지내면서 엄마를 원망한 적은 없나? 운동을시키지 않았다면 좀 더 자유롭게 지냈을 텐데 하는?
어릴 적에는 원망 진짜 많이 했다(웃음). 훈련이힘들 때 지나가듯 그런 생각을 한 건데, 지금은 내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 이게 내 길이다, 내 일이다 그런 마음을 먹게 됐다.
제천은 참 좋은 곳 같다. 공기도 맑고 조용하다.
나에게 제천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19년을 산, 그냥 집이지. 공기는 맑은 것 같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좋다고들 하는데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다.할 것도 별로 없고 심심하거든. 근데 집이라는 게 원래 막되게 좋기만 하고 그런 건 아니지 않나?
스무 살이 되면 제천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고 싶나?
아무래도 대학을 다른 도시로 갈 확률이 높으니까,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쩔 수 없이 제천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부모님이 계속 여기에 사실 테니까 자주 오겠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성진이가 혹시라도 소위‘헛바람’이 들면 어쩌나, 나뿐 아니라 성진이를 아끼는 많은 어른이 염려했다. 정작 성진이는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분명 좋은 자극이 될거라 믿는다.
고맙다. 앞서 말했듯 나는 운동밖에 모르던 애다. 이번 일로 운동 외에 다른 세상을 알게 됐다는 게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할 일은 충실히 하고 나서 혹시 재미있게 할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보고 싶다. 어쨌든 나는 배구 선수
임성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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