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새로운 보배, 19세 김민석

Art+Culture
김민석
스냅백은 나이키(Nike)
김민석

Text & Photography Ji Woong Choi

김민석

2017년 2월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선 경기. 이제 막 19세가 된 김민석이 출발점에 섰을 때 그가 일궈낼 기적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인코스에서 레이스를 시작한 김민석은 초반 300m를 24초 35에 끊으며 다소 늦은 출발을 했지만 이후 400m를 26초 11에 끊으며 침착하게 속력을 높였다. 이어진 400m를 27초 01로 끊었고, 마지막 400m를 28초 80으로 전력 질주했다. 1분 46초 27. 새로운 아시아 기록이 경신되는 순간, 김민석은 수줍은 미소로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승훈, 이상화로 대표되던 한국 스피스 스케이팅의 계보를 이을 보석이 우뚝 선 날, 이제 그는 1년 뒤 열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바라본다. 운명의 날은 2018년 2월 13일이다. 밸런타인데이 전야인 그날, 태어나 스무 해를 맞은 김민석의 찬란한 미소를 볼 수 있기를. 의심하지 않는다.

삿포로 아시안 게임 2관왕을 축하한다. 귀국한 지 얼마나 됐나?
2주 정도 됐다. 2016~17 국제 대회 시즌은 끝났 고, 국내 대회 몇 개만 남았다. 꾸준히 운동하면서 학교생 활도 충실히 하는 중이다. 평일 오후와 주말에는 오늘처 럼 태릉 선수촌에서 훈련한다.

<데이즈드>는 패션 매거진이다. 인터뷰 요청을 받고 기 분이 어땠나?
<데이즈드>를 자세히 본 적은 없는데, 주로 모 델과 연예인들이 촬영이나 인터뷰를 한다고 들었다. ‘내 가 그걸 해도 되나’ 싶긴 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았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유치원 다닐 때 현장 체험 학습에 가서 접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인데, 처음 에는 쇼트트랙을 했다. 그러다가 2학년 겨울 방학에 직선 부분 연습이 필요해서 스피드 스케이팅 훈련을 했는데 그쪽 감독님께서 쇼트트랙보다 스피드 스케이팅에 더 적 합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겨울에는 스피드 스 케이팅을, 여름에는 쇼트트랙을 훈련하다가 아예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은 종목 간 이동이 잦더라. 두 종목이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차이가 날 것 같은데 각 종목의 특징을 설명해줄 수 있나?
쇼트트랙은 트랙 한 바퀴가 110m이고 스피드 스케이팅은 400m다. 쇼트트랙은 직선 주로가 짧고 코너 링이 많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은 코너링 기술을 습 득하기 위해 쇼트트랙 훈련을 한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지구력이 중요하다.

삿포로 아시안 게임 전부터 이번 시즌 김민석 선수의 기 록이 심상치 않았다. 아시안 게임에 출전할 때 해볼 만하 다는 자신감이 있었나?
원래 아시안 게임에서는 개인 종목이 아닌 팀 추월 종목에서 메달권에 드는 게 목표였다. 아시안 게 임 직전에 종목별 세계 선수권 대회가 있었는데 그 대회 1500m에서 5위를 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아시안 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용기 가 생기긴 했다.

결승전이 있던 날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느낌이 왔나?
특별한 건 없다. 오히려 내 앞의 일본 선수 기록 이 좋아서 걱정하고 있었다. 경기장마다 빙질이 다른데 그곳 얼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거 의식하지 않고 나를 믿고 타기로 마음먹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1위가 확정된 순간 ‘씩’ 웃고 말더라.
속으로 엄청 기뻤는데 다른 선수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일부러 내색을 안 했다. 정말 기뻤다.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는 체력 소모가 엄청나 보인다. 그 게 느껴질 것처럼.
맞다. 내 주 종목인 1500m가 애매한 편인데, 처 음부터 속도를 내면 막판에 힘들고 처음에 느리게 타면 나중에 추월하기가 어려워서 힘 조절을 잘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마지막 300m에 전력을 다하는데, 다리가 터 질 것 같다가 결승선이 가까워지면 아무 감각이 없다.

그러다가 결승선을 통과하면 몸이 어떤가?
결승선을 통과하면 상체를 들어서 일어나는데 숨 쉬기가 좋아지니까 살 것 같지. 그런데 그 순간이 지나 고 나면 후폭풍이라고 해야 하나. 다리가 엄청 아프기 시 작하고 가슴도 아프다. 하루 종일 헛기침이 날 정도다.

