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년

힙합이 세계를 점령한 시대에 밴드 새소년은 갑자기 나타나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새 노래를 부른다.

새소년

팬시가 입은 와이드 칼라 셔츠와 팬츠, 강토 입은 웨스턴 셔츠는
모두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펜시와 강토가 신은 스니커즈는 모두 컨버스(Converse), 소윤이 입은 실크 셔츠와 스커트,
슈즈는 모두 렉토(Recto), 후디는 드링크스캔코드(Drinkscancode), 스타킹은 에디터 소장품,
강토 입은 스트라이프 팬츠는 와이엠씨(YMC).

 

Text Ji Woong Choi
Fashion Jong Hyun Lee
Photography Tae Hwan Kim

새소년의 음악을 알게 된 지 몇 주 되지 않는다. 술에 취해 들어간 작고 어두운 술집에 흐르던 ‘긴 꿈’이라는 노래에 반했다. 그날 밤 작은 방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이 노래를 반복 재생해놓고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현관문에 메모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옆집 사람입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으시네요. 밤새 틀어놓으신 음악 소리에 한숨도 못 자고 출근합니다. 덕분에 이 노래가 새소년의 ‘긴 꿈’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노래를 다 외울 지경이네요. 미칠 것 같습니다. 참 감사합니다아’.

이렇게 또 새소년의 음악은 귀에서 귀로 퍼지고 있는가 보다.

에디터라는 직업이 공평하기 어려운 것 같다. 마음이 움직여야 궁금해지고 만나고 싶어진다.
우연히 새소년의 ‘긴 꿈’을 듣게 됐다. 그리고 며칠 동안 반복해서 들었다.

소윤 ‘긴 꿈’은 2017년 6월에 나온 첫 싱글 곡이다. 세상에 나온 지 6개월 정도 지난 노래지만 꾸준히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고맙고 기쁘다. 오늘 이 노래가 스튜디오에 흘렀는데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새소년의 노래를 듣게 될 때, 객관적으로 들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는 노래 같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면에서 이상한 노래 같기도 하다. 무겁지 않은 멜로디와 가사인데 내게는 어딘지 외롭고 쓸쓸하게 들린다.
어떤 말을 걸고 싶어서 만들게 된 노래인가?

소윤 이 노래는 내가 새소년을 만나기 전, 황소윤의 노래다.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만든 건 아니고, 지금보다 어린 그 시절 내가 해석한 사랑에 관한 감정을 담은 노래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다. 황소윤의 ‘긴 꿈’이 기타에만 기댄 단출한 느낌이라면, 새소년의 ‘긴 꿈’은 밴드 사운드가 입혀져서 좀 더 풍성해졌다. 당신이 느낀 대로 희망찬 기운의 곡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멜랑콜리하지.

‘긴 꿈’을 만들었을 때의 나이가 몇인가?

소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봤자 아마 17~18세였던 것 같다. ‘긴 꿈’ 같던 시절.

새소년과 황소윤의 음악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의식적으로 구분 지으려는 노력을 하는 편인가?

소윤 확실히 구분하려 노력한다. 황소윤의 음악이 직선을 걸어가는 느낌이라면, 새소년이라는 밴드 음악은 이쪽저쪽 길을 다 갈 수 있다.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하면 적절할 것 같다. 물론 에너지도 다르고.

나머지 두 명의 멤버는 ‘긴 꿈’이라는 노래를 어떻게 생각하나? 밴드 ‘새소년’의 특성상 나머지 두 명의
멤버보다 보컬리스트이자 곡을 만드는 소윤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서운하지 않나?

팬시 다들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이 노래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소윤이 주목받는 건 당연하고, 또 좋은 일이지 서운할 일은 아니다.
강토 같은 생각이다. 소윤이 덕분에 우리 밴드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다면 그건 반가운 일이다.

