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PARIS FASHION WEEK: EDITOR'S REVIEW

Text DAZEDKOREA

 

DAY-1

SAINT LAURENT

해가 서서히 기울고, 트로카데로 분수 앞 정원에서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지만, 쇼가 시작되고 세상은 고요해진다. 리본을 단단히 묶은 채, 그 리본의 부드러움과는 정반대의 강렬한 힘을 지닌 넓은 어깨의 레더 재킷을 걸친 모습. 수국의 하얀 파도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어두운 실루엣은 정원의 그림자와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생 로랑의 여성은 영웅이다. 검은 가죽 속에서 날카롭게 빛을 뿜어내던 실루엣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슬림하고 타이트해진다. 이어 얇디얇은 나일론 드레스가 나타나고, 마침내 바람을 머금고 부풀어 오른다. 에펠탑의 불빛은 밤하늘에 흩어지고, 얼굴을 가릴 만큼 커다란 이어링은 그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모든 것이 아찔할 만큼 선명하게.

여성은 강하다. 레더를 걸치든, 가벼운 나일론을 입든. 단순한 표면의 장식을 넘어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단단함.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을 세우는 힘.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유연하게, 서로 다른 결을 이어내며 존재하는 힘. 말보다 깊고, 말보다 오래 남는 언어로.

안토니의 옷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이자, 질문이자, 대답.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의문과 그 해답을 던져준다.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한 편의 시처럼. 그리고 오래도록 내 안에서 조용히 반짝일 하나의 기억처럼.

text LEE SEUNGYEON(SIEN)

JULIE KEGELS

꿈에서 깨어나 반쯤 준비된 상태로 문을 열고, 일하러 달려가며, 그다음엔 파티장으로 향하기까지!

text LEE SEUNGYEON(SIEN)

HODAKOVA

낡은 것들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생명을 담아낸 호다코바 2026년 봄/여름 컬렉션. 비에 젖은 대지에서 솟아오른 듯한 실루엣들은 재생과 순환의 메시지를 품고, 장인의 손길로 다시 엮인 소재들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머금고 새 생명으로 태어난다. 단단함과 부드러움, 구조와 감성이 맞물리는 경계에서 호다코바 특유의 조형미와 해체주의적 접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text LEE SEUNGYEON(SIEN)

VAQUERA

파리로 이주한 뉴욕 브랜드 바퀘라. 파리의 고풍스러움에 반기를 들며, 큰 리본과 부풀어 오른 실루엣 속에 그들의 고뇌와 자유에 대한 갈망이 서려 있다. 이번 2026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그들은 ‘좋은 취향’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던진다.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가. 상업성과 실험성 사이, 바퀘라가 택한 길은 여전히 불안정할 수 있지만, 그만큼 생생하다고.

text LEE SEUNGYEON(SIEN)

 

DAY-2

LOUIS VUITTON

‘집’이라는 안식처에서 피어나는 우아함. 포근한 소재와 목욕가운처럼 편안한 옷, 다양한 장식들이 황금빛 천장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옛 시간을 품은 공간에서 옷들은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조용히 스며들었다. 단순한 홈웨어가 아닌, ‘집에서의 삶’을 다시 정의하며.

text LEE SEUNGYEON(SIEN)

 

DAY-3

DIOR

조나단 앤더슨이 선사하는 뉴 디올.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영화 제작자인 아담 커티스Adam Curtis의 필름이 쇼의 시작을 알렸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이 뒤섞인 무대 위. 그가 감춘 긴장감을 뒤로한 채, 봄바람에 살랑이는 가벼운 실루엣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작아진 바 재킷과 퍼프 스커트 사이로 돋보인 코르셋, 케이프, 드레이핑은 디올의 아카이브에서 출발해 조나단만의 아이코닉함으로 완성되었다.

text LEE SEUNGYEON(SIEN)

 

DAY-4

RICK OWENS

모든 생명체는 물에서 태어나 물로 회귀하노니, 물의 정화의식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되리라. 릭 오웬스의 분신들이여, 물로서 새 활력을 얻고 영원의 심장을 뛰게 하라.

text LEE SEUNGYEON(SIEN)

SCHIAPARELLI

최근 몇 년간 영화 관람객 수는 급감한 반면, 박물관 관람객 수는 급증했다는 이야기를 접한 다니엘 로즈베리. 서사적 맥락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 단순한 ’재미‘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영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이 곳에 있다. 퐁피두 센터에서 선보이는 스키아파렐리의 ”전시“, 그리고 이곳에서 느끼는 어떤 카타르시스의 형태들.

text LEE SEUNGYEON(SIEN)

ISABEL MARANT

모래바람을 뚫고 등장한 이자벨 마랑의 보헤미안 소년소녀들. 바짝 마른 사막 바람에 흩날리는 헤어와 느슨한 실루엣이 자유를 그린다. 거친 바람이 불어도 그저 즐기며, 그런 태도. 

text LEE SEUNGYEON(SIEN)

 

 

 

 

DAY-7

LACOSTE

파리, 에펠 홀의 유리 천장 아래에서 한순간 경기장 한편의 라커 룸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벽에는 욕실 타일이 붙어 있었고, 유리창에는 김이 서려 있었다. 선수들이 샤워를 마치고 돌아와, 젖은 나일론과 타월로 된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졌을 법한 그런 공간. 라코스테는 이번 시즌, 우리를 경기장의 가장 은밀한 공간으로 초대했다. 라커 룸. 승리와 패배 사이, 땀과 침묵이 교차하는 그곳.

