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on Model

패션 디자이너 친구들이 곧 모델이 되는 시대.

Fashion 모델
A Non Model
vetements

Text Yu Ra Oh

컬렉션 런웨이에 전문 모델이 아닌 사람들이 등장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매년, 그것도 한 해에 두 번씩 쇼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얼굴 찾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얼굴과 몸매를 소유한 톱 모델이라 할지라도 몇 시즌이 거듭되면 질리기 마련이고, 내가 좋으면 남도 좋아서 흔한 존재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2000년대 초반 시대를 앞서갔던 디자이너인 장 폴 고티에와 마르지엘라는 일찌감치 런웨이에 일반인을 세워 선례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쇼 모델에 대한 디자이너의 인식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다음 세대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좀 더 현실감 있게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2014년 DKNY를 이끌어나간 도나 카란은 “런웨이 모델은 현실의 사람이 아니다”라고 기존의 관습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녀는 모델 대신 총 23명의 뉴요커를 택했고, 가장 뉴욕다운 패션을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파리에서는 릭 오웬스가 그 역할을 이어나갔다. 그는 당시 쇼를 위해 주변에서 가깝게 지내던 여자들을 총동원하였고, 다양한 연령대와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는 몸매의 보통 여자들을 쇼에 등장시킨 것이다. 매 시즌 깡마른 일반 남자아이들을 런웨이에 내세운 생 로랑의 컬렉션 역시 에디 슬리먼이 직접 캐스팅한 결과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아들인 딜런 브로스넌은 말리부 해변 근처에서 주스를 마시다 에디 슬리먼에게 직접 캐스팅되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얘기다. 이로써 그들은 대중에게 한층 분명하고 정확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고 나이와 성별 따윈 구분 짓지 않는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 이후 불과 몇 시즌 만에 쇼 모델에 대한 디자이너의 생각은 또 한 번 변화를 거듭한다. 패션 판타지를 운운하던 과거와 달리 패션의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요즘 디자이너들은 쇼 모델로 자신의 절친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알고 지내거나 막연히 친한 친구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디자이너들에게 직접적으로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존재여야 한다는 것, 그게 바로 필수 조건이 되었다. ‘패션쇼에 서는 전문 모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의 ‘노델(Nodel)’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디자이너는 마이크 에크하우스(Mike Eckhaus)다.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의 듀오 디자이너 중 한 명인 그는 자신들의 런웨이에 오른 친구들이나 일반인들을 지칭하여 노델이라 불렀다. 2012년 데뷔 이래 그들의 컬렉션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 중 하나는 트랜스젠더 모델이자 아티스트인 줄리아나 헉스테이블과 하리 네프다. 이 듀오 디자이너는 절친한 우정 관계를 바탕으로 그들을 떠올리며 옷을 디자인할 때도 있다. “옷을 만들면 그들에게 가장 먼저 입혀본다. 가끔 성소수자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그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특별한 컬러의 조합이나 이질적인 원단으로 만든 의상들을 그들이 어떻게 소화해낼지가 궁금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평범한 모델에겐 관심이라곤 없다고 말하는 이 듀오 디자이너에게 친구들은 컬렉션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후드바이에어의 크리이에티브 디렉터 셰인 올리버는 쇼 모델을 캐스팅할 때 언더그라운드 신에 있는 아티스트들을 고집한다. 지난 <데이즈드> UK와의 인터뷰에서는 클럽에 같이 다니던 댄서를 무대에 올린 적이 있다고 말한 걸 기억하는지. 이외에도 슬라바 모구틴, 보이차일드, A$AP 락키 등이 후드바이에어 컬렉션에 등장하며 그와의 친분을 드러냈다. 지난 9월에 열린 뉴욕패션위크에서도 누구를 무대 위에 세울까 하는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쇼가 시작되고 관객들을 놀라게 만든 것은 포토그래퍼인 볼프강 틸만(Wolfgang Tilman)이었다. 볼프강 틸만은 맨몸에 재킷과 짧은 팬츠, 그리고 롱부츠만을 신은 채 런웨이를 걸어 나왔는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워킹하는 그의 얼굴에선 고조된 흥분과 기쁨이 엿보였다. 이는 후드바이에어가 지향하는 섹슈얼하면서도 현대적인 유스 컬처와 꼭 들어맞는다. 셰인 올리버는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을 모델로 기용하고 그들의 개성과 자신의 의상이 어우러져 더욱 돋보일 수 있게 런웨이를 구성했다. 그가 특정 마니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잘나가는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에게도 쇼 모델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다. 베트멍 초기부터 그는 자신의 친구들을 모델로 세웠다. “주변 친구들을 떠올리며 디자인했기 때문에 이를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그들 자신이라 생각했다”고 뎀나는 설명했다. 그 결과 베트멍 컬렉션에서는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 DJ 폴 하멜라인 등 실제 그의 절친들이 런웨이에 등장한다. 한결같이 창백하고 공허한 표정으로 무대 위를 걷는 그들의 모습에선 러시아 갱 집단이 연상되기도. 이후에도 뎀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 얼굴을 찾으면서도 그들과 비슷한 느낌의 모델을 뽑았고, 여전히 그에게 패션모델은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발렌시아가 컬렉션에서는 베트멍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층 다양해진 친구들과 일반인 모델이 뒤섞인 광경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워킹은 볼 수 없을지언정 불안정하고 어수룩한 모습이 오히려 쿨하고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은가. 게다가 해체적이고 과장된 그의 의상에는 완벽한 워킹 따윈 불필요해 보인다. 이게 바로 그가 의도했던 것 아닐지. 그 또한 셰인 올리버처럼 패션모델보다는 설치 미술가, 포토그래퍼, DJ, 뮤지션 등이 자신의 옷을 더욱 호소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음을 믿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 밖에도 친구들에게 영감을 받아 완성한 컬렉션을 선보인 마르케스 알메이다를 비롯해 모델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친 몰리 고다드 역시 런웨이에 친구들을 세웠다. 그들에게 있어 쇼 모델은 런웨이에서 워킹하는 사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각 인물들이 가진 개성을 바탕으로 의상이 더욱 멋지게 포장될 수 있도록, 혹은 처음부터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의 역할로 말이다. 앞으로도 그들이 발굴할 새로운 얼굴들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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