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가치를 파는 마리몬드의 CEO 윤홍조.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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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Ruby Kim
Photography Ji Woong Choi

좋은 사람

‘모든 존재는 존귀하다’는 전제 아래 존귀함의 재조명이 필요한 이들을 동반자라 칭하고,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디자인 제품에 녹여내는 마리몬드. 이들은 첫 번째 동반자로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주목했다. 한·일 국가 간 정치적 프레임과 피해자라는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평화를 외치는 인권 운동가이자 아픔과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로서의 재조명이다.

마리몬드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스토리가 궁금하다.
군대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때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길을 걷게 됐다. 인액터스라는 동아리인데 지역 사회에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안이 해결하고 기업은 후원을, 교수님들은 멘토링을 해주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모임이다. 그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에 배치를 받았고, 할머님들을 만나뵙고 그분들의 이야기에 몰입하다가 결국 지금의 마리몬드를 만들게 됐다.

개인적으로 약 4년 전쯤 성수동 골목에 마리몬드가 작은 쇼룸을 열었을 때 처음 접하고 과연 이게 돈이 될까, 수익이 날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서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가치 추구와 사업적 이윤 추구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만큼 자리 잡기까지의 비결은 무엇인가?
일단 좋은 분들이 합류를 해준 것이 제일 컸다. 아직 저희도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다. 그동안 성장을 해오면서 느낀 부분은 명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또 다른 욕망의 스트림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점이다. 브랜드, 명품이라는 것은 내가 가진 결핍을 해결하기 위한 소비재다. 사람들은 단순하게 자신의 재력이나 매력을 쇼잉하는 소비와 욕망 말고도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걸 타인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마리몬드가 그런 욕망을 어떻게 보면 잘 터치했다고 생각한다.

수지, 박보검 등 셀레브리티들이 마리몬드의 제품을 애용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호감이 상승했다. 마리몬드의 브랜드 인지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는데, 혹시 셀레브리티 홍보 마케팅인가?
아니다. 다들 직접 구매를 하거나 팬들에게 선물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람은 존귀하다. 모든 사람은 존귀하다’고 믿는 마리몬드의 가치 추구는 존경할 만하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가치와 정신을 추구하는 패션 브랜드가 드문데, 당신들의 그런 지향점이 반갑고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추구하는 이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마리몬드는 이를 잘 풀어가는 것 같다. 마리몬드의 제품들은 일단 갖고 싶어지는 디자인과 패턴을 지녔거든. 나중에 루이 비통이나 구찌 같은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떤 시도들을 할 생각인가?
패션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패턴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젊은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다가 점점 마몽드, 데메테르 같은 코즈메틱 브랜드나 스니커즈 브랜드 쪽으로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는 29cm, 힙합퍼, 더블유컨셉과 함께하면서 또 다른 커머스의 방향을 보여줄 생각이다. 나는 패션 디자인은 잘 모른다. 물론 광장시장 같은 데서 옷을 사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전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철학이라는 것을 만들고 밑그림을 그렸다면, 그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 좋은 인재들이 계속 합류하면서 색을 채워 주고있다.

영업 이익의 최소 50%를 기부한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위안부 관련 단체와 기금에 기부한 금액만 해도 5억이 넘는데, 운영 수익에 문제는 없나?
다음 주 추가 기부를 하게 되면 누적액이 총 7억9000만원 정도 될 것 같다. 기부금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전달된다. 지금까지 ‘나비 기금’, ‘캠페인 경비’,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역사관 건립’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됐다.

속된 말로, 이러면 남는 게 있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많이들 묻는 질문이다. 지금 당장 수익을 남기려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들은 유통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백화점 입점도 해야 하고 직영 로드숍도 운영해야 하는데, 우리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숍이 이곳 하나밖에 없다. 매출액의 80%는 온라인 몰에서 발생하니 유통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비용을 사실 다 기부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 부분에서는 오히려 다른 브랜드들보다 더 건실한 경우도 있다.

그동안 마리몬드를 운영해오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을 직접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접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길원옥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님이 기억에 남는다. 할머님들이 거주하는 쉼터에 초청을 해주셔서 찾아뵈었는데, 식사 자리에서 길원옥 할머님이 노래를 너무 잘 부르셔 감동했다. 그 장면은 앞으로 개봉하는 영화 <아폴로지(apology)>에 담겨 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건가?
중국계 캐나다 감독 티파니 슝이 만든 영화다.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 등 세 분을 6년에 걸쳐 계속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한국 수입과 배급, 홍보를 우리가 맡았다. 3월 16일에 개봉한다. CGV 단독 개봉이고, 상영관은 60여 개로 잡혔다. 웬만한 도시에서는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이 아니지만 굉장히 큰 울림이 있다.

한국 이외에도 다른 나라에서 전쟁, 성폭력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시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가 간 정치 프레임에 한정된 일이 아니다. 엄밀히 보면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 일어난 아시아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다. 이런 문제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고 싶다. 사실 다른 나라에 있는 전쟁, 성폭력 피해 여성과 아동들을 서포트하는 것은 우리보다 할머님들이 먼저 시작하신 일이다.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께서 나비 기금을 만들었고 그 기금은 콩고와 베트남에 있는 피해 여성들을 지원한다. 우리는 거기에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함께하고 있는 거고.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직접적인 수혜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마리몬드를 설립한 지도 5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가장 뿌듯했거나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할머니 가족분들이나 먼저 활동하셨던 인권 활동가분들이 고마움을 표현해주실 때 정말 힘이 난다. 마리몬드가 존재해줘서 고맙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들을 때 울컥하고 짜릿하다. 자부심도 생기고. 그런 게 마리몬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마지막으로, 마리몬드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올 하반기부터 3년 정도는 중화권 국가에서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볼 것 같다. 그 후에는 미주나 유럽 쪽으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 핫 스폿들에 마리몬드 라운지가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나 경험의 시작이 할머니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고 싶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귀함을 이야기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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