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RAGON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

Art+Culture G-dragon
G-DRAGON

Text Jong Hyun Lee

G-DRAGON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만난 더 시리우스의 디자이너 정연찬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패션이 언제부터 좋았냐라는 질문에 “아주 명확하게 빅뱅의 지드래곤을 보면서 패션이 그토록 파워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의상 디자인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답했다. 지드래곤을 보며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던 소년은 지난 2월 19일 영국패션협회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후원하는 ‘인터내셔널 패션 쇼케이스 2017(IFS 2017)’의 우승자로 선정되었고, 다음 시즌에 밀란 패션 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인다. 2007년, 미니 앨범의 타이틀 곡 ‘거짓말’의 메가 히트와 함께 티셔츠에 스카프를 두르고, 스키니 진에 하이톱 스니커즈를 신고 일명 사과 머리로 등장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스무 살 소년은 올해 서른을 맞았다. 그리고 칼 라거펠트의 초대를 받아 샤넬의 쿠튀르 쇼를 정기적으로 감상하러 다니며, 처음부터 동고동락한 스타일 디렉터 지은과는 마침내 자신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을 론칭했다. 어린 시절 지드래곤은 선망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었다. 음반이 히트하고 유명해졌기 때문에 다양한 패션을 시도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거라고 믿었다. 돈만 있으면 나도 지드래곤처럼 입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10년이 흘렀다. 그는 더 많은 부와 명성을 쌓았고, 더 많은 패션을 즐겼다. 10년 전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이 패셔니스타와 견줄 인물은 지금도 없다. 나의 생각도 변했다. 내가 지드래곤보다 옷을 더 좋아한다는 확신이 없는 지금, 돈이 있더라도 지드래곤이 될 리는 만무하다. 태양이 어느 음악 토크쇼에서 이야기한, “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던 옷을 지드래곤의 옷장에서 발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때 MC는 지드래곤에게 “옷이 그렇게 좋아요?”라고 물었고, 그는 수줍게 “네, 너무 좋아요”라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잔상을 더듬어보면 그때 그 멘트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왜 빈티지 의류 장사를 시작했냐”는 나의 질문에 “옷을 너무 좋아했어요”라고 진솔하게 고백했던 동묘 사장님의 그 감동적인 답변과 꼭 닮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지드래곤인 이유는 패션에 그만큼 열성을 보이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SNS가 엄청나게 발달한 지금, 연예인의 패션을 탐하기보다는 일반인의 패션에 더 열광하는 세대를 보았을 때 어쩌면 지드래곤이 대한민국 패션사에 다시 없을 존재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10년 동안 패션 아이콘으로 많은 것을 누렸고,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빅뱅이 ‘거짓말’을 발표한 이후부터 각각의 앨범마다 하나의 스타일을 계획한 후 무대에 서기 전까지, 아이돌 그룹이라 하면 모두 다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칼 문구를 선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드래곤은 달랐다. ‘거짓말’ 이후 ‘마지막 인사’를 노래하는 무대에서는 패딩 베스트를 중점으로 완성한 스타일을 선보였고, 롱 베스트 재킷과 라이더 재킷은 ‘하루하루’와 ‘붉은 노을’을 부를 때 지드래곤을 대표하는 아이템이었다.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팀의 균형은 흐트리지 않았다. 샤이니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컬러풀한 스키니 진 팬츠는 지드래곤을 보고 변화의 물결을 느낀 소속사에서 패션 디자이너 하상백을 스타일리스트로 기용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음악 방송에서 PVC 원단으로 만든 세기말적인 옷 대신 거리에서 유행하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어디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나의 학창 시절만 해도 할리우드 스타의 패션은 잡지의 단골 기사였다. 할리우드의 유행을 좇는다는 것은 ‘옷 잘 입기를 위한’ 필수 코스였다. 그게 아니라면 일본 잡지에 등장하는 거리 패션을 모방하는 것, 둘 중 하나였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체적으로 유행을 발현하는 것이 아닌 외부로부터 패션을 들여왔다. 그런 대한민국이 인터넷의 발달로 지금은 전 세계가 동시에 거의 비슷한 스타일의 패션을 접할 수 있고 즐기는 세상에서 K-fashion이라 명명되는, 패션이라는 문화를 수출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중심에 지드래곤이 있다. 제일모직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지드래곤과의 협업을 통해 반한 분위기 속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작년 중국 상하이에 오픈한 첫 번째 매장은 첫 달 매출로 30억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오픈 초기 하루 매출이 평균 5억원대에 불과했던 신세계면세점은 지드래곤을 모델로 발탁한 후 하루 매출 평균 18억원, 최대 2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번에 면세점 시장 점유율 톱 3에 진입했다. 많은 고정관념을 바꿨고 국가 발전에까지 이바지하는 지드래곤이지만 무엇보다 그가 박수 받아 마땅한 이유는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패션을 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하다기보다 특이한 것이었다. 디자이너 정연찬의 말마따나 지드래곤 이전에 패션은 힘이 없었다. 특히 남자가 패션을 한다는 것은 심지어 성 정체성을 의심받는 일이기도 했다. 언론과 대중이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했던 것이다. 그렇게 패션의 명예는 실추되었고, 더욱더 소수의 취향으로 고립되어갔다. 그러나 지드래곤은 이마저도 바꿔놨다. 꽉 달라붙는 스키니 진 팬츠와 스커트를 입고 핑크 색 헤어에 컬러 렌즈를 끼고 방송에 등장하면서도 언제나 당당했고, 그걸 즐길 줄 알았다. 대중은 환호했다. 고개 숙이지 않았기 때문에 박수 받았고, 또 필요한 순간에는 몇천원짜리 티셔츠를 입고 ‘패션은 돈이 아닌 센스’라는 사실도 증명할 줄 알았다. 요즘 매일같이 트레이닝 팬츠에 자신이 만든 스니커즈만을 신고 다니는 카니예 웨스트나 1990년대 돈벼락을 맞은 랩스타처럼 온갖 명품을 질서 없이 휘감고 다니는 트래비스 스콧에 대해서는 우러러 보지만, 어느 순간 샤넬 오트쿠튀르 쇼에 참석한 후 반스를 신고 귀국하는 지드래곤에 대해선 당연하다는 시선을 보낸다. 20세기 패션을 이야기할 때 코코 샤넬 이전에 데이비드 보위가 먼저 언급되어야 한다고 누군가 그랬듯 대한민국, 아니 21세기 동양의 남성 패션을 이야기할 때는 지드래곤이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마땅하다. 나는 극진한 팬심을 담아 그 이유를 여기에 아주 조금 적었을 뿐이다.

