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vs LEE

LA LA LAND

CHOI vs LEE

Featuring Bom Lee

아카데미 영화제를 비롯해 요즘 세계 영화계에서 <라라랜드>는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안줏거리다. 대다수가 열렬한 찬사를 보내지만 간혹 몇몇은 범작(凡作)이라고 말한다. 국내 퀴어 뮤지컬 영화 <위켄즈>가 더 감동적이라고도 한다. <라라랜드>를 <데이즈드> 에디터 두 명은 어떻게 보았을까?

피처 에디터 최지웅과 패션 에디터 이종현이 글로 쓰는 같은 이슈 다른 내용, 이른바 ‘최대리’. 편집장은 매달 이들의 한판 승부를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넘긴다.

 

 

CHOI vs LEE

Text Ji Woong Choi

보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라랜드>를 둘러싼 몇 가지 잡담.
한 살씩 나이를 먹을수록 춥고 음습한 겨울을 사는 일은 괴롭다. 할 수만 있다면 매해 겨울 서울을 떠나 하와이의 해변 혹은 방콕의 뒷골목에서 인공 색소가 가득한 얼음 알갱이나 팔면서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한다. 3월을 기다린다. 화이트데이가 있다지만 그날 주고받아야 할 게 사탕인지 초콜릿인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래다. 3월에는 춘분이 있다. 춘분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과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 사이의 절기다. 태양의 중심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기 때문에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데, 이날을 기점으로 낮이 밤보다 길어진다. 입춘과 봄을 연결 짓는 건 남의 일처럼 어색하지만, 춘분을 맞는다는 건 겨울이 썩 물러갔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2015년의 화이트데이를 이틀 앞둔 3월, 국내 극장가에는 요상한 음악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그저 그런 다양성 영화, 혹은 예술 영화, 그도 아니면 독립 영화쯤으로 보이던 이 영화가 그해 최고의 ‘로또’가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름은 감독 다미엔 차젤레의 <위플래쉬>다. 이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시간은 다시 2012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위플래쉬>의 시나리오는 수년 전부터 미국 영화계에 돌고 있었다.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시나리오 중 호평을 받은 작품을 뜻하는 ‘블랙 리스트(Black List)’에 선정됐지만 투자자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음악학교 학생과 비인간적으로 엄한 교수 간의 갈등과 화해라는 이야기 구조는 지나치게 단순해 보였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겠다고 달려드는 감독도 없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다미엔 차젤레는 감독으로 충분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으니 그에게 호의를 베풀 이는 없었다. 뽀얀 먼지만 쌓여갔다. 그렇게 2013년이 됐다. 다미엔 차젤레는 그해 선댄스 영화제에 18분짜리 단편으로 어렵사리 제작된 <위플래쉬>를 출품한다. 단편에는 드럼 연주자인 주인공 앤드루가 엄격함 플래처 교수의 밴드에 들어간 첫날만을 그린다. 이 장면은 <위플래쉬>의 장편 버전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영화제에서 단편을 본 투자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결국 한 투자사가 330만 달러(약 37억원)의 제작비를 내걸게 된다. 연출은 <위플래쉬>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단편을 연출한 다미엔 차젤레가 맡는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나 2014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긴 시간 빛을 보지 못하고 방치된 <위플래쉬>의 106분짜리 완성본이 공개됐다. 2015년 봄 이 영화를 한국에 소개한 수입사는 단돈 6만 달러(약 6600만원)에 필름을 사들였고 아시다시피 국내에서 관객 158만이라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126억원의 수익을 냈다. 