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atella Versace

1997년, 지아니 베르사체의 갑작스러운 운명 후 거대 하우스의 수장이 부재한 기간은 고작 3개월. 그의 빈자리를 바로 채운 사람은 여동생이자 베르수스 디자인을 전담하던 도나텔라 베르사체다. 오빠가 만든 브랜드와 유산을 계승하고 지켜온 이 강인한 여성은 2018 S/S 컬렉션을 통해 지아니 베르사체 사망 20주기 헌정 패션쇼를 선보인다. <데이즈드> 코리아와의 단독 인터뷰에 그 소회를 밝혔다.

Donatella Versace

Text Min Ji Kim
Photography Rahi Rezvani

이번 2018 S/S 컬렉션은 지아니 베르사체 사망 20주기를 맞아 그에게 헌정하는 역사적인 쇼였다.
쇼장의 모든 좌석에 지아니 베르사체의 아카이브 사진집이 놓여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다.

쇼는 나의 기대치를 훨씬 넘었다. 나는 이번 쇼가 그의 삶과 미적 천재성, 그리고 그가 한 모든 것에 대한 축하의 장이 되기를 바랐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내가 슈퍼모델들과 함께 런웨이를 걸어 내려갈 때 그 공간에서 넘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지아니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람들이 기뻐서 울거나 격렬하게 박수 치는 것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은 매우 색달랐다. 그 자리에는 우리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세대가 있었고, 그들은 그의 아카이브에 감동을 받아 경의를 표했다.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컬렉션은 마치 잘 정리된 회고전을 보는 듯했다. 베르사체의 수장으로 지낸 지난 20년은 어땠는가?

나는 비로소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서야 나는 나에게 걸맞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아니가 우리의 곁을 떠났을 때, 꽤 오랜 시간 나는 어떻게든 내 자신을 증명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항상 그와 비교될 것을 염려했다. 나에 대한 세상의 비판이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많이 비판했다. 그의 유산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나의 것으로 만들어 드러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시점에 나는 내 자신에게 물었다. ‘지아니가 항상 나를 신뢰해왔는데, 왜 나는 내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내 작업을 가끔씩 의심하게 되지만 의심은 적이 아니다. 자문하는 것은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 나는 항상 완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아니가 나에게 가르쳐주었듯이 위험을 감수하고 한계를 밀어붙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바로 그것이 베르사체가 하는 일이다. 베르사체는 나의 피이고 내 DNA 속에 존재한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울려 퍼진 내레이션은 마치 오빠를 위한 찬사 같았다.
당신에게 지아니는 어떤 의미인가?

지아니는 나에게 전부였다. 그는 나의 오빠였고, 나의 멘토였고 공범이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일 것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싸우고, 화해하고,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서로를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으로 개선해준다. 요약하자면 그는 나의 세상이었다. 더 이상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지아니 베르사체는 고대 예술 양식을 사랑했다. 그의 집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불케 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미학이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가?

알다시피 그것은 우리의 타고난 미적 감각이다. 그것은 내 피에도 흐르듯이 오빠의 피에도 흘렀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우리는 문화와 고대 유적, 야외 박물관들에 둘러싸여 자랐다. 이는 우리의 출신과 전통, 우리가 자란 바탕과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 어디를 가든, 특히 남부에서는 공기 중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 반영된다.

지아니 베르사체의 패션 미학은 화려함, 관능미, 사치, 황홀, 쾌락주의다.
그가 그리는 여성상과 당신이 그리는 여성상에 차이가 있다면?

이는 여성상이라는 단일한 개념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아마 사람들은 내 오빠가 디자인한 가장 극단적인 의상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컬렉션은 너무나 방대해서 다양한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어떤 옷이든 찾을 수 있다. 매우 정교한 미적 감각을 갖고 있음에도 우리는 여성성에 대해 단 하나만의 정의를 내리지는 않았다. 나는 항상 개인의 개성과 인격에 더 중점을 두었다. 나는 늘 친구들에게 “네 자신이 되는 것, 모두와 다르더라도 자신만의 관점을 갖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것이 그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디자인할 때 나는 수많은 여성들과 그들의 몸, 삶의 태도, 삶의 방식을 떠올린다. 개성이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스타일링하는 것이다.