허벅지의 힘이 중요한 운동일 텐데, 특별히 단련하는 방 법이 있나?
사이클. 지상 훈련할 때는 무조건 사이클 운동 을 열심히 한다.

허벅지에 자신 있나?
(웃음) 당연하지!

삿포로 아시안 게임에서 개인 종목 외에 팀 추월 경기에 도 출전했다. 이승훈, 주형준 선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형들이 잘 챙겨줬다. 특히 이승훈 선수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일 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우러러 보던 선수와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신기 하더라.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넘어야 할 산 같은 선수다 (웃음).

그 말 인상적이다. 이승훈 선수를 좋아하고 본받고 싶지 만 결국, 선의의 경쟁자로 본다는 뜻인가?
맞다.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는 그 산을 꼭 넘 어보고 싶다(웃음). 아시안 게임이 열리기 직전, 승훈이 형이 부상을 당했다. 몸 생각을 하면 이번 팀 추월 경기를 포기하는 게 맞는데 팀을 위해 출전해줬다. 형에게 미안 하고 고맙다.

눈이 참 예쁘다. 속눈썹도 길고.
나도 알고 있다(웃음). 나도 내 눈을 좋아한다.

선수로서 최종 꿈이 IOC 위원이라고 들었다.
목표는 크게 잡아야지(웃음). 그 일은 아무나 하 기 힘들지 않나. 메달리스트에 영어도 잘해야 한다. 도전 해보고 싶다. 우선 앞에 놓인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나가 다 보면 언젠가 도달해 있을 거라 생각한다.

19세면 어린 나이다. 운동 선수로 사는 게 힘들 때가 있지 않나?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운동이 싫어질 때가 있다. 대신 한 번씩 진짜 재미있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코치님 이 그만하라고 말려도 계속하고 싶다. 놀고 싶긴 한데, 해 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만약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꿈을 꾸면서 살고 있을 것 같나?
‘법’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뉴스를 보면 끔찍한 일들이 너무 많다.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안전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게 노력하는 일을 했을 거다.

내년이면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 사람들이 김민 석 선수에게 기대하기 시작했다. 부담스럽지 않나?
보통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전성기를 20대 중 반으로 보는데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평창 동계 올림 픽에는 경험 삼아 출전하려 했는데 최근 기량이 좋아지 니까 주변에서 기대를 한다. 나도 같은 마음이지만 초심 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들떠봐야 좋을 게 없다. 지금부터는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그날만 바라보고 갈 생각이다.

얼음 위에 서면 어떤 마음이 드나?
그냥 일상이지 뭐. 오늘 빙질이 좋은지 아닌지 생각하고, 다치지 않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얼음 위의 시간이 행복한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행복하다. 나도 이게 신 기하다.

More Art+Culture
2016
Art+Culture 2016

2016

누군가에게는 끔찍할, 또 누군가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또 누군가에는 너무 후회되는 2016년. 너무 안 좋게만 표현했나. 뭐 우리의 감정은 지금 그러하다. <데이즈드> 편집부 에디터들이 패션, 문화, 사회 전반적인 올해의 키워드에 대한 단상을 늘어놓았다. 서로 친하지 않아서 메일로 했다.

Made in Swiss, Typography

Made in Swiss, Typography

뉴욕 패션 위크가 한창인 2월 초, 조용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캘빈클라인’ 로고를 두고 패션계가 술렁였다. 타이포그래피의 가치가 높아지는 이 시점, <스위스에서 파리까지–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전시의 큐레이터이자 전시를 위한 책 저자인 바바라 주노드를 만났다.

CHOI VS. LEE

CHOI VS. LEE

피처 에디터 최지웅과 패션 에디터 이종현이 글로 쓰는 같은 이슈 다른 내용, 이른바 '최대리'. 편집장은 매달 이들의 한판 승부를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넘긴다.

알고 껴.
Art+Culture 장갑

알고 껴.

최근의 <데이즈드> 화보를 보면 공통적으로 자주 사용된 소품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장갑이다.

Fashion Critic
Art+Culture

Fashion Critic

옷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패션 비평가들의 울림이 다시 절실한 시대다. 이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패션 디자이너에게도, 또 <데이즈드> 코리아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채찍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