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ANO DESIGN WEEK

패션위크와 함께 회자되는 가구 & 디자인 페스티벌 ‘밀라노 디자인 위크(MDW) 2017’이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밀라노 전역에서 진행되었다. 명민한 패션 하우스들은 미리 눈여겨봐둔 솜씨 좋은 아티스트와 손잡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를 꿈꿨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대표하는 가구 박람회(Salone di Mobile)장의 안과 밖,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 더 재미난 번외 편인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에 관한 리포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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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Anna Roh

먹는 얘기 빼면 이탈리아인들과는 할 얘기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적어도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만큼은 그들이 디자인계의 대부 격임을 증명해낸 듯하다. 작년 이맘때에 밀라노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40만여 명이 도시 곳곳에 모여들었다더니, 어느 전시장을 가도 건물 밖으로 20미터는 족히 넘는 대기 인파가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었다. 역시 번외 편이 더 재미있었던가, 이번 푸오리 살로네(밀라노 전역에서 이뤄지는 크고 작은 전시)에는 터줏대감 에르메스를 비롯해 루이 비통, 로에베, 질 샌더와 같은 굵직한 패션 하우스들이 참가해 예술에 대한 열망을 증명했다. 이는 간혹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그럴듯한 사탕발림으로 한 신예 아티스트가 거대한 패션 브랜드에 ‘희생’당하는 여느 사태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인사이더만의 리그, 패션위크에서 벗어나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는 진짜 대중을 맞이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많게는 열다섯 개의 디자인 그룹들이 공평하게 윈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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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뚜렷한 넨도(Nenco)의 실루엣
미니멀한 오프화이트 세계를 펼치며 신(新)자포니즘의 중심에 선 넨도(Nenco)는 ‘보이지 않는 윤곽(Invisible Outlines)’을 테마로 뚜렷한 세계관을 그려냈다. 사물의 윤곽에 집중해 이를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형태와 무의식에 대해 되물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이는 윤곽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첨가하지는 않는지, 디자이너 오키 사토는 이 집착적인 물음표를 새하얀 공간 속 특유의 위트 뒤로 교묘하게 숨겼다. 아주 얇은 투명 실리콘으로 만든 꽃병을 다시 수조에 담아 표현한 ‘Jelly Fish Vase(해파리 꽃병)’나 3D 프린팅으로 종이의 윤곽만을 표현한 ‘Un-printed Material(인쇄되지 않은 소재)’처럼 말이다. 미니멀의 대명사로 통하는 질 샌더의 쇼룸에서 펼쳐진 이 전시는 질 샌더를 비롯한 16개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펼쳐졌다.

COS가 심은 Studio Swine(스튜디오 스와인)이라는 나무
미니멀리스트들이 사랑하는 코스가 지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엔 상상의 숲을 펼치더니 이번엔 기어코 나무를 심었다. 신소재와 현대 산업화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필름, 프로덕트, 인스톨레이션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뽐내온 스튜디오 스와인은 사실 그동안 주목받아 마땅한 신예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 흔한(?) 사쿠라 축제를 멀티 센슈얼 익스피리언스로 승화한 이번 작업은 이윽고 떨어지는 꽃잎이 손에 닿으면 한동안 머물다가 어느 순간 기체로 사라지는 몽환적인 광경을 그려냈다. 한 가지 틀림없는 건 코스가 선보인 ‘새로운 봄’에 등장한 이 기이한 나무 한 그루가 밀라노를 사로잡았다는 사실이다.

장인 정신이 뭔지 보여줄게
베테랑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걸 에르메스가 보여줬다. 옷장 안에만 숨겨두기는 아까운 이들의 우아함이 새로운 홈 컬렉션으로 소개된 것.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터줏대감 격인 에르메스가 선택한 곳은 유서 깊은 극장 라 펠로타(La Pelota). 그 누구와도 손잡지 않고 오직 장인들이 만든 오리지널 오브젝트로 승부수를 띄우며 본연의 재능에 경의를 표했다. 모던한 컬러 팔레트는 오리지널 퀼트로 정돈되었고 단풍나무 패널에 레더 스트랩을 두른 의자는 더없이 견고했다. 새롭게 제안하는 경쾌한 스트라이프 패턴은 벽지와 오브젝트로 재탄생되며 군더더기 없이 꽉 찬 내공을 펼쳤다.