More Art+Culture
MILANO DESIGN WEEK

MILANO DESIGN WEEK

패션위크와 함께 회자되는 가구 & 디자인 페스티벌 ‘밀라노 디자인 위크(MDW) 2017’이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밀라노 전역에서 진행되었다. 명민한 패션 하우스들은 미리 눈여겨봐둔 솜씨 좋은 아티스트와 손잡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를 꿈꿨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대표하는 가구 박람회(Salone di Mobile)장의 안과 밖,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 더 재미난 번외 편인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에 관한 리포트를 전한다.

GOT7 Mark
Art+Culture Got7

GOT7 Mark

단순히 행운이라 치부할 수 없다. 보다 더 높이 날아오를, 갓세븐 마크의 궤도.

A-Cold-Wall
Art+Culture Samuel Ross

A-Cold-Wall

현재 런던의 스트리트 패션계에서 강력한 힘을 지닌 사무엘 로스(Samuel Ross)의 어콜드월. 스트리트 룩의 상업성에 대한 비판이 거론되는 가운데 그는 오히려 스트리트 룩과 예술이 평행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타투이즘
Art+Culture

타투이즘

런던과 서울을 대표하는 타투이스트, 막심 부치(Maxime Buchi)와 아프로 리(Apro Lee). 그들은 현재 타투 컬처의 중심에 서 있다.

MOTHER
Art+Culture

MOTHER

사진가 양동민의 엄마는 죽었고, 사진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