피날레의 사운드 트랙은 조지 마이클의 ‘프리덤 90’이었다.
그의 페미니스트 성향을 조명하기 위한 장치로 보였다.

동의한다. 지아니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 조지와 마찬가지로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다. 그 악명 높은 피날레는,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자유에 관한 시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그 기쁜 순간을 해석하는 데 슈퍼모델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까? 다시 한 번 그들은 이 행사에 완벽한 지지자임을 증명했다. 그들은 매우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친다. 모든 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지금보다 위대했던 시대의 상징이다.

1990년대의 베르사체 쇼는 언제나 5~6명의 모델들과 디자이너가 팔짱을 끼고 등장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클라우디아 시퍼(Claudia Schiffer),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신디 크로포드(Cindy Crawford)를 비롯해
헬레나 크리스텐슨(Helena Christensen),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와
함께 걸어나오며 그때를 재현했다. ‘Gianni, This is for you’라는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런웨이를 걸어나올 때 어떤 생각을 했는가?

매우 감정적인 순간이었다. 마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오랜 시간이 걸려 집으로 돌아간 것과 같았다. 나오미, 카를라, 클라우디아, 신디, 헬레나… 그들은 대단한 여성들이고 무엇보다 좋은 친구들이다. 나는 내 생에 가장 소중한 순간들 중 몇몇을 그들과 지아니와 함께 나눴다. 나는 그들이 성장하고 지금의 놀라운 여성들이 되어가는 것을 봐왔다. 사실은, 이 쇼를 통해 나는 마침내 오랜 시간 나를 괴롭히던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알다시피 지아니는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내 곁을 떠났고, 내가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을 때 그들은 소중한 친구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내 곁에 있어주었다. 그들과 함께 캣워크에 서는 것은 옳은 일처럼 느껴졌다. 마치 원을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피날레를 장식한 룩은 1994 F/W 컬렉션의 메탈 메시 드레스였다.
특별히 그 시즌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드레스가 사용되었던 시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드레스가 중요했다. 그러한 피날레에 그것 말고 무엇을 택할 수 있었을까? 나는 소녀들이 그리스 여신들처럼 보이기를 원했고 메탈 메시 드레스는 마치 권한을 부여하는 갑옷처럼 몸을 감싸는 방식이 완벽하게 어울렸다. 메탈 메시는 지아니의 천재성과 타당성의 가장 놀라운 예시 중 하나이다. 사실 이것은 지금도 너무나 완벽하다. 오늘날까지도.

관중이 모두 기립해 앞다퉈 촬영을 하고, 쇼가 끝난 후 SNS 피드에는 온통 헌정 런웨이에 대한
얘기로 도배됐다. SNS를 영민하게 활용할 줄 아는 디자이너답게, 예상한 모습이었나?

나는 ‘와우!’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이것은 소셜 미디어의 파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보다 공기 중에서 느껴지는 사랑과 감정에 대한 것이다. 모두가 소리 지르고 박수를 쳤다. 또한 나는 많은 게스트들이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옳은 일을 했다고 느껴졌다. 특히나 그의 천재성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에게 말이다. 그들은 지아니와 베르사체의 가치인 ‘사랑, 열정, 예술, 용기, 자유’를 볼 자격이 있었다.

베르사체의 뮤즈였던 신디 크로포드와 베르사체 아동복 라인 캠페인 모델이었던 카이아 거버가 2018년
베르사체 컬렉션의 같은 런웨이에서 만났다. 엄마와 딸이 ‘레전드’와 ‘핫 루키’라는 다른 이름으로 같은 무대에 섰다.

내가 신디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17세였고, 항상 부모님과 동행했다. 나는 그녀가 그녀의 딸과 런웨이에 함께 서게 했다. 일종의 행복한 데자뷔와 같았다. 그들을 함께 백스테이지에서 보는 것은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너무나 다른 미래와 과거의 세대이지만 동시에 둘은 무척이나 닮았다. 신디가 카이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는 것은 정말 감동적이다. 그들은 톱 모델들이지만, 그들이 함께일 때는 그저 엄마와 딸의 모습이다.