노트란 자고로 낙서가 제맛

누가 몰스킨이 클래식하다고 했던가? 최고급 가죽 커버로 무장한 몰스킨 아이템들이 무려 스트리트 아티스트에 의해 새 생명을 얻었다. 라이브 퍼포먼스로 진행된 이벤트의 주인공은 뉴욕을 주름잡는 브래들리 테오도르(Bradley Theodore). 안나 윈투어, 칼 라거펠트와 같은 패션계의 아이콘을 그려내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밀라노 브레라 지구에 새로 문을 연 핫 플레이스, 몰스킨 카페를 점령했다. 클래식 백팩과 노트 위에 몰스킨 스마트 라이팅 세트로 그려낸 그의 유니크한 세계는 카페 외에도 밀라노 내 매장 등에 동시에 전시되며 몰스킨과 컨템퍼러리 아트의 팬들에게 신선한 뉴스를 전달했다.

예술적이지만 편안하게, 로에베의 집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있어요.’ 로에베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라이트 베이지 트라우저스에 우아한 리넨 톱을 입은 사모님 한 분이 등장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몬테 나폴리오네에 위치한 로에베 부티크 마당에는 아름답고 편안한 로에베의 오브제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해 있었다. 한눈에도 한 사람만의 작품은 아닌 것 같았는데, 로에베로 말할 것 같으면 작년에는 크래프트 프라이스를 론칭해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펼치는 중이니 말이다. 2015년 디자인 위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고는 본격적으로 그 예술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높이와 컬러로 연출할 수 있는 소가죽 쿠션과 오리지널 니팅으로 탄생한 쿠션 커버 등 데일리 인테리어의 ‘한 끗’을 좌우할 실용적인 아이템들이 이목을 끌었다.

노르웨이의 아우라

작년과 올해 유난히 북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가 많았다. 이유는 오로라가 가장 잘, 많이 보이는 시기가 오랜만에 돌아왔기 때문인데,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노르웨이의 아우라는 남달랐다.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크라크빌크 앤드 도라지오(Krakvik & d’orazio)가 주관하고 두 군데의 국가 재단이 후원하는 이 전시는 평균 연령 30세의 젊고 재능 있는 북유럽 디자이너들이 뭉친 클루번(Klubben)에서 선택된 30명의 작품이 전시 공간을 채웠다. 이 강력한 디자인 크루 클루번의 창시 맴버이자, 이미 지난번 전시에서 파트너를 찾아 암체어를 론칭한 디자이너 사라 폴마(Sara Polmar)는 이번엔 성냥갑(Matchbox)이라는 이름의 다용도 함을 선보이며 노르웨이 특유의 컨템퍼러리한 감각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이외에도 청아한 색감과 감각적인 실루엣이 돋보이는 노이도이(Noidoi)의 브로르(Bror) 컬렉션과 노던 라이트 페스티벌에서 진작 이목을 끌었던 팔크 스바툰(Falke Svatun)의 칸타렐(Kantarell) 조명도 눈에 띄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이탈리아의 솜씨 좋은 업체들은 물론, 감도 높은 갤러리와의 협업 가능성이 무궁하다. 그들의 영롱한 눈동자만큼이나 신비한 노르웨이의 디자인 세계는 앞으로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뻗어나갈 예정이라고. 머지않아 다방면의 필드에서 만나게 될 젊은 노르딕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훌쩍 떠나기 전에 챙겨두어야 할 루이 비통의 물건들

지난 5년여간 진행된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여행 오브젝트 방랑자의 물건들(Objects Nomads)이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통해 마침내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25개의 엄선된 오브젝트가 전시된 팔라조 보코니(Palazzo Bocconi)는 다수의 패션 이벤트가 주최되며 패션 업계 사람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장소지만 이번에 대중에게 개방되면서 환호를 받기도 했다. 하루 평균 4000명 이상이 다녀갔다고 하니 패션 문외한도 루이 비통이 여행에는 정통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쯤은 눈치챘을 터. 이를테면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 패턴 플라워에서 영감을 얻은 토쿠진 요시오카의 스툴이나 가구 디자이너 듀오 로 에지스(Raw Edges)의 한없이 콤팩트한 콘서티나(Concertina) 시리즈를 첨가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만 한정 판매된 이 오브젝트들 대부분이 현장에서 주문되었다는 후문이 들린다.

엄청난 슈퍼마켓

람브라테(Lambrate) 지구 전시장들 사이에 난데없이 등장한 슈퍼마켓. 평범하고 작은 구멍가게 안 매대가 심상치 않다. 밍크 털로 만든 롤리팝과 수세미로 된 칫솔, 나무판이 라자냐로 변신한 이 슈퍼마켓은 덴마크의 디자인 스쿨 콜딩(Kolding)의 대학원생 3명의 작품이다. 덴마크 일대의 14여 업체에서 버려지는 폐자재를 재활용해 이토록 엄청난 일을 벌인 것.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자재가 버려지는 현실을 돌이켜보고 필요한 만큼 만들고 지혜롭게 쓰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한편 관객들은 완벽에 가깝게 꾸며진 전시장에서 마켓 직원으로 변장한 사람들이 전시물을 들고 와 가격을 묻는 일을 빈번하게 경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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