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할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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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할까?

Text Ruby Kim

투표할까?

2017년 5월 9일, 이른바 ‘장미 대선’이라는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고백하건데 부끄럽게도 한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끊었다. 한때는 핏대 올려가며 주변인들과 나랏일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할 때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열 올려봐야 달라지는 것 하나 없으며, 나 대신 세상을 바꿀 정당이나 정치인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시들해졌다. 특히나 17대, 18대 대선 결과에 실망한 이후로는 어떤 이슈에도 반응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고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누군가 정치 이야기를 할라 치면 “그러게 다들 그런 것 모르고 뽑았데?”라며 원천 봉쇄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2017년, 이런 나조차 더 이상은 못본 척, 못들은 척 할 수가 없는 사건이 터졌다. 세상이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미쳐 돌아간다는 표현이 딱 이었다. 나와 같이 분노한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추운 겨울 내내 광화문 일대, 아니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촛불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도통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세상이 시민들의 촛불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다시 한번 올바른 주권행사의 중요성에 뼈저리게 공감했다.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시에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국민들의 주권행사라는 선거권, 투표의 명암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먼저 암(暗). 돌이켜보면 분명 18대 대통령도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통해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그는 선거 이전에 대선 후보자 TV 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날카로운 질문에 “그러니까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해결하겠다.”라는 논리도 설득도 부족한 엉터리 같은 답변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색하게도, 당당하게 대통령에 당선됐다.(물론 부정개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 중에는 현실 가능한 공약보다도 절대적이고도 맹목적인 맹신 또는 동정에서 표를 던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바다 건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 됐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도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그 이전에 말도 안 되는 기적을 경험했으니까.
그렇다면 현명한 유권자란 뭘까. 미국의 저명한 기자이자 조지메이슨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인 리처드 솅크먼은 저서 <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를 통해 언제나 선거에서 ‘위대한 선택’을 한 국민과 ‘아쉽게도 그른 선택’을 한 국민, 두 종류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막는 요인으로 언론 조작, 정치인들의 감정 호소, 사람들이 가진 편향성 등을 예로 들며, 선거 광풍에서 대중들의 눈을 가리고 분별없는 사고를 유발하는 것 중 하나로 정치인의 브랜드화를 꼬집었다. “정치인이 그저 공직을 갈망하는 한 명의 인간이던 시절은 갔다. 오늘날의 정치인은 결코 인간이 아니다. 하나의 브랜드다. 콘플레이크 상자처럼 정치인은 슬로건, 포장 디자인, 광고캠페인과 함께 등장한다. 심지어 주제곡이 있는 경우도 있다. 캠페인이 끝나고 정치인의 이름이 들릴 때 민주당 지지자라면 로큰롤 히트곡을, 공화당 지지자라면 컨트리 뮤직 멜로디를 떠올릴 것이다. 이 모든 노력은 투표일에 기표소로 걸어 들어가는 유권자의 머릿속을 온통 만들어진 이미지로 가득 채우는 데 집중된다. 빌 클린턴을 생각하면 그가 <아르세니오 홀 쇼The Arsenio Hall Show>에 출연해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조지 W. 부시를 생각하면 그가 전형적인 남부 백인 남자들 여럿과 바비큐 그릴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하는 투표에서 더 이상 쟁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느낌이다. 유권자의 느낌말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뉴햄프셔 예비선거 전날 눈물을 흘렸다고? 어, 그렇다면, 그녀도 어쨌거나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었군. 그녀를 찍자!”
그러나 우리는 리처드의 말대로 이제 더 이상 정치인들의 가면에 속지 않을 것이다. 무지와 태만,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하는 우둔함, 근시안적 사고, 두려움과 희망을 이용한 정치 선동에 이미 한번 호되게 당해 봤다. 그래서일까 어느 때보다도 19대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의 칼날이 날카롭다.
자, 다시 투표의 명(明)에 대해 생각한다. 설령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걸 다시 바로잡는 것 역시 투표를 통해 할 수 있다. 어둠은 절대 빛을 이기지 못한다. 18대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의 8대 0이라는 전원 일치 투표로 인용 됐다는 뉴스 속보를 기억한다. 재판관도 국민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민주주의의 꽃, 축제인 선거와 주권행사인 투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다. 원고를 쓰는 오늘 4월 15일 오전 각 정당의 대선 주자들이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즉각적으로 SNS상에 #아이보트챌린지 라는 해시태그가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다음 달 6월호 마감을 할 때쯤이면 대선 결과가 나올 거다. 그 어느 때보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적폐청산을, 자정 능력의 회복을 갈구하는 지금, 이 어두운 시국에 새로운 빛을 밝혀 줄 19대 대통령은 과연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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