전 세계적으로 4898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긴 했지만 미국(1309만 달러)을 제외한 50개 판매국을 기준으로 전체 흥행 수익의 약 4분의 1이 한국에서 나온 셈이다. 무명의 젊은 감독은 이제, 매일 밤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됐다. <라라랜드>는 분명 그런 영화일 거다. 이실직고하자면 지난겨울 여러분이 그토록 환호해 마지않던 다미엔 차젤레의 두 번째 장편 <라라랜드>를 아직 보지 않았다.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영화를 평생 보지 않겠다는 쓸모 없는 고집을 부리며 겨울을 버텼다. 궁금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의 전작 <위플래쉬>를 완벽하게 지지하진 않지만 꽤나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다음 영화를 기다렸고, 지나가듯 접한 그의 차기작이 뮤지컬 영화라는 소식은 우려보다 반가운 마음이 들기에 충분했으니까. 다만 <라라랜드>를 향한 사람들의 맹목적인 환호와 열광은 이 영화를 향한 호기심과 기대를 높이기는커녕 그저 그런 시시하고 유치한 영화일 것이라는 불신만 크게 했다. 두서없는 괴팍함은 온전히 개인의 문제일 텐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까치발 들고 구경하는 쇼에 머릿수 채우는 일을 극도로 꺼리고 경계한다. 제정신이 아닌 개인의 습성쯤으로 치부해준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국내 개봉 3개월이 지난, 정작 보지도 않았고 이미 회자될 대로 회자된 영화를 이제 와 들춰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직 가까운 극장에 나서면 이 영화의 표를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은막의 스크린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영화에 호기심이 생겨 손을 내미는 일이 문제될 건 없지 않은가. 시작은 배리 젠킨스의 <문라이트>를 보고 난 밤이다. 극장에 앉아 있는 내내 온몸이 뻐근할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다. 차라리 펑펑 울고 싶었는데 그럴 수도 없었다. 그날 밤 집에 들어 유튜브에서 사운드트랙을 찾아 집 안 가득 퍼지게 했다. 푹신한 곳에 잠시 몸을 기댔다가 선잠에 빠졌다. 새벽녘 언뜻 정신을 차렸을 때조차 유료 결제한 유튜브는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그때 유튜브가 내게 제안한 노래가 <라라랜드>의 사운드트랙 ‘Another Day of Sun’이라는 걸 안 건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다음이다. 그 음악을 내내 듣는다. 어떨 때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여전히 <라라랜드>를 볼 마음은 없었다. 충분히 예상되는 영화였다. 음악과 영상은 황홀하게 아름다울 것이고, 사랑은 달콤할 것이며, 꿈이라는 낭만이 희망 고문이 된 시대에 꿈꾸는 자들의 얼굴은 그보다 애틋할 것이다. 인생의 전환점은 다시 유튜브의 판단에 맡겨졌다. 그 유명한 <라라랜드>의 오프닝 장면과 메이킹 비디오를 제 맘대로 모니터에 띄우는 것 아닌가. LA의 고속도로에서 무수한 자동차와 댄서들을 동원해 촬영했다는 이 영화의 오프닝을 극장에서 맞게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위 ‘뻑’ 갈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은 마법에 걸릴 것이고 이 영화를 완전히 사랑하게 될 것이다. 잊고 있던 지난 영화 한 편이 퍼뜩 떠올랐다. <라라랜드>의 오프닝은 자크 데미의 1967년 영화 <로슈포르의 연인들>의 형식과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 그건 확실한 오마주다. 보지 않은 영화를 향한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라라랜드>는 이제 유행이 지난 것으로 치부되는 뮤지컬 영화에 바치는 헌사일지 모른다. 실제로 이 영화의 예고편을 찾아 보니 익숙한 뮤지컬 영화 몇 편이 스치듯 선명하게 투영되어 보였다. 돌이켜보면 다미엔 차젤레는 화려한 호사를 누렸지만 철 지난 유행이 되어버린 ‘재즈’를 나름의 방식으로 다시 수면 위로 올려놓기를 반복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감독이 아닌가. 그것은 고맙고 기특한 일이다. 이 글에 마침표를 찍고 일어섰을 때 누군가 <라라랜드>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면 역시 심드렁한 얼굴로 화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처신해놓고 <라라랜드>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마지막 날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 혼자서 울고 웃고 물개 박수를 쳐댈지도 모른다. 냉소는 병이다.

