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껴.

최근의 <데이즈드> 화보를 보면 공통적으로 자주 사용된 소품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장갑이다.

Art+Culture 장갑
알고 껴.
MAISON MARGIELA 2017 S/S
알고 껴.

Text Ha Yoon Lee

알고 껴.
알고 껴.
SQUARED2 2016 F/W

‘장갑’ 하면, 자연스럽게 1940~50년대 레이디라이크 룩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분명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2016년 11월에 종방한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재벌가 사모님 역을 연기한 최화정은 집안에서 아들에게 훈계를 하거나, 자기 아들 소유의 청담동 편집 숍에서 쇼핑을 하거나 언제나 장갑을 끼고 있다. 초록색, 빨간색, 흰색 다양한 컬러의 가죽 또는 실크 소재의 장갑. 그것은 “내게는 10시를 8시로 바꿀 수 있는 파워가 있어”라고 말하는 그녀의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장갑 = 레이디 룩. 고리타분한 공식을 세우는 나를 보고 비웃듯, 런웨이 위에서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룩에 장갑을 십분 활용했다. 델포조 2016 F/W 컬렉션에서 조셉 폰트는 기괴하지만 낭만적인 미래주의를 표현했는데, 한껏 부풀리고 과감하게 커팅한 소매 아래로 보이는 긴 가죽 장갑에는 섬세하게 장식된 꽃이 가득했다. 이 장갑은 모델들을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디자이너 스스로의 예술적 기량을 뽐내는 과장된 쿠튀르 요소로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같은 시즌, 로에베 컬렉션의 모델들은 한쪽 손에 주름을 길게 잡은 아티스틱한 형태의 스웨이드 장갑을 끼고 있었다. 이 대담한 아이템은 조나단 앤더슨 특유의 실험적인 의상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줬다. 또 마르지엘라 컬렉션에서 존 갈리아노는 고양이과 동물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털뭉치의 장갑을 야전 상의 재킷을 해체해 만든 드레스와 매치했다. 다양한 소재가 한데 어우러진 다듬어지지 않은 마르지엘라 컬렉션에 꼭 어울리는 장갑이었다. 이 장갑들에서는 내가 떠올리던 허리를 잘록하게 한 드레스를 입고 얇은 힐을 신은 레이디들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한편 레이디라이크 룩까진 아니더라도, 여전히 여성스러운 룩에 등장한 장갑도 있다. 2016 F/W 컬렉션에서 빅토리아 시대를 표현한 디스퀘어드2의 모든 모델은 레이스나 레더 소재의 장갑을, 스모키한 메이크업을 한 드리스 반 노튼의 귀족들은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시스루 망사 장갑을 끼고 나타났다. 한편 뎀나 바잘리아는 2017 S/S 시즌, 터프한 오버사이즈 톱을 입은 모델들에게 깜찍한 프릴 디테일의 원색 가죽 장갑을 끼움으로써 젠더리스 코드를 완성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내가 꼽은 장갑 마니아 중 하나다. 그녀는 자신의 컬렉션에 다양한 장갑을 등장시켰는데 2015 F/W 시즌에는 팔 전체를 감싸는 길이의 장갑부터 악어, 타조, 뱀 등의 가죽 소재에 다양한 컬러를 입혀 전체적인 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칼 라거펠트도 빼놓을 수 없다. 매 시즌 컬렉션에서 모델들이 끼었던 장갑만 모아봐도 장관을 이룰 정도인데, 그중엔 ‘테크놀러지’를 주제로 했던 2017 봄 컬렉션의 로봇 팔이 연상되는 장갑도 포함될 것이다. 어린 시절, 장갑은 고상하거나 우아한 사람들의 손에나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챙겨주는 가죽 장갑을 모른 척 지나친 경험이 있는 건 분명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 레이디건 아니건 어떤 특정한 무드를 만들어주는 건 틀림이 없으니까. 어렸을 적 그토록 기피했던 가죽 장갑을 이번 겨울에야말로 하나 골라보는 건 어떨까. 갈색 가죽 장갑은 기분과 스타일링에 따라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처럼 데일리 룩의 포인트로 활용하거나 슈트 재킷에 매치하여 디스퀘어드2의 딘과 댄처럼 포멀하게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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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에디터 최지웅과 패션 에디터 이종현이 글로 쓰는 같은 이슈 다른 내용, 이른바 '최대리'. 편집장은 매달 이들의 한판 승부를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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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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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패션 비평가들의 울림이 다시 절실한 시대다. 이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패션 디자이너에게도, 또 <데이즈드> 코리아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채찍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