펠라지아 콜로투로스는 미완의 순간에서 매혹을 찾았다. 젖은 유니폼을 벗어 던지는 루즈한 실루엣, 투명 오간자와 타월링 소재가 만들어내는 즉흥적 자유. 그가 불러낸 모델들은 모두 경기 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정적이 묘하게 뒤섞인, 조금은 몽환적인 표정. 느슨하게 풀린 셔츠와 루즈한 실루엣은 마치 새벽 러닝 후 땀에 젖어 돌아온 청춘의 옷장 어딘가에 여전히 걸려 있을 법했다. 완벽을 향한 집착을 해체하고, 미완의 순간에 숨어 있는 매혹을 꺼내 보이는 장면들.

투명한 오간자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부드럽게 흘렀다. 샤워 커튼 같기도 하고, 꿈속에서 본 얇은 막 같기도 했다. 타월링 재킷과 미러 가죽이 차례로 나타났는데, 거울 같은 표면은 마음속 작은 의심과 두려움을 은근히 비추는 것 같았다. 컬러는 과거에서 왔다. 선명한 오렌지와 블루는 테니스 코트의 오래된 페인트 자국 같았고, 라코스테 그린은 여름날의 풀 냄새처럼 은근하게 스며들었다.

쇼가 끝날 즈음, 한여름 오후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햇볕에 달궈진 클레이 코트, 아직 어설프던 백핸드, 그리고 이어지는 미묘한 침묵. 아마도 이번 컬렉션이 말하는 것은 그토록,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빛나던 순간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밖으로 나왔을 때, 파리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라코스테는 완벽을 해체하며 말했다. 패션은 경기가 끝난 뒤, 아직 땀이 마르지 않은 순간에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text MILKY

 

JEAN PAUL GAUTIER

10월의 파리는 예측불허다. 엘리베이터는 고장 났고, 비는 오락가락했다. 아끼던 모자는 사라졌고, 우버 안에서 노트북에 몰입한 채 급히 내리다 짐을 쏟아버리길 반복. 끝이 보이지 않는 500미터 흙길을 네 번이나 전력질주했다. 과호흡을 막으려 입술을 꾹 다물어봤지만, 결국 급박한 숨을 몰아쉬었다. 장 폴 고티에는 디자이너 고티에가 은퇴한 이후, 여러 게스트 디자이너가 바통을 이어오다 드디어 ‘정식 후임자’를 세웠다. 예측할 수 없는 쇼를 만드는 또 다른 ’악동‘, 듀란 란틴크. 해체된 옷, 기묘한 신체의 형태를 뒤섞으며 젠더의 경계를 흔드는 네덜란드 출신의 실험적 디자이너다. 그의 첫 장 폴 고티에 컬렉션 타이틀은 ‘Junior’. 전신을 덮은 타이츠엔 체모가 사실적으로 묘사된 나체가 인쇄돼 있었고, 마리니에르 스트라이프는 와이어로 뒤틀리며 입체감을 만들었다. 익숙한 콘브라는 더 낯설고 우스꽝스럽게 변형된 모습. 불편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가는. 듀란 란틴크는 고티에가 한때 보여줬던 대담함, 장난기, 그리고 불편함을 다시 데려왔다. 10월의 파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듀란의 장 폴 고티에. 쇼를 보고 있자니, 무거웠던 입술이 조금씩 풀리더니 삐딱하게 올라간다. 2026년 봄/여름 파리 패션위크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힘을 끌어올리며, 다시 한번 입꼬리에 힘을 줘본다. 하하핫.

text LEE SEUNGYEON(SIEN)

 

DAY-8

CHANEL

마티유 블라지의 우주. 그는 샤넬과의 첫 컬렉션을 가브리엘 샤넬과의 상상속 대화로 구성했다. 마치 같이 우주를 유영하듯, 꿈처럼, 시간을 초월하는 세계. 샤넬 여사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하우스의 코드들인 트위드, 까멜리아, 블랙과 화이트, 진주, 베이지를 탐구한다. 이번 컬렉션 셔츠의 출발점은 가브리엘 샤넬이 보이 카펠Boy Capel에게서 빌려 입은 샤르베Charvet 셔츠이다. 컬렉션 전반에 걸쳐 소재, 프린트, 남성적인 실루엣이 활용된다. 움직일 때마다 피어나는, 샤넬과 카펠의 러브 스토리에서 영감받은 꽃 드레스. 마티유 블라지가 그린 샤넬의 우주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기억이 꽃처럼 피어나는 곳,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곳이었다.

text LEE SEUNGYEON(SIEN)