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ylor Glasby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팝 칼럼니스트 테일러 글라스비.

Taylor Glasby
Taylor Glasby

Text Ruby Kim
Photography Ieva Blazeviciute

Taylor Glasby

“블랙 옷을 즐겨 입고 타로 카드와 고양이, 천둥 치는 날의 비 냄새와 덜 마른 콘크리트를 좋아한다.” 괴짜 같은 인사말로 자신을 소개한 테일러 글라스비. 그녀는 호주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공부한 후, 음악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꿈을 안고 런던으로 이주해 지금껏 10여 년간 영국과 미국의 인디 록, 패션과 디자인에 관한 글을 써온 저력 있는 칼럼니스트다.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는 테일러의 칼럼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데이즈드> UK 온라인에서 선보이고 있는 K-pop에 관한 심도 있는 연재 글이다. 그녀가 아시아라는 다른 언어권, 그중에서도 한국의 음악에 이토록 심취한 이유는 뭘까?

K-pop에 매료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2011년 말쯤이었나, 나는 밴드들과의 작업으로 녹초인 상태였다. 더 이상 아무도 나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내 글에 쓸 말도 없었다. 바로 그때 K-pop의 화려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 가사는 오히려 음악을 본능적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곧장 에디터들에게 나만의 이야기를 덧붙인 칼럼을 제안했고, 모두들 “Yes”라 하며 호기심을 가졌다. 당시에 영국에는 K-pop을 다루는 잡지가 없었지만, 언어의 장벽이나 한국 가요계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전화기를 들고 여러 회사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듣자마자 단박에 당신을 사로잡았다는 그 한국 음악은 무엇이었나?
엠블랙.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엠블랙의 뮤직비디오 중 하나를 추천했는데, 곧바로 푹 빠졌다.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했는데, 실제로 꼭 만나보고 싶은 인물은 누군가?
지드래곤! ‘나는 꼭 이 사람을 인터뷰해야만 해. 그는 정말 멋져’라고 생각하게 한 첫 한국인 아티스트다. 그는 마치 왕자님 같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쓰고 자기만의 일을 하는 그런 왕자님 말이다(웃음). 그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결국엔 자신을 따라 하게 될 거란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한 명만 꼽기는 너무 어렵다. 남태현, 설리, 갓세븐의 잭슨, 마마무의 문별,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래퍼 라인도 멋진 인터뷰 대상이 될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 레이블의 관계자들도 만나보고 싶다. 날 만나줄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칼럼을 보면, 나조차 잘 모르는 한국 뮤지션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점이 놀랍다. 평소 어떤 루트를 통해 음악을 듣고, 정보를 얻는 편인가?
숨피(Soompi)와 같은 사이트에서는 많은 뉴스를 접한다. 하지만 인터뷰 전에는 할 수 있는 한 텀블러나 유튜브, 팬 사이트 등을 총동원해 아티스트에 관한 번역된 기사들을 모두 찾아본다. 깊숙이 파고들어야 아는 완전한 정보를 얻고 싶다. 애매한 기사는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K-pop 뮤지션 혹은 프로듀서가 있다면.
최근 베비 마코의 음악을 알게 됐는데, 정말 대단한 뮤지션 같다. 그의 음악은 어둡지만 아름답고, 약간은 정신이 나간 듯하다. 나는 <DAZED> UK 칼럼에서 인디 밴드나 프로듀서, 래퍼들의 신간을 다루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음악계는 단순한 K-pop 이상의 장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좋은 음악들과 아티스트들을 많이 소개하고 싶다.

K-pop만이 지닌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장르가 마찬가지지만, K-pop에도 예측 가능한 따분한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서구의 가요계와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 K-pop은 음악에 진정한 창의력을 발휘하고 그것에 투자할 수 있는 신이 형성된 것 같다. 런던이나 미국에서는 비욘세가 아니라면 그런 수준의 광경은 만들어내지 못한다. 서양 차트 음악에서는 진정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레이블에 대한 격려가 없다. 그러나 K-pop은 상상력에 투자하고, 그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거 같다.

런던을 비롯한 유럽권에서 K-pop 인기는 여전한가? 가장 인기가 많은 뮤지션을 꼽자면?
아직까지도 오래된 그룹들이 인기가 많다. 지금 가장 인기가 많은 그룹이라면 아마 K-pop으로 처음 영국 앨범 차트에 오른 방탕소년단일 거다. 음악적으로나 콘셉트적으로나 색깔이 확실하고, 대단히 호감 가는 팀이다. 방탄소년단은 마케팅 천재들이다. 콘텐츠가 자연스럽고 중독적이며, 정통성이 있다. 그리고 열정적이고
충실한 팬덤이 그들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장르를 떠나 당신의 코드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궁금하다.
내 음악 취향은 너무 넓고 다양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 딱 한 명만을 꼽을 수는 없다. 마릴린 맨슨, NIN, 디페쉬 모드, 너바나, 그리고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세상을 증오하는 성난 감정을 가졌던 15세 때부터 지금까지 사랑한다. 그들의 오래된 노래들은 여전히 대단하다. 내 영혼은 항상 고스족에 머물러 있다.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니 최근 지코를 만났더라. 그와는 두 번째 만남인데,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나?
지코는 똑똑하고 재능이 많은 친구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무래도 무대 위의 그와 무대 밖의 그가 누구인지, 아직은 그의 양면적인 모습을 깊이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특성에 대해 다양한 버전의 글을 썼었는데,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도 새벽 3시에 일어나 미친 듯이 글을 다시 쓰곤 했다. 그건 아티스트가 나에게 강한 흥미를 불러일으켰거나, 서로 강한 교감을 가졌다는 걸 의미한다.

건축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안드로이드로 촬영한 건축물 사진이 인상적이다. 주로 미니멀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과 건축가를 꼽자면?
맞다. 건축물은 음악만큼이나 늘 내게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이 그림이나 영화와 교감하는 것처럼 나는 구조물과 교감한다. 리차드 노이트라의 작품을 매우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미스 반 데어 로에다. 내 팔 안쪽에 새긴 타투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판스워스 주택 스케치다. 특히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엄청난 외관의 러시아 건축물에 대한 내용을 담은 <Cosmic Communist Constructions Photographed>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건축물들은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고 과감하다.

한국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있나? 한국을 방문한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
기초 한글을 독학했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그곳에서 살아봐야 할 것 같다. 올해 첫 서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많은 공연을 보러 가고 싶고, 홍대 레인디어 잉크(Reindeer Ink)에서 타투이스트 누디(Nudy)에게 타투를 받고 싶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참, 몇몇 업체의 사람들과도 만날 거다. 그리고 충북 음성에 있는 큰바위얼굴 조각공원에도 가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음악이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는 뮤지션이 아니지만, 음악을 ‘인생의 추진력’이라 부르고 싶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음악은 내 삶을 조종하고 있다. 음악이 가족으로부터 나를 이곳 영국까지 멀리 불러냈고, 예술과 스타일 심지어 정치와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줬으며,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했다. 작가로 사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음악이 있는 한 나는 행복하다. 음악은 진정한 나의 사랑이며, 언제나 그것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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