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소년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이름은 김정식, 목이 긴 ‘공대 오빠’다. 개방과 확장을 포인트로 익숙하거나 새로운 얼굴이 예고 없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달은 턴테이블과 무선 청소기, 전동 칫솔과 즉석 카메라를 가지고 놀았다.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준비할 시점이라는 것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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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i Woong Choi
Photography Tae Hw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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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오 자이브(GPO Jive)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LP를 듣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아슬아슬했다. 용돈이 생기면 학교 앞 음악사로 달려가 CD를 사 모았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듣지도 않으면서 비틀스 앨범을 차례로 들였다. 지금은 보물이 되었다. 음악은 귀로 들었지만 유형의 추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귀로 듣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세계가 되었다. 사람들은 결국 다시 처음으로 회귀하여 LP를 찾는다. 최근 오디오 시장의 화두는 단연 턴테이블이다. 영국에서 만들었지만 미국식 디자인을 응용한 ‘지피오 자이브(GPO Jive)’는 턴테이블이고 CD플레이어이며 FM 라디오인데, 스피커와 앰프는 덤이다. USB와 헤드폰, AUX 단자까지 달려 있으니 LP나 CD의 음원을 USB와 SD 카드에 옮겨 담을 수 있다. 이쯤 되면 거의 모든 오디오의 사용 영역을 똑소리 나게 감당한다고 치켜세워 찬미해야 할 지경이다. 영국에서 온 기특한 놈이다. 그곳은 의회 민주주의의 발생지이다. 산업 혁명의 중심지이고 패션, 철학, 문학, 음악, 미술 등의 분야에서 적어도 모더니즘 이후 전 세계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기본 시스템으로 재설정되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자이브를 촬영하는 스튜디오에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아무 음악이 쏟아졌다. 누군가 지피오 자이브에 이름 모를 LP를 걸었다. 순식간에 삭막한 공간의 공기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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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랄비 지니어스 9000(Oral-B Genius 9000)

칫솔도 스마트 디바이스인 요지경 세상

어른이 된 후로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밤에 샤워를 할 때처럼 기분 좋은 마음으로 양치질을 한다. 간혹 어쩔 수 없이 그냥 잘 때의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이 싫어서 아무리 피곤하고 술에 취해도 비틀거리며 거울 앞에 서서 이는 닦고 잔다. 어린 시절에는 하루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이 양치질을 하는 그 2~3분이었으니 놀라운 격세지감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부러 잠든 척을 했지만 엄마는 그런 날 억지로 깨워 앉혀 양치질을 시켰다. 입 언저리에 대충 치약만 묻혀서 헹궈도 엄마는 바로 알아봤다. 사탕과 과자를 유난히 좋아했지만 나름대로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고 있는 건 그런 엄마 덕분이다. 엄마 말 들어 손해보는 건 정말 없다. 세계 치과 의사가 인정한 ‘오랄비’라는, 다소 뻔뻔한 자가 홍보를 즐기던 오랄비는 제품 이름에 ‘지니어스’를 내세워 스마트 생활에 어울리는 특별한 전동 칫솔을 출시했다. 블루투스 기능과 스마트폰 전용 앱이 있어서 전동 칫솔과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있고, 비상시에는 보조 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전동 칫솔인데 ‘위치 감지’ 기능이 있다. 내가 어느 부위를 닦고 있는지, 어디는 닦지 않았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오랄비 지니어스 9000’은 어릴 적 엄마가 내게 했듯, 이제 엄마의 양치질을 조언해줄 것이다. 자식들은 효도를 대충 돈으로 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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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인스턴트 오토맷(LOMO Instant Automat)

일상을 다르게 보기

스마트폰을 통한 1인 1카메라의 시대에 살며, 각종 필터 앱과 SNS를 통해 하루에 수천만 장의 이미지가 생산되고 폐기되는 세상이다. 이미지의 홍수, 이미지의 강박, 이미지의 공해인 세상. 그러다 문득 내 인생 첫 카메라가 ‘로모’였던가 아니면 ‘올림푸스’ 였나를 두고 며칠을 혼자서 갑론을박 중이다.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 한 번씩 온 신경을 곤두세울 때가 있다. 누가 먼저인지 아직 떠오르지 않았지만 작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열심히 사진을 찍던 시절이 있었다는 건 확실히 떠올랐다. 카메라 두 대와 함께 서툴게 찍은 사진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필름 카메라를 참 좋아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스마트폰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의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필름 카메라에는 먼지만 소복하다. 문득 로모의 안부가 궁금해져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기종이나 방식이 다양하다.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은 즉석 필름 카메라다. 후지 인스탁스 필름을 사용할 수 있으니 로모와 후지라는 두 범상치 않은 감성이 만나 독특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오토맷’이라는 이름처럼 전 모델보다 똑똑해진 점도 눈에 띈다. 주변 밝기를 인지하여 플래시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LED 램프로 남은 필름의 양을 체크해준다.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에는 부족하다. 익숙하고 당연한 일상을 낯설게 볼 수 있다. 로모는 원래 그런 카메라다.

 

Hair & Makeup Suil Jang Model Jung Si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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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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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누군가에게는 끔찍할, 또 누군가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또 누군가에는 너무 후회되는 2016년. 너무 안 좋게만 표현했나. 뭐 우리의 감정은 지금 그러하다. <데이즈드> 편집부 에디터들이 패션, 문화, 사회 전반적인 올해의 키워드에 대한 단상을 늘어놓았다. 서로 친하지 않아서 메일로 했다.

Made in Swiss, Typography

Made in Swiss, Typography

뉴욕 패션 위크가 한창인 2월 초, 조용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캘빈클라인’ 로고를 두고 패션계가 술렁였다. 타이포그래피의 가치가 높아지는 이 시점, <스위스에서 파리까지–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전시의 큐레이터이자 전시를 위한 책 저자인 바바라 주노드를 만났다.

CHOI VS. LEE

CHOI VS. LEE

피처 에디터 최지웅과 패션 에디터 이종현이 글로 쓰는 같은 이슈 다른 내용, 이른바 '최대리'. 편집장은 매달 이들의 한판 승부를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넘긴다.

알고 껴.
Art+Culture 장갑

알고 껴.

최근의 <데이즈드> 화보를 보면 공통적으로 자주 사용된 소품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장갑이다.

Fashion Critic
Art+Culture

Fashion Critic

옷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패션 비평가들의 울림이 다시 절실한 시대다. 이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패션 디자이너에게도, 또 <데이즈드> 코리아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채찍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