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Critic

옷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패션 비평가들의 울림이 다시 절실한 시대다. 이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패션 디자이너에게도, 또 <데이즈드> 코리아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채찍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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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욕 타임스>의 패션 디렉터 & 치프 패션 크리틱 바네사 프리드맨(Vanessa Friedman). 그녀는 ‘온 더 런웨이’ 칼럼을 통해 패션계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명하고 비평하고 있다. 2 2014년까지 <뉴욕 타임스>의 ‘온 더 런웨이’에 글을 썼던 캐시 혼(Cathy Horyn)은 디자이너에 대한 혹평을 쏟아내며 일부 쇼에 ‘입장 불가’ 통보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뉴욕 매거진 <더 컷>의

‘패션의 최전방에서 혹독하게 컬렉션을 비평하는 자들.’ 패션 크리틱이라는 말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대략 이런 설명이 나온다. 예전 같았으면 정확하고 사실적인 설명이라고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패션의 모든 흐름이 인스턴트로 인터넷에 공개되는 지금, 패션 크리틱의 역할은 변화 중이다. 게다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제한적인 숫자가 ‘패션 크리틱’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 덕분에 눈에 보이는 패션을 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글로 표현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까다로운 이 역할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패션 크리틱은 과연 누구이며, 패션계의 독특한 순환 구조 안에서 그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글로벌 패션 도시 런던에서 생생하게 전하는 패션 크리틱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패션 위크를 앞둔 디자이너는 수개월간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컬렉션을 어떻게 선보일지를 고민하며 쇼를 준비한다. 그리고 쇼 당일, 새로운 컬렉션 발표를 보고자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대부분 패션 시스템 안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하는 ‘검증된 초청객’이다. 패션쇼장 안을 가득 메운 인파가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컬렉션이 정시에 시작되지 못한다면, 열 중 일곱이 중요한 패션 크리틱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컬렉션 직후 전송할 ‘리뷰’가 그 쇼의 성공, 실패를 결정지으니까. 패션 역사에서 한때는 그랬을 것이다. 왜냐면, 캣워크 쇼를 가장 처음 대중에게 소개하고 전하는 자들이 패션 크리틱이었으니까. 패션 위크라는 시스템이 송두리째 흔들리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변화하는 지금, 모든 것은 달라지고 있다. “패션 크리틱은 캣워크 쇼를 전하는 1차 정보 제공자였죠.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에요. 누구든지 라이브 스트리밍과 쇼셜 미디어를 통해 쇼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멘즈 패션 크리틱 찰리 포터(@thecharlieporter)는 말한다. 찰리는 홍보나 브랜드 관계자를 의식하지 않고 신랄하고 통쾌한 칼럼을 써 내려가는 패션 크리틱이다. 2000년에 패션 칼럼을 쓰기 시작해 <가디언>(영국의 지식인층이 선호하는 일간지) 패션 부편집장을 거쳐 2013년 <파이낸셜 타임스>에 조인했다. 찰리와 함께 거침없는 글로 호평을 받는 알렉산더 퓨리(@alexanderfury)는 패션 크리틱을 일종의 ‘통역사’라고 정의한다. “그들은 디자이너가 옷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니까요”라고 이유를 덧붙인다. 알렉스로 불리는 그는 한때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패션 에디터와 크리틱으로 활약하다 최근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의 치프 패션 통신원 일을 맡아 흥미진진한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알렉스는 당시 쇼 스튜디오 편집장이던 페니 마틴(@pennyjanemartin), 현재 <젠틀우먼> 매거진 편집장과 함께 쇼 스튜디오에서 패션 커리어를 시작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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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In Hae Yeo(Oikono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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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파이낸셜 타임스>의 멘즈 패션 크리틱인 찰리 포터(Charlie Porter)는 패션계 안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패션을 두려워하거나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더 쉽게 남성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얘기한다.