CHOI vs LEE

Text Jong Hyun Lee.

<라라랜드>와 세바스찬.

그 찬란함에 대하여.
작년 말, 우리나라의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영화 리스트를 수정했다. <라라랜드> 때문에. 개봉 전 마주한 <라라랜드>의 예고편을 보며 굳이 아이맥스로까지 상영한다고 선전하는 음악 영화가 영 의심스러웠지만,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다는 사실은 이 작품을 놓지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가 아닌 이상 개봉 당일에 영화관에 달려가는 일은 없기에 <라라랜드>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개봉을 했다. 나보다 부지런한 이들은 개봉과 동시에 <라라랜드>를 관람했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의 인생 영화임을 공표했다. 누군가의 인생 영화를 두고 비아냥거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나라는 인간은 참 간사하게도 그런 극찬을 보고 있자면 그 영화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보다는 한국인이 열광하는 그 클리셰를 여과 없이 자극하겠지, 라는 근거 없는 비관으로 가득 찬다. 사실은 그 클리셰에 누구 못지않게 전율하고 감동을 받으면서 말이다. 나의 인생 영화 중 하나가 <어바웃 타임>이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영화 때문에 나는 다짐했다. 나의 결혼식에서 단언컨대 블랙 또는 화이트 컬러의 턱시도를 입지 않을 것이며, 신부 입장 때 기꺼이 지미 폰타나의 음악 ‘일 몬도(Il Mondo)’를 선택하는 여자와 결혼할 것이라고. 이렇듯 나는 뻔한 코드에 감동하고 열광한다. 옆 페이지의 선배가 나를 보고 한남(전형적인 한국 남자)이라고 매번 놀리는 이유도 그래서고. 그게 아니라 뻔한 여자 취향 때문이라고 반박하겠지만. 여튼, 내 편견과 상관없이 <라라랜드>는 대박을 터트렸다. 국내에서 300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13개 부문에 14개의 후보를 올렸다. <라라랜드>는 오프닝 곡 ‘Another Day of Sun’과 함께 원테이크의 경이적인 오프닝 시퀀스를 선사하며 그 서막을 알린다. 그 범상치 않은 시작부터 그들은 시시하다 하지만 영화 속 그 어떤 음악보다 극적인 로스앤젤레스의 야경을 조명하는 미장센과 ‘City of Star’, ‘Lovely Night Dance’ 선율 아래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하는 두 주연 배우의 몸놀림은 나를 감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나는 그토록 떨떠름했던 <라라랜드>의 시작부터 급격하게 영화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 영화가 본격적으로 내러티브를 이어가면서 나는 흥미를 점점 잃었고 스토리는 식상해졌다. 결국 두 주인공은 갈등을 겪게 되고 영화는 예상 가능한 뻔한 두 개의 결말을 향해 달려갔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까지 인상적이었던 그 장면이 나에게는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이 패턴은 <라라랜드>를 연출한 다미엔 차젤레의 전작 <위플래쉬>와 흡사했다. 시작부터 폭주하는 극적인 장면의 연속은 전례 없는 감동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나를 철저하게 배신했다(나는 <위플래쉬>의 결말이 너무 허무하고 허망해서 호평 덩어리의 한국 포스터가 도저히 공감이 되지 않는다). 옆 페이지의 선배는 <라라랜드>는 보지도 않은 채 OST만으로 글을 쓸거라고 말했다. 나는 영화를 본 지 두 달이 흐른 지금에서야 <라라랜드>의 OST를 들으며 혹시나 더 좋은 글이 써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안고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영화 <라라랜드>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너무 좋았지”라고 말할 것이다. 스토리는 아쉬웠고 영화가 끝난 즉시 그들의 OST들로 셋리스트를 도배하지 않았지만, 두 주인공이 시시하다던 로스앤젤레스의 야경은 너무 아름다웠고 치밀하게 짠 동선 아래 스태프가 일심동체가 되어 완성한 모든 롱테이크 신은 박수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스마트폰 대신 폴더폰을 쓴다. 신식의 오토매틱 자동차가 아닌 빈티지 오픈카를 몰고 다니며 한물간 재즈 음악으로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꿈을 잃지 않는다. 사실 영화 속의 그 어떤 아름다운 장치보다 가장 빛나는 부분은 바로 세바스찬의 취향으로부터 드러나는 신념이다. 그를 놓친 미아(엠마 스톤)는 그토록 염원하는 스타(Star)가 결코 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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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끔찍할, 또 누군가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또 누군가에는 너무 후회되는 2016년. 너무 안 좋게만 표현했나. 뭐 우리의 감정은 지금 그러하다. <데이즈드> 편집부 에디터들이 패션, 문화, 사회 전반적인 올해의 키워드에 대한 단상을 늘어놓았다. 서로 친하지 않아서 메일로 했다.

Made in Swiss, Typ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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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 위크가 한창인 2월 초, 조용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캘빈클라인’ 로고를 두고 패션계가 술렁였다. 타이포그래피의 가치가 높아지는 이 시점, <스위스에서 파리까지–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전시의 큐레이터이자 전시를 위한 책 저자인 바바라 주노드를 만났다.

CHOI VS. LEE

CHOI VS. LEE

피처 에디터 최지웅과 패션 에디터 이종현이 글로 쓰는 같은 이슈 다른 내용, 이른바 '최대리'. 편집장은 매달 이들의 한판 승부를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넘긴다.

알고 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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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데이즈드> 화보를 보면 공통적으로 자주 사용된 소품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장갑이다.

Fashion Critic
Art+Culture

Fashion Critic

옷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패션 비평가들의 울림이 다시 절실한 시대다. 이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패션 디자이너에게도, 또 <데이즈드> 코리아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채찍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