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기념관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백남준 기념관

Text & Photography Ji Woong Choi

백남준 기념관
백남준 기념관
백남준 기념관

백남준기념관은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이다.
서로의 기억을 나누고 그로부터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따뜻하고 아늑한 집이다.
닿을 수 없는 저 높은 곳에서 백남준이 슬며시 웃고 있는 것만 같다.

1932년 7월 20일 세상에 태어나 2006년 1월 29일 세상을 뜨다, 라고 백남준의 삶을 단언하는 일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합당하지도 않다. 백남준은 직선으로 흐르는 시간을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인 척 뒤로 물러나 있다 현재가 되어 우리 곁에서 말을 걸고, 닿을 수 없는 저기 미래에서 슬며시 웃고 있는 것만 같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이는 그의 생애 내내 동반자 같은 화두로 함께했지만, 예술가 백남준은 ‘고향’이라는 감상적 정서에 포섭되지 않았다. 이는 백남준이 직선으로 흐르던 모든 것을 파괴한 후 자기 식대로 새롭게 배치하는 데 탁월한 예술가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그의 ‘뿌리’로서가 아닌, 그가 지나간 많은 ‘지점’ 중 조금 특별한 곳이었을 뿐이다. 떠난 지 한참 후 한국에 돌아와 한국을 위해 활동한 것도, 작품에 한국적 모티프를 사용한 것도, 실은 뿌리로의 회귀가 아닌 유목민처럼 떠돌던 그의 삶의 실천 과정일 뿐이었다.

백남준이 예술을 향한 지독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가 지닌 열정은 단지 순수하게 예술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의 열정은 다양한 연대를 향해 있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예술, 예술과 기술, 다양한 예술을 오가며 가능한 연대를 꿈꾸고 실험하며 소통하고 싶은 다층적 연대를 향한 열정이었다.

백남준은 당대 최고의 재벌가에서 태어났다.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에서 태어난 백남준은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1937년부터 1950년까지 13년의 성장기를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해방 후 최대 섬유 업체인 태창방직을 경영하던 섬유 업계의 대부였고, 그의 집안은 당시 종로5가와 동대문 일대 포목상의 절반을 소유할 정도로 부자였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백남준은 피아노와 작곡, 성악에 이르는 광범위한 음악 수업을 받는 등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예술인의 길을 걸었다.

2006년 1월 29일 밤 8시쯤, 백남준은 육신의 고향인 서울도 아니고 예술의 고향인 뉴욕도 아닌, 낯설고 따뜻한 휴양지 마이애미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말년의 백남준은 한국을 그리워했다. “뭘 가장 하고 싶으냐”는 어느 기자의 물음에 “창신동 가고 싶어. 한국 가서 묻히는 게 내 소원이야”라고 답했다.

서울시는 2015년에 창신, 숭인 도시재생 선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백남준이 성장기를 보낸 창신동 197번지 일대 집터에 위치한 작은 한옥을 매입했고, 이를 백남준기념관으로 조성했다. 이 기념관은 백남준의 옛집을 그대로 복원한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과 도시 개발을 거치며 파편화된 집터에 자리 잡은 가옥 중 하나에 새롭게 조성했는데, 이는 백남준이 지닌 태생적 아이러니를 닮아 있어 흥미롭다.

백남준기념관 건물은 1960년에 축조한 28평 규모의 단층 한옥으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해체하고 노후된 부분을 교체 후 재조립하는 공정으로 리모델링했다. 옛 도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창신동 일대를 아우르는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존중하되, 의도적으로 옛것을 연출하는 부자연스러운 장식이나 개조는 배제했다.

백남준기념관은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이다. 서로의 기억을 나누고 그로부터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따뜻하고 아늑한 집이다. 닿을 수 없는 저 높은 곳에서 백남준이 슬며시 웃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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