찰리와 알렉스가 기억하는 당시 패션 크리틱은 흡사 최전방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를테면, 쇼가 끝나기 무섭게 호텔로 달려가야 했고, 그곳에서 54 55 다이얼 접속을 통해 겨우 인터넷에 연결한 후 마감 일정에 맞춰 기사를 넘겼다. 급박한 상황을 마무리하느라 다음 쇼를 놓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금은 쇼 직후 스마트폰으로 리뷰를 써서 넘기거나 쇼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글을 쓰기도 해요.” 찰리는 당시에 비해 크게 변한 현재의 상황을 얘기한다. 하지만 그는 변화에 긍정적이다. 인쇄물에 한정되어 일하던 당시에 비해 지금은 데일리 FT 리뷰 칼럼을 온라인에 게재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걸 얘기하고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연히 좋은 현상이다. 왜냐하면 패션은 지금도 그를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패션을 하나의 문화로 바라보는 시각은 또 어떤가. “<뉴욕 타임스>는 패션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지역 문화를 염두에 두고 어떤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는가를 지켜봐요.” <뉴욕 타임스> 유럽 스타일 통신원인 엘리자베스 파톤(@LizziePaton)은 유럽에 거주하며 <뉴욕 타임스>에 글을 쓴다. 리지(엘리자베스)가 말하는 ‘새로운 일’은 패션 런웨이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맥락에 맞게 글로 전달하는 일이 그녀의 역할이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인 그녀는 처음에는 뉴욕에 거주하며 <파이낸셜 타임스>의 패션 & 럭셔리 부문 통신원으로 일했고, 이후에는 런던 메인 데스크에서 ‘뉴스 속보’를 전하다가 지금은 런던에 거점을 두고 미국 일간지에 글을 쓰고 있다. 리지에 의하면 독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 ‘런웨이 밖 + 런웨이 안’의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놀라운 패션 크리틱들은 바로 런웨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이야기로 풀어서 써내는 능력을 지닌 자들이에요. 패션은 비주얼 매체이고 만질 수 있는 사물이지만 이걸 전달하는 기자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읽은 체험’을 선사해야 하죠.” 리지는 가장 존경하는 패션 크리틱으로 <뉴욕 타임스> 패션 디렉터이자 치프 패션 크리틱인 바네사 프리드맨(@vvfriedman)을 꼽는다. 바네사는 리지뿐 아니라 동료 저널리스트들은 물론 업계에서 존경받는 패션 크리틱이다. 알렉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리지가 말하는 이 ‘능력’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해진다. “저는 꽤 직관적이에요. 대개 본능적으로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어요. 주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죠. ‘컬렉션이 좋은가?’, ‘새롭거나 다르게 느껴지나?’, ‘설득력이 있나?’, ‘디자이너의 과거 작업과 비교해 혹은 동료 디자이너들과 비교해 어떻게 평가될 수 있나?’ 왜냐면 이 모든 것들이 바로 그 안에 있으니까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옷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거예요.” 알렉스의 글을 읽다 보면 정말 그렇게 옷이 보인다. 패션은 결국 옷이니까. 물론 체험도 중요하다고 알렉스는 덧붙인다. “그래서 크루즈나 리조트 컬렉션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좋았거나 나빴거나’ 쇼에 대한 체험이 당연히 그 컬렉션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쳐요.” 이들 컬렉션은 바로 이런 전략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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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젠틀우먼> 매거진의 편집장인 페니 마틴(Penny Martin)은 영상 미디어, 큐레이터, 아카데믹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과거 이력을 지녔다. 그녀의 시각에는 이 다양한 경험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모두가 패션 위크의 변화에 술렁이는 사이 그녀의 매거진 <젠틀우먼>은 마르지엘라의 첫 쇼에 대한 리포트를 생생한 증언을 통해 재조명하는 식이다. 패션 크리틱이라면 문화와 인문학이라는 맥락 안에서 패션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목적을 갖고 기획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디펜던트>를 떠난 알렉스는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은 패션 크리틱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리지도 같은 얘기를 했다. 두 사람 다 ‘통신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저널리스트다. 패션 크리틱이라는 타이틀을 내걸 수 있는 이름들은 위에 언급한 바네사 외에 <보그>의 사라 무어(@sarahmower_), 전설적인 <뉴욕 타임스> 패션 크리틱이었고 현재는 뉴욕 매거진 <더 컷>의 크리틱인 캐시 혼(@CathyHoryn), 패션계에서 유일한 풀리처상 수상자인 <워싱턴 포스트>의 로빈 기반(@RobinGivhan) 등 손에 꼽힐 정도이다. “최고의 크리틱들은 당신에게 새로운 지식과 견해를 주는 자들이에요. 어쩌면 역사 속 이야기나, 당신은 알지도 보지도 못한 배경 지식을 알려줄 수도 있어요”라고 알렉스는 강조한다. 그는 꾸준히 패션 크리틱들의 글을 챙겨서 읽는다고 한다. 찰리도 동의했다. 그는 현존하는 크리틱들의 글도 즐겨 읽지만, 40세의 나이로 작고한 에이미 스핀들러의 글을 <뉴욕 타임스> 웹사이트 아카이브에서 찾아 챙겨 본다고 한다. 이들 역시 패션 서클 안에서는 자주 회자되고 인용되는 글 좀 쓰는 이들! 패션 크리틱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위해 조언해달라고 하자, 찰리는 “패션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는 훈련을 하세요. 저널리즘의 기초를 이해하고, 온라인 세상 속에서 패션에 대한 글이 어떤 형태로 쓰이는지 알아보고 그 기본을 갖추세요. 그럼 마음껏 그걸 갖고 놀고, 잡아 늘리고, 와해하는 등의 시도가 가능해져요.” 리지는 더 많은 걸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패션 콘텐츠에 대해 더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지금 패션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꿰뚫고 있다면 더 좋아요.” 패션 위크에서 펼쳐지는 패션쇼 사진을 낱낱이 살펴보고 패션 업계 내 작은 디테일까지 눈여겨보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패션 필자로서 좋은 시작점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패션 저널리즘의 의도는 결국 영감을 주고, 새로운 것을 교육하며,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니까. “성격이나 개성, 기질 등 옷은 우리에 대해 많은 표현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패션은 더 넓은 차원의 문화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죠. 옷은 인간의 존재와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표식이라고 생각해요.” 찰리의 말대로 패션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패션 산업이나 패션 위크, 패션 크리틱, 패션 저널리즘 등이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하는 대중의 외침 속에서 새로운 형태를 갖게 될지라도 패션은 언제나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 변형하며 존재할 것이다. 알렉스는 오늘도 계속해서 패션에 대한 글을 쓰는 원동력인 ‘호기심’을 따라 이 비판적 사고를 이어간다고 한다. 그 사이 우리는 그들을 통해 우리가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알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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