지아니는 슈퍼모델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당신은 지지 하디드, 벨라 하디드, 테일러 힐 등
소셜 미디어 스타 모델들로 또 다른 도나텔라 군단을 탄생시켰다.

이 강력하고 멋있는 어린 여성들을 보게 되는 것은 멋진 일인 것 같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모델들은 아이콘이었다. 그들은 강한 개성을 갖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지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원조 톱 모델들처럼 아이콘이 되는 것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나는 지지, 벨라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에게서 원조 슈퍼모델들과 똑같은 개성과 힘을 보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증폭된다. 지지와 그녀의 친구들은 전 세계 팔로어들과 삶을 공유한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영감이 된다.

젊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조나단 앤더슨, 크리스토퍼 케인, 안토니 바카렐로)의 영입부터
SPA 브랜드(H&M)와의 협업, 베르사체 홈, 세계 최초 패션 하우스의 호텔까지.
당신은 새로운 접근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당신에게도 두려운 순간이 있다면?

나도 사람이기에 그런 순간들이 당연히 있다. 나는 자주 내가 하는 것을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내가 살면서 배운 것은 그저 내 직감을 믿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나는 최고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인생에서 무엇을 하든, 쉬운 것은 그만큼 지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을 시험하면 내 자신을 더욱 즐기게 되고 얻는 것도 더 많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것은 나에게 큰 기쁨과 만족감을 준다. 그들은 그들의 에너지와 열정으로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줄 알고, 모든 것을 완전히 신선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지아니 사망 20주기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그다음 시즌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앞으로 베르사체라는 이름으로 또 어떤 새로운 일이 벌어질지, 베르사체 하우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2018년은 베르사체의 탄생 40주년이다. 엄청나게 중요한 또 다른 단계인 것이다. 나는 내 가족이 성취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동시에 미래가 매우 기대된다. 지금의 베르사체는 에너지, 긍정 그리고 아이디어의 집합소이다. 나는 매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일하러 나선다. 항상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바꿔놓을 만한 무언가 새로운 것, 신선한 영감이나 혁명은 존재한다. 패션은 변화하는 것이고 그것이 나를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에도 베르사체의 DNA는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Donatella Versace
Donatella Versace

패션은 변화하는 것이고 그것이 나를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에도 
베르사체의 DNA는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Donatella Versace
Donatella Versace
Donatella Versace
More Fashion
MONSTERS
Fashion 패션대전

MONSTERS

<데이즈드>가 선택한 ‘제35회 대한민국패션대전’의 남성복 디자이너 여섯 명.

BEAUTON
Fashion BEAUTON

BEAUTON

이어링을 중심으로 독립적이고 우주적인 주얼리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 보통(BEAUTON)의 룩북. 이미, 지금 가장 젊은 런던의 멀티숍 머신에이(Machine-A)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CAXA
Art+Culture CAXA

CAXA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만화 의 주인공 천기주와 박영도가 우리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들은 2018 S/S 시즌 신상품을 입었다.

Gypsy Sport
Fashion GYPSY SPORT

Gypsy Sport

‘축구’를 ‘Soccer’라고 말하는 리오 유리베(Rio Uribe)는 전형적인 미국 사람이다. 리오가 이끄는 집시 스포트는 뉴욕 스트리트의 현재를 말해준다. 단, 우리가 생각하는 그 스트리트는 결코 아니다.

원조의 부활
Fashion

원조의 부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추억을 간직한 채새 시대를 품은 로고 백.

Sies Marjan
Fashion Sies Marjan

Sies Marjan

뉴욕 패션계에 떠오른 시즈 마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샌더 랙(Sander Lak)은 낙관주의자다. 컬러가 가진 긍정의 힘을 믿는다.

Dreamers
Fashion

Dreamers

통통한 젖살, 빼꼼한 주근깨, 두툼한 교정기…. 지금 런던의 소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