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돈을 벌지 못한다고?

이슈가 되었던 이랑에게 그 뒤의 상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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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돈을 벌지 못한다고?

Text Ruby Kim

예술가는 돈을 벌지 못한다고?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사상 초유의 ‘트로피 경매’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신의 놀이>를 통해 최우수 포크상을 수상한 이랑은 수상 소감으로 “1월 전체 수입이 42만원이고 2월은 96만원이었다. 어렵게 아티스트 생활을 하고 있다. 상금을 주시면 좋겠는데, 이 상이 상금이 없다. 그래서 이 상을 팔겠다. 제작 단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월세가 50만원이니까 50만원부터 시작하겠다”면서 자신의 트로피를 경매에 부쳤다. 결국 이랑의 소속사 대표가 50만원을 지불하고 트로피를 가져갔다. 지폐를 펼쳐 보이며 이랑은 마지막으로 말을 덧붙이고 무대를 내려갔다. “이로써 오늘 명예와 돈을 얻었다. 다들 잘 먹고 잘살자.” 사방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들었다. 그렇다.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상의 영예와도 과감히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월세다. 사실, 그런 세상이다. 시상식 직후,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은 이랑의 퍼포먼스는 큰 화제를 낳았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이렇게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는가, 이랑에게 감사하다”, “너무 쿨한 퍼포먼스다”, “돈 벌려고 음악 하나?” “한대음을 무시하는 처사 아닌가?” 등의 갑론을박이 쏟아졌다. 이전부터 이랑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티스트로서 살아가면서 겪는 애환을 자주 촌철살인의 말로 남겼다. “한 달의 반 이상을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런저런 일들을 논의하는 ‘미팅’으로 보내고, 주 1회 강의(시간당 5만원가량)하고, 원고 몇 개(10만~20만원 사이) 송고하면 한 달이 끝난다”, “솔직히 미팅이 주요하긴 하나, 미팅 자체가 당장의 수입으로 치환되지 않는다(상대방들은 월급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니까 솔까 미팅 때 나 밥 좀 사줬으면 좋겠다”, “잡지 인터뷰나 촬영도 겉으로는 멋들어져 보이나, 페이가 없다. 차비도 없다. 여러분들은 그것을 모른다. 이것은 정말 문제다. 나는 잡지에 잘 나온 사진들만 남기고 굶어서 죽을 수도 있다”. 이랑이 지금까지 썼던 트위터 멘션들은 어록으로 편집되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트로피를 경매에 부친 이랑은 지금 잘 먹고 잘사느냐고? 이랑에게 직접 물었다. “그거 하고 뭐 좋은 기회라도 올까 하는가 본데, 더 귀찮고 거지 같은 일만 몰려온다. 안 그래도 바쁜데, 거절하면 거절하는 대로 화를 내질 않나, 보복성 기사를 내질 않나. 그냥 푼돈 버는 수밖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없다. 예술가의 고달픈 먹고살기 이야기는 비단 처음 듣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많은 시인과 소설가, 지션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러나 딱히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정부가 앞장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예술 창작물을 제한하는 이런 잔혹한 나라에서 예술가로 사는 일은 절망의 연속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일기 검사를 하다 말고 “너는 글을 잘 쓰니 나중에 작가가 되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꼭 욕처럼 느껴졌다. 그 어린 나이에도 전업 작가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담임 선생님의 예견대로, 나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선배들은 소주잔을 기울일 때마다 말했다. “등단? 해도 별거 없어. 등단 뒤엔 내리막길뿐이야. 취업해.” 그렇게 순수 문학에 대한 꿈은 펼쳐 보이기도 전에 일찌감치 꺾였다. 예대를 함께 다닌 동기들도 대부분 상황은 비슷하다. 실용음악, 무용, 미술 분야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순수 예술을 하는 친구는 극히 드물다. 우리는 비주류로 분리되는, 예술가의 삶이 고달프다는 것을 진즉 알고 있었다. 한편, 정반대의 의견도 있다. 생업 없는 예술가로 살지 않겠다는 이들. 주변에 친한 뮤지션은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저녁엔 음악을 만드는 이중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나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결국 전업 작가의 길을 반은 포기한 채로 에디터가 됐지만, 여전히 글을 써서 먹고사니까. 지금도 누군가는 가끔씩 타박을 한다. “그러게 전공을 잘못 선택했어. 돈 되는 걸 해야 했는데.” 내 형편없는 통장 잔고보다 나를 더 화나게 하는 건 바로, 이런 말이다. 최근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가 모리 히로시는 책 <작가의 수지>를 통해 자신이 19년 동안 전업 작가로 번 수입 명세서를 까발렸다. 책을 내면 받는 인세, 잡지에 연재하면 받는 원고료, 강연을 했을 때와 소설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저작권 등.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작가인 그의 소득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150억원에 이른다. 그는 책 말미에 작가 지망생들에게 조언한다. “자신의 감을 믿을 것, 늘 자유로울 것, 자기가 가진 논리를 믿고 ‘올바름’과 ‘아름다움’을 향해 전진할 것, 그리고 좌우지간 자신에게 ‘근면함’을 강제할 것.” 이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예술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꿈을 가지고 음악을, 글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고 드는 것. 그만큼이나 천박한 것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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