밴드 새소년을 둘러싼 지금의 좋은 기운과 흐름을 당사자들은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소윤
솔직히 잘 모르겠다(웃음). 다만 공연 일정이 많아지고 오늘 이 자리처럼 사람들 만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들 관심 가져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뿐이다. 물론 공연장에서의 반응은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얼굴을 모르는 팬들도 많아졌고, 열기도 좀 더 뜨거워졌다. 매진도 되고(웃음).
팬시 확실히 무대 위에 섰을 때 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

본능적으로 우울하거나 쓸쓸한 목소리에 끌린다. 새소년의 음악에 끌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질척거림은 없다. 깔끔하고 담백한 우울처럼 느껴진다.

소윤 나 자체가 발랄한 사람은 아닌 편이다. 어둡다면 어둡고, 우울하다면 우울한 감성에 가깝다. 그런데 그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은 담백했으면 좋겠다. 내 성격과 기질이 그렇다. 원래 그런 사람이기도 하겠지만 어느 순간 겁이 나기도 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음악이었는데 그게 위험하게 느껴지는 날과 마주했다.

가사를 쓰는 방식은 어떤가? 지키는 원칙이 있나?

소윤 작업자마다 다르겠지만 사실 나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꼭 지켜야 할 원칙도 없는 것 같다. 다만 썩 별로인 표현이나 흔하게 쓰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일상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낯선 언어를 받아들이는 편이다.

여러모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 같다. 새소년의 음악에 여러 장르가 혼재하다는 사실도 그와 관련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고 싶다. 새소년이 추구하는 세계는 무엇인가?

소윤 그런 거 없다(웃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음악, 어떤 장르를 시도하고 접목할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떤 짓을 벌여도 그게 새소년스럽기를 바란다. 우리는 EP 앨범 딱 한 장 낸 게 전부다. 아직 누구도 우리를 규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 앨범 재킷, 무대 위의 스타일링 등 음악 외적인 부분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소윤 음악의 힘만으로 혼자 설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내 또래는 음악 감상을 스트리밍으로 배운 세대다. 방대한 아카이브를 손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뭘 들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나의 경우는 생소한 뮤지션이라도 앨범 커버나 뮤직비디오 같은 아트워크의 완성도가 높은 앨범을 찾아 듣곤 했다. 좋은 음악을 고르는 기준에 음악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외부의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그건 뮤지션으로서 새소년이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새소년이라는 밴드가 멋진 분위기를 뿜어냈으면 좋겠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것들을 디렉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다.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를 대자면 ‘혁오’가 아닐까 한다. 새소년을 비롯한 동시대의 밴드는 어떤 식으로든 혁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소윤 적어도 새소년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솔직히 한국에서 밴드 음악이 주류는 아니지 않나. 음악적인 부분이라기보다 그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 부분을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다. 그들의 행보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우리도 그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강토 개인적으로는 크게 영향 받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소윤의 말에 동의한다. 엄밀히 말하면 굳이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그들의 행보가 우리 세대 밴드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밴드는 무대에서 연주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안타깝게 아직 새소년의 라이브 공연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 당신들의 진짜를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대에 서는 일, 행복한가?

팬시 행복하다. 그 특유의 에너지가 좋다. 물론 관객이 호응해줄 때(웃음).
소윤 여러 생각이 드는 질문이다. 관객이 단 한 명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공연자만 있는 공연(웃음).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무대에 서는 건 똑같이 재미있다. 내가 술을 잘 안 마시는데,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는 술 한 방울 없이 만취한 감정이 차오른다. 내가 뭘 했는지 기억도 분명하지 않다. 나사 하나가 풀어진 듯 다른 자아가 출현하는 걸 느낀다.
강토 무대에 설 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불안하다(웃음). 솔직히 아직은 무대에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새도 없다.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만 한다. 나는 앞의 친구들이 말한 그 감정을 연주를 다 마치고 내려왔을 때 느낀다. ‘이 맛이구나’.

새소년
새소년

강토와 소윤, 팬시가 입은 하프 코트는 모두 엠엔지유(Mngu),
선글라스는 모두 발렌티노 by 룩소티카(Valentino by Luxottica),
강토가 입은 니트는 와이엠씨(Ymc), 소윤이 입은 셔츠는 드링크스캔코드(Drinkscancode),
팬시가 입은 셔츠는 에디터 소장품.

 

Hair Chang Dae Park Makeup Jeong Hwa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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