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ing

사랑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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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Ji Woong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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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미국 버지니아 주는 백인과 타 인종 간 결혼을 금지한다. 백인 남성 리처드 러빙과 흑인 여성 밀드레드는 주변 다른 도시에서 결혼을 하고 돌아오지만 주 법원은 이를 범죄 행위로 규정한다. 25년간 버지니아를 떠나야 하는 처벌을 받은 부부는 몇 차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시도를 하지만 여의치 않다. 제프 니콜스의 <러빙>은 1960년대 인권 운동의 흐름을 타고 마침내 1967년 타 인종 간 결혼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나기까지 이 부부가 맞닥트린 질긴 시간을 다룬다. 제프 니콜스 감독은 흑인 인권 운동의 역사에 굵직한 획으로 남은 이 사건을 ‘미국 역사상 가장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해석했다. 제프 니콜스 감독이 실화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연출을 맡았다는 건 의외의 선택처럼 보였다. 1978년 미국 아칸소 주 리틀록에서 태어난 그는 2007년 장편 데뷔작 <샷건 스토리즈>부터 <테이크 쉘터>, <머드>로 이어지는 미국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에 흥미로운 영역을 차지하는 감독이다. 그는 개인의 예민한 심리 상태와 실체 없는 불안을 기발한 상상력과 서스펜스로 그려내는 데 깊은 관심과 재주를 지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러빙>은 기발한 창작자로서 제프 니콜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여의치 않은 조건이다. 영화의 첫 장면, 흑인 여성 밀드레드가 임신을 했다고 고백하자 백인 남성 리처드는 담담한 말투로 “좋은 소식이네. 잘됐다. 결혼하자”고 화답한다. 애초에 이 영화가 인종 간의 장벽이나 편견을 전면에 내세워 처절하게 투쟁하고 저항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신호다. 제목 <러빙>처럼 그저 사랑하고, 그래서 결혼했던 이들이 불합리한 법적 제재에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을 이어나가겠다는 당연한 용기를 보여주는 데 몰두한다. 아내에게 헌신하는 남편, 남편을 믿고 의지하는 아내, 바깥의 차별과 압박에 흔들림 없이 서로를 믿는 두 사람의 얼굴을 듬직하게 비춘다. 아무리 생각해도 <러빙>의 연출은 제프 니콜스의 영화답지 않다. 드라마를 부각시키기보단 필요 없는 가지를 모두 쳐내려는 듯한 태도의 연출은 심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직하고 고전적이다. 제프 니콜스에게 기대한 적 없는 뚝심과 안정감이 상당한데, 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특별히 모나지 않은 가장 매끈한 영화를 떠오르게 할 정도다. 넘치는 자의식에 섣부른 기술과 기교를 과시하기에 급급한 최근의 영화들 사이에서 <러빙>의 무난함은 오히려 특별해 보인다. 다시, 제프 니콜스가 왜 <러빙>을 선택했는지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앞서 언급한 지난 그의 모든 영화 <샷건 스토리즈>, <테이크 쉘터>, <머드>, 그리고 이 영화 <러빙>까지 그가 줄기차게 천착한 주제가 ‘가족’과 ‘사랑’이라는 점을 상기한다. <테이크 쉘터>는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는 남성의 불안을 형상화한다. <머드> 역시 가족을 만들고 사랑받고 싶다는 소년, 소녀의 얼굴을 내보인다. 완성도나 장르의 형식은 다르지만 제프 니콜스의 모든 영화를 규정할 수 있는 단어는 ‘가족’과 ‘사랑’이다. 어쩌면 제프 니콜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후예가 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제프 니콜스의 4번째 장편 영화 <러빙>은 영화사에 남을 걸작은 아니다. 얼마 지난 후 잊힐지도 모른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베스트 영화로 꼽을 마음도 없다. 제프 니콜스의 모든 영화 중 가장 나은 영화도 아닐 것 같다. 하지만 격변의 소용돌이와 갈등 대신 두 사람의 일상,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한 제프 니콜스에게 ‘믿음’을 가지고 기댈 수 있는 확신이 가능케 한 영화다. 지친 일과를 보낸 저녁, 사랑하는 이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하염없이 틀어져 있는 TV를 바라보며 히죽히죽하는 일. 진정한 아름다움 앞에 많은 장식은 짐이다. 또한 사랑은 늘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